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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03일 (토)

“한의학, 한 의학”

“한의학, 한 의학”

내게 한의학이란?
한의혜민대상 장학생

한진석.png

 

한진석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본3

 

최초의 한의사는 누구였을까요. 의사학 시간, 침구에 관한 역사를 더듬다 문득 떠오른 의문입니다. 처음 침을 잡고, 또 약을 달인 이는 누구였을지 궁금해졌습니다. 엉뚱한 상상 끝에, 가까운 사람의 아픔을 걱정하고 슬퍼했을 평범한 한 사람이 떠올랐습니다. 가족 혹은 친구의 아픔 앞에서 어찌할 바를 모르던 그 사람. 마디마디를 눌러보고, 좋다는 음식을 찾아다니던 그가 최초의 한의사가 아니었을까 하고요.

 

그 최초의 한의사와 같은 꿈을 꿉니다. 어찌할 도리를 모르는 아픔과 다툴 의료인이 되고자 합니다. 가까운 이의 몸을 살피는 마음으로 의술을 행하고 싶습니다. 어제도 저의 어머니는 재활도 어려운 무릎을 짚고, 밤새 아픈 아이들의 곁을 지키셨습니다. 그 무릎을 고치는 것이 저의 꿈이고, 같은 마음으로 다른 이의 어머니를, 또 누군가의 아버지를, 혹은 소중한 사람을 돌보는 것 역시 저의 큰 꿈입니다.


가장 처음의 한의학처럼

 

잔병치레가 많았던 어린 시절, 최고의 처방은 어머니의 음식이었습니다. 병원에서의 치료뿐 아니라 마음을 담아 전하는 모든 것이 곧 약이 될 수 있음을 배웠습니다. 술기를 행하기 전 관심과 정성이 없으면 치료도 없다는 믿음을 갖게 되었습니다. 밥상이 곧 약이 되고, 의사의 태도가 치료의 변수가 된다는 한의학의 가르침이 낯설지 않았던 이유입니다. 

 

한의학에 대한 막연한 편견–과학, 전문성과 거리가 있다는 생각은–어쩌면 이토록 친근한 한의학의 모습에서 비롯됐는지도 모릅니다. 일상의 언어와 의사의 맨몸으로 아픔을 더듬는 의학이었기에. 한의학에서 다루는 개념을 어떤 이들은 의학의 차원으로 받아들이지 못합니다. 맥(脈)이 빠지고, 담(痰)이 결리며, 체(滯)하는 몸을 늘 경험하면서도요.

 

한의학을 하나의 의학으로 받아들이게 하는 힘은 결국 치료의 경험에서 나온다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어머니의 밥상을 통해 ‘식약동원’이라는 개념을 이해하고, 한의학이라는 배움으로 이끌렸듯 말이지요. 아픈 이를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았을 최초의 한의사를 다시 생각해 봅니다. 치료에 모든 심혈을 기울인 그 마음은 오늘날의 환자에게도 최선의 설득이 되리라 믿습니다. 다른 직역의 의료인과 힘을 합치고, 새로운 진단기기를 도입하는 것 역시 주어진 환경 속에서 아픔을 최대한 들여다보려는 노력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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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한의학이란

 

어떠한 장벽도 없는 진료실을 상상하며 수어(手語)를 몇 년간 배웠습니다. 수어에 담긴 의미를 살피다 보면 그 직관성에 크게 놀랄 때가 많습니다. 한의학은 수어로 ‘진맥’, ‘탕약’, ‘전문’이 세 단어로 표현하지요. ‘사람을 가까이서 살피고, 적절한 치료법을 찾는 학문’이라 이해했습니다. 같은 증상이라도 환자마다 다른 약을 쓰고, 환자 개인의 역사를 자세히 살피는 의학. 한의학의 친근한 얼굴이 수어에도 담겨 있다는 생각에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환자를 가족처럼 살피는 한 한의사를 알고 있습니다. 한의학의 첫 장을 넘기는 순간부터 지금까지 선배님께 남몰래 많은 가르침과 도움을 받았습니다. “의료계에는 직역의 구분이 있어도, 아픔에는 그러한 구분이 없다”며 늘 더 나은 술기와 지식을 찾고 나누는 모습에서 새로운 한의사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최초의 한의사’처럼 홀로 발만 동동 구르는 것이 아니라, 이젠 더 나은 치료를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변화하는 한의학의 미래를 떠올려 봅니다. 

 

완도의 한 작은 섬마을에는 저를 ‘허준’ 선생님이라 부르는 꼬맹이들이 있습니다. 공부방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다 섬을 떠나는 날, 손수 만든 ‘허준상’을 아이들이 건넸습니다. ‘허준처럼 귀한 지식을 나눈 선생님께 이 상장을 드립니다’라 적혀 있었고요. 한의학, 한의사의 역사를 ‘나눔’이라 기억하는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저 또한 그 믿음을 지키는 한의사가 되고 싶습니다. 제게 한의학은 -아픔을 향한 치열한 고민과, 환자에게 다가서는 마음, 나눔의 역사를 담은- 한 의학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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