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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02일 (금)

한국기독한의사회. 자녀들과 함께한 필리핀 의료봉사

한국기독한의사회. 자녀들과 함께한 필리핀 의료봉사

필리핀 지방자치단체시장 한의재택진료로 한의우수성 알려
전 한국기독한의사회장 오원교

[한의신문] 한국기독한의사회(회장 김동하. 참조은한의원) 의료봉사단원 15명(한의사 6명, 일반단원 9명)은 필리핀 루손섬에 있는 안티폴로, 테레사, 말람림, 실랑, 네 지역에서 의료봉사 활동과 지역 어린이 대상으로 기독교교육 및 문화 프로그램을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7개월간 준비해 9월 23일 출국, 9월 28일 귀국 일정으로 4일 동안 침, 부항, 약침, 추나, 한약, 도침, 파스, 초음파 검진 및 초음파유도하약침 진료 등의 다양한 한의약 의료서비스를 제공했다.

 

일반 단원들은 접수 및 안내, 예진, 진료보조, 약재 제공 등의 업무를 담당했고, 영어를 하지 못하는 현지인들을 위해서는 현지인 통역사들이 영어와 따갈로그어를 통역해서 원활하게 진료할 수 있도록 소통에 큰 도움을 줬다.

 

한국기독한의사회의 필리핀 의료봉사활동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0년, 2013년, 2017년, 2018년과 올해 2026년까지 3번의 봉사는 동일한 선교사부부의 선교활동을 도와 꾸준히 의료봉사를 펼쳐왔다. 하지만 2019년 레바논 의료봉사활동을 끝으로 Covid-19 영향으로 한동안 해외 의료봉사를 하지 못했다.

 

이후 7년 만에 여러 기독한의사 회원들의 염원으로 해외의료봉사가 다시 재개됐다. 현실여건의 변화로 과거에 비해 단원규모는 예전만 못하나, 진료툴과 의료봉사 지역범위는 훨씬 다양해졌고 그동안의 의료봉사의 결실 또한 볼 수 있었던 값진 여정이었다.

 

한국기독한의사회는 2005년 10월 창립한 이래, 2007년 캄보디아를 시작으로 해마다 꾸준히 해외의료봉사를 해왔다. 여러 나라를 순회 의료봉사하면서 확장성과 다양성이라는 장점을 추구하기도 했지만, 동일한 나라, 동일한 선교사와 지속적인 유대관계를 갖고 집중적인 의료봉사를 하면서 연속성이 얻는 유익을 맛보기도 했다.

 

쌍방향 트루먼쇼! 자녀의 성장을 함께 기뻐하는 의료봉사

 

남녀노소, 세대, 취향, 생활방식, 경제소비패턴, 정치이념, 신체리듬 심지어 잠자는 습관마저 다르지만 성경적 가치관이란 공통분모 아래 단독 또는 가족과 함께한 이번 여정은 잠시나마 같은 방, 같은 하늘, 같은 비전을 바라보는 소중한 시간들이었다.

 

그 중 나와 너의 자녀의 진로와 성장을 함께 바라보는 것처럼 기쁘고 보람되는 일이 있을까? ‘트루먼쇼’는 한 남자의 인생 연대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실시간 방영하는 TV쇼 미국 영화다. ‘트루먼쇼’가 단방향 브라운관 속 허구영화라면, 한국기독한의사회 의료봉사에서 보고 듣는 자녀들의 성장 이야기는 현실에서 만져지고 직접 보는 3D리얼 쌍방향소통 트루먼쇼다.

 

자녀의 기쁨과 고통, 고민, 아픔이 공동체의 기도제목과 응원이 되고 다음 만날 날을 기대하게 된다. 때로는 또래 자녀들끼리 또는 형, 누나, 언니, 오빠, 동생들이 서로에게 비친 모습을 직간접으로 나누고 모방하면서 자신의 거울을 완성시켜 나가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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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의료봉사라는 이름으로 한 자리에 모여 자녀들의 안부를 묻고 나누었다. 이번 여정에는 4명의 원장이 배우자 또는 자녀와 같이 동행했다. 초등학교 때 아빠와 기독한의사 의료봉사에 참여했던 아이가 대학생이 되어 다시 참여했다.

