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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10월 04일 (일)

“변화가 있을 때가 도약할 수 있는 순간”

“변화가 있을 때가 도약할 수 있는 순간”

한의학 웰빙 & 웰다잉 19
한의 진료 과정의 표준화 작업 필요…도약과 추락의 위험부담은 필수불가결한 존재

김은혜 (1).jpg


김은혜 경희대학교 산단 연구원

(전 강동경희대한방병원 임상교수)

<선생님, 이제 그만 저 좀 포기해 주세요> 저자


 

[편집자주] 

본란에서는 한의사로서의 직분 수행과 더불어 한의약의 선한 영향력을 넓히고자 꾸준히 저술 활동을 하고 있는 김은혜 경희대 산단 연구원의 글을 소개한다.


몇 년 전, 의대병원에서 빅데이터 연구로 각종 논문이 유명 저널에 출판되는 것을 보면서 나름대로 따라 해본 적이 있다. 일반적으로 5개의 보건 관련 정부 데이터베이스(이하 DB)로부터 각 의료기관에서 신고된 환자의 정보와 건강보험 사용 항목들을 추출하여 특정 의료기관이나 치료도구를 자주 이용한 환자들의 특성을 분석한 논문을 발표하는 순이었다. 

한의의료기관의 데이터가 잘 축적되어 있을 거라는 기대는 애초에 하지도 않고 5개 DB 중 몇 개는 분석해 볼 법한 자료가 있겠거니 생각하며 시작된 추출 작업은 꼬박 일주일이 넘게 걸렸다. 

 

스크리닝을 목적으로 가볍게 시작한 추출이 생각보다 오래 걸렸던 것은, 내가 익숙하지 않았던 작업이었다는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러나 결국 가장 큰 원인은 한의의료기관에서 신고된 제대로 된 자료가 없어서 구석구석 살펴보다가 지연된 것이었다. 

비급여 항목은 바라지도 않았고 급여 항목 자료라도 찾아보겠다는 마음에 한의의료기관에서 신고된 자료의 하위의, 하위의, 하위의 항목으로 내려가다 보면 결국 도달하는 자료에는 ‘null’이라고 입력되어 있었다. 


엄청난 임상 데이터 체계적 정리 미흡


나중에 상황을 들어보니 DB가 현대의학적인 진단 및 진료 흐름에 맞춰서 신고 항목이 자동으로 분류되게 설계되어 있어서 발생한 문제라고 들었다. 

당시만 해도 한의의료기관에서 신고되는 진단명부터가 대부분이 한의학적 변증만 포함되어 있고, 입력할 수 있는 검사 항목은 부재하나 치료 도구는 거의 기관별, 변증별, 원인별로 동일한 경우가 많아서 데이터 분류 작업이 오류가 날 확률이 높다는 뜻이었다. 

더불어 한약은 급여 항목이 종류가 적을뿐더러 그것을 사용 및 보험 신고된 실제 례가 너무 적기도 했다. 

 

쉽게 말해 보험 한약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는 말이자, 다시 말해 신고되는 자료가 기준에 맞지 않아 컴퓨터가 소위 ‘gg’를 쳤다는 말이었다. 결론적으로 당시의 자료 안에서 한의학계에 도움이 될 만한 주제를 찾기는 어려웠다. 

다행인 건, 지금은 꽤 정리가 되어서 ‘한의의료기관을 내원한 환자의 주진단명’ 등의 자료 정도까지는 추출할 수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여전히 제공되고 있는 엄청난 데이터에 비해서는 아까운 주제이기는 하다.

최근에는 증상-변증-치료 순의 표준화 작업을 시도하고 있는 연구실이 많은 것 같다. 아마도 나에게 DB의 충격을 주었던 즈음에 시작되고 있던 표준임상진료지침(이하 CPG) 및 표준임상경로(이하 CP) 연구가 성공리에 마무리 되고, 정리된 자료를 임상 현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발전시키는 과정의 단계가 도래하면서 불고 있는 순풍인 듯하다. 

 

개인적으로 다양한 질환의 CPG가 한창 발표되고 있던 시기에 주위에서 ‘그런데 실제 진료 볼 때는 CPG 안 쓰잖아.’라는 말을 많이 들었던 CPG 개발진 1인으로서 아주 기대하고 있는 변화이다. 

올해 긍정적인 나비효과가 최대로 기대하면 얼마나 클지조차 가늠이 되지 않는 각종 의료기기와 의료도구들을 합법화하는 과정에서 문서화할 수 있는 내용을 추출하는 것, 그리고 그것을 문서화하는 것, 나아가서 그것을 학생 및 현장에서 가르치고 적용하는 것이 얼마나 큰 (법적) 의의를 가지는지 우리 모두가 경험했다. 

 

김은혜 교수님2.png


표준화, 데이터화 작업 이제야 빛 발해


하나같이 ‘교과서에 포함되어 있나요?’, ‘국가고시에 반영되나요?’ 류의 질문을 확인했고, 교육 과정과 국가고시에 반영하기 위해 십 수 년 전부터 표준화와 데이터화를 해온 노력이 빛을 발했다. 

그런 의미에서 CPG 연구가 유종의 미를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한의학적 진료 흐름의 표준화 작업의 기반으로 사용하려는 시도는 그 자체만으로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것은 CPG의 연구에 참여를 해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느꼈겠지만 진료지침의 근거로서 한국의 한의의료기관 정보가 제한적이었고 많이 적었다는 점이다. 

 

중국의 TCM, 일본의 kampo, 한국의 TKM에서 사용하는 치료도구의 조합이 매우 유사하기에 연구도 가능하고 근거로서 부적합함은 없으나 타국, 특히 일본의 kampo를 활용한 연구를 보면 한국의 실태가 아쉬울 때가 많았다. 

한의사가 일본 제약 회사인 쯔무라 및 크라시에에서 나오는 한약들을 환자들에게 사용한 례만 해도 수천만 건은 될 텐데 한국에서 수행된 대규모 연구가 제한적이라는 현실이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정부 의료기관 DB에 등록된 한의치료의 내용이 보강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으며, 그래서 이를 위해서는 한의 진료 과정의 표준화 작업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꼭 반드시 현장의 100%를 반영한 표준화여야만 쓸 만하다며 인정하는 분위기가 아닌 환자와 학생에게 보여주었을 때, 나아가서는 법적 근거가 되기에 부족함이 없는 정도의 반영도로 시작하더라도 그 작업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는 내부의 분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생겼다.


한마음으로 변화 받아들일 준비해야


작금의 한의계의 분위기가 현대의학의 체계를 벤치마킹하는 면이 있다는 사실이 비난도 많고 어쩔 수 없다는 의견도 많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오로지 ‘한의학’ 고유의 섬을 지키겠다고 주장하나 실상은 갈라파고스화 시키는 것인 언행을 조심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변화가 있을 때가 도약할 수 있는 순간이라고 했다. 그리고 도약과 추락의 위험부담은 필수불가결한 존재이다. 그럼에도 한의계를 이어 나갈 재능 많고, 똑똑한 다음 세대들이 ‘변화’ 자체를 원하고 있다는 소리를 외치고 있는 지금은 우리가 한마음으로 변화를 받아들일 준비를 해야 하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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