 

최변탁 원장(생명수한의원)의 막내아들 개구장이 꼬마는 어엿한 성인이 되어 항공수속도 하고 무거운 물건도 들며 궂은일도 마다하지 않는 팀의 든든한 일꾼이 되었다. 30대 김남희 원장(독산한의원)은 목사 남편과 함께 미취학 아들딸을 데려와 삶의 비전을 꿈꾸었다.

 

경혁수 부회장(반석한의원)은 아내와 초등학생, 중학생 딸들과 함께 전체 업무분장과 어린이 문화전도체험으로 필리핀의 추억을 쌓았고, 다년간 기독한의사 의료봉사에 딸들과 함께했던 김성준 의료봉사단장(김한의원)은 이번에는 고등학생 막내아들을 데려와 부자간의 교감과 산 교육의 기회를 제공했다.

 

필리핀 땅에 심어진 섬김의 씨앗! 헌신의 결실을 보다

 

무엇보다도 보람됐던 일들은 한국기독한의사회가 8년 전에 뿌렸던 씨뿌림이 풍성한 수확의 결실이 된 소식을 들었을 때였다. 나와 가족만을 위해 살아왔던 시간을 잠깐 멈추고 다른 이의 삶을 위해 기꺼이 기쁨으로 뛰어든다는 것! 각박한 세상에서 의료봉사란 때로는 재물, 재능, 시간 낭비인 듯하다. 하지만 내가 누군가를 위해 뿌렸던 사랑과 섬김의 작은 나눔의 씨앗이 결실을 맺는 것을 보고 듣는 경험은 특별한 기쁨과 보람이 된다.

 

2017년 사우스빌 지역 조이풀교회에서 시작한 의료봉사는 두 선교사 부부에게는 정착 초창기여서 가뭄에 단비 내린듯한 의료봉사 일정이었다. 아무것도 없는 맨 땅에서 시작해야 하는 어려움 많은 개척 시절이었다. 이 때 마른 논에 단비와 같은 방문이 한의사와 한의사 가족 27명으로 구성된 단원이었다.

 

의료봉사 뿐 아니라 K-문화체험 등 다양하게 준비했다. 고성열(제일한의원) 원장의 아들이 머리에 상모를 쓰고 꽹과리를 두들기며 리드하면 다른 초등학생, 중학생 한의사 자녀들이 징과 북, 장구를 치면서 마을 한 바퀴를 돌면서 한류의 흥을 전했다.

 

동네 아이들과 마을 사람들의 큰 호응을 얻었던 기억이 어렴풋 났다. 선교사는 당시 한국기독한의사회의 봉사 후 교회가 마을 주민들에게 인지가 좋아지게 되는 큰 도움을 받았다고 고마워했다. 현재 조이풀교회는 지역에서 자립 가능한 큰 교회로 성장하면서 필리핀 현지인 목사에게 위임됐다.

 

안티폴로, 2-3시간을 달려와 치료받다

 

비행기 출발시간이 이른 오전시간이라 공용짐 배분 등의 수속 일정으로 새벽 5시까지 공항에 집합해야 했다. 인천공항에서 마닐라로 4시간의 비행, 마닐라에서 차로 1시간 반을 더 달려서 숙소인 안티폴로 갈릴리선교관에 도착했다. 추석 명절의 혼잡으로 돌발 상황을 알 수 없어 긴장으로 새벽부터 잠을 설치면서 여독이 풀리기도 전이었다.

 

첫날부터 한국선교사 30명 정도가 진료를 받기 위해 오고 있다는 소식을 들었다. 진료 한번 받기 위해 차로 수 시간을 달려오고 있다는 실정을 들으니 현지의 열악한 의료 환경과 그 간절한 마음이 가늠되었다. 모든 단원들은 피곤함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진료를 했다. 그 중 치료를 받았던 어떤 선교사는 질병에 고통 받는 가족이 생각나 안타까움에 다음날 저녁에도 가족진료를 요청하기도 했다.

 

동남아 의료봉사 중 누리는 최대 특권은 단연코 맛있는 열대과일들이었다. 오아시스처럼 과일은 우리의 피로를 풀어주기에 충분했다. 망고, 람부탄, 망고스틴, 두리안, 용과, 아보카도, 바나나까지 한 바구니에 풍성하게 담겨 있는 모습에 한가위의 풍성함을 느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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떼레사, 주민진료와 시장 한의재택진료

 

둘째 날은 시청에서 실외농구장 공터 사용허가를 해주어 떼레사 대주민 의료봉사를 진행했다. 진료공간에 도착하니 일찍부터 많은 떼레사 주민들이 의자에 앉아 진료를 받기 위해 대기하고 있었다. 병원시설이 아니다 보니 야외 관람석을 베드삼아 6개의 진료베드를 임시로 만들고 각 진료실별로 책상을 설치하고 예진접수실과 약국은 별도 책상을 만들어 운영했고, 다른 한쪽 책상은 어린이존을 만들어 필리핀 어린이들에게 선물과 희망의 성경말씀을 전해 주었다.

 

오후가 되니 떼레사시 로델 시장에게서 왕진 요청이 왔다. 필자와 고성열 원장이 시 직원들의 안내 속에 지방자치단체장인 시장의 사택에 찾아가 한의재택진료를 했다. 필리핀의 경우는 관료주의, 신분사회라 고위 공무원의 영향이 지대하다. 특히 외국인의 경우는 자국민 위주의 외국법에서 불이익을 당하는 취약한 입지로 볼 때 더욱 현지 공무원의 협조가 필요할 경우가 많다. 우리 단원과 함께한 선교사 역시 떼레사 시장을 처음 응대하는 상황이어서 혹시나 실수하지 않을까 주의를 기울이면서 영어진료 대화에 한계는 있겠지만 정성껏 진료했다. 

 

문진을 해보니 만성 허리통증, 어깨통증, 5개월 전 심장 부위의 통증으로 병원 검사를 했는데 재검사를 앞두고 있었다. 망진 상 복부 내장지방, 피하지방이 많이 나와 있었다. 초음파 경동맥 IMT(내중막두께) 검사를 해서 혈관나이를 측정해보니 정상범위를 넘어서 있었고 플라크가 국소적으로 돌출되어 있었다.

 

허리, 어깨통증, 심장통증과 중풍, 심장질환 등의 순환계질환 위험요인 중에 하나인 복부 내장지방의 적극적인 감소와 차후 현지 병원의 자세한 검사와 처치가 필요함을 주문하고 야식, 폭식, 불규칙식사, 탄수화물 섭취제한 등 식이섭생을 교육했다.

 

침, 부항, 약침, 추나요법 진료가 끝나자 시장은 필자에게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 물었다. 선교사가 우리를 초청해서 떼레사 의료봉사를 하게 되었다고 대답하면서, 덧붙여 선교사가 좋은 일 많이 하시는데 필요할 때 협력도움을 부탁드렸다.

 

진료 후 석양을 바라보며 산비탈을 올라 지역 고위층 유지인 로페즈 가문이 지었던 유진로페즈 센터로 갔다. 센터내에서 오스카 레스토랑에서 마닐라시의 야경을 바라보며 단원들과 함께 먹는 저녁만찬은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단원들 간 혹은 가족들과 함께 추억의 사진을 찍고 뜰을 거닐면서 이국 땅의 한가위 달을 만끽하니 이색적인 운치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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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로델 시장, 왼쪽 세번째 필자, 오른쪽 두번째 고성열 원장>   

 

말람림, 소외지역에 펼쳐진 수도, 도로, 의료사업

 

‘말람림’은 필리핀 언어로 ‘깊숙하다’라는 뜻이다. 의미대로 필리핀에서도 깊은 열대우림 속에 있는 소외지역이다. 셋째 날 우리가 갈 지역이었다.

 

필리핀에서는 4차선 큰 도로임에도 불구하고 가는 길은 구불구불한 산길을 내려가는 여정이어서 위험천만해 보였다. 큰 화물차가 많이 왕래하는 길인데 이런 산길에서 종종 차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차가 도로 옆으로 쓰러질 경우가 많다고 한다.

 

운행 중에 갑자기 큰 화물차가 쓰러지면 운행 중인 차는 위험천만한 상황이 될 것이고, 그 와중에 도로 정체로 얼마나 큰 불편이 있을 것인지 상상이 갔다. 우리나라 같으면 벌써 대책이 세워졌을 것이고 새로운 터널이나 고가도로 등이 세워졌을 텐데, 수십 년 째 도로 상황이 나아지지 않는다 하니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안티폴로 숙소에서 나와 큰 도로를 두어 시간 따라가다 갑자기 비포장도로 골목길로 들어섰다. 필리핀의 현실을 감안하면 큰 도로가 그럴진대 깊은 열대우림 지역의 도로 상황 개선을 정부나 지자체에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선교사부부는 말람림 지역에 들어가 물탱크를 설치하고 교회에 오는 마을 주민들과 식수와 생활용수를 공동사용 하게 했다. 하지만 아무리 필리핀 현지인들을 교육해도 사용자들이 수도꼭지를 사용 후 잠그지 않는 경우가 많아 물탱크는 금새 바닥나기 일쑤였다.

 

선교사는 고심 끝에 물길을 찾기로 했다. 한국에서 초빙한 전문 수맥탐지가의 도움으로 마침내 지하수 물길을 찾게 됐다. 물길이 필리핀 현지인 집 아래를 흘러가서 집 주인의 협조를 얻어 공동관리로 수도비용 원가만 받고 싼 가격에 마을주민들에게 수돗물을 공급하게 됐다. 그래서 이 곳 교회의 이름이 ‘생명의 샘’이다.

 

교회 주변에 모여 있는 마을 주민에게는 교회가 생명을 주는 샘터가 된 것이다. 필리핀 국가가 해야 될 일을 일개 한국인 개인이 하고 있다는 것이 같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과 존경심이 느껴졌다.

 

마을까지 제대로 된 아스팔트 도로가 없으니 열대 우기철에는 흙탕물이 범벅되어 차가 진흙탕에 박혀 오도가도 못하는 게 일쑤였다. 한국에 이 소식이 전하지게 되면서 한국 교인들이 십시일반하여 도로를 내었다. 하지만 약 10m가량은 도로가 다 연결되지 않은 채로 그대로 있었다. 후원금이 모인만큼만 도로가 연결된 것이다. 나머지 도로는 또 마음과 물질이 모아지면 공사가 진행될 수 있으리라는 말도 들었다. 척박한 환경 가운데서 마을 사람들의 편의를 위해 일신우일신 노력하는 선교사의 마음과 열정이 느껴졌다.

 

도로가 나고 식수, 생활용수가 해결되면서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들더니 어느덧 1,000여명이 넘는 마을로 변화됐다. 선교사는 교회가 어느 정도 자립할 수 있는 환경이 된다면 2-3년 안에 필리핀 현지인 목사에게 위임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비록 단 하루의 일정 이었지만 의료봉사와 합심기도로 열악한 지역 마을주민들의 어려운 사정과 몸과 마음을 위로하고 교회의 자립을 위해 응원의 마음을 모았다.

 

까비떼 실랑, 아름다운 새벽교회 훈련원센터

 

넷째 날 우리가 머무를 숙소와 의료봉사 장소의 대문이 열렸다. 그곳은 6천 평 대지위에 유럽 동화 속에나 나올법한 잘 다듬어진 정원과 사택, 기숙사, 식당, 교회가 어우러진 아름다운 대 저택단지였다. 열악한 시설에서 개척교회를 운영했던 선교사님의 기존 교회에 비하면 눈이 휘둥그레지는 곳이었다. 마치 존 번연의 소설 「천로역정」에서 크리스천이 좁은 문과 십자가, 순례자가 반드시 올라가야 하는 어려운 길인 곤란의 언덕을 넘은 끝에 만난 아름다운 궁전과도 같은 곳이었다.

 

올 2월 전임 선교사에게 위임 받은 새벽 훈련센터는 필리핀 현지인과 한국인들을 위한 강의, 세미나, 훈련, 휴식 공간으로 사용될 예정이었다. 선교사의 마지막 꿈은 이 공간에서 사람을 키워 사회의 빛과 소금의 역할이 되게 하는 것이었다.

 

새벽교회 본당 안에 진료실을 셋팅해서 의료봉사를 진행했다. 직원과 마을주민들 중에는 처음 한의의료봉사를 받아본 사람이 많았다. 병원비가 없어서 치료받지 못하고 참고 있다가 한의치료를 받고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한의치료가 얼마나 동남아 현지에서 유익한 치료도구인지 새삼 다시 느끼는 경험이 됐다. 

 

이번 의료봉사는 여러 기독한의사 회원 및 비회원의 물심양면의 후원과 동행한 유종식 장로의 수고로 후원물품(동방메디컬, 대일제약)을 협찬 받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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