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흐림속초10.5℃
  • 구름많음9.0℃
  • 맑음철원7.7℃
  • 맑음동두천8.8℃
  • 맑음파주6.5℃
  • 흐림대관령5.4℃
  • 맑음춘천9.5℃
  • 맑음백령도7.2℃
  • 비북강릉10.6℃
  • 흐림강릉11.7℃
  • 흐림동해10.7℃
  • 맑음서울10.1℃
  • 맑음인천7.7℃
  • 맑음원주9.3℃
  • 흐림울릉도9.1℃
  • 맑음수원6.8℃
  • 구름많음영월9.4℃
  • 맑음충주6.0℃
  • 맑음서산5.7℃
  • 흐림울진10.9℃
  • 맑음청주10.1℃
  • 맑음대전9.5℃
  • 구름많음추풍령10.5℃
  • 흐림안동12.1℃
  • 구름많음상주12.1℃
  • 비포항12.1℃
  • 맑음군산7.3℃
  • 흐림대구12.6℃
  • 맑음전주8.4℃
  • 비울산11.0℃
  • 흐림창원11.6℃
  • 맑음광주10.0℃
  • 흐림부산12.3℃
  • 흐림통영12.3℃
  • 맑음목포8.9℃
  • 흐림여수12.7℃
  • 맑음흑산도7.9℃
  • 구름많음완도10.7℃
  • 맑음고창5.8℃
  • 흐림순천9.5℃
  • 맑음홍성(예)6.8℃
  • 구름많음7.3℃
  • 맑음제주11.9℃
  • 맑음고산11.0℃
  • 맑음성산12.0℃
  • 맑음서귀포12.4℃
  • 구름많음진주11.2℃
  • 맑음강화8.2℃
  • 맑음양평7.4℃
  • 맑음이천9.2℃
  • 흐림인제8.9℃
  • 구름많음홍천10.0℃
  • 흐림태백7.1℃
  • 흐림정선군8.9℃
  • 맑음제천8.4℃
  • 맑음보은7.9℃
  • 구름많음천안7.4℃
  • 맑음보령5.7℃
  • 구름많음부여6.4℃
  • 맑음금산7.8℃
  • 구름많음8.1℃
  • 맑음부안6.5℃
  • 구름많음임실7.6℃
  • 맑음정읍6.0℃
  • 흐림남원7.8℃
  • 구름많음장수7.4℃
  • 맑음고창군5.6℃
  • 맑음영광군6.5℃
  • 흐림김해시11.8℃
  • 구름많음순창군10.0℃
  • 흐림북창원12.4℃
  • 흐림양산시12.6℃
  • 흐림보성군11.2℃
  • 구름많음강진군10.5℃
  • 구름많음장흥10.8℃
  • 맑음해남8.7℃
  • 흐림고흥10.2℃
  • 구름많음의령군10.7℃
  • 흐림함양군9.3℃
  • 흐림광양시12.3℃
  • 맑음진도군8.0℃
  • 흐림봉화8.9℃
  • 흐림영주11.4℃
  • 구름많음문경10.7℃
  • 흐림청송군10.8℃
  • 흐림영덕10.3℃
  • 흐림의성11.6℃
  • 흐림구미11.5℃
  • 흐림영천11.4℃
  • 흐림경주시11.1℃
  • 구름많음거창9.3℃
  • 흐림합천12.2℃
  • 흐림밀양12.1℃
  • 구름많음산청10.5℃
  • 흐림거제12.0℃
  • 흐림남해13.6℃
  • 비12.4℃
기상청 제공

2026년 04월 01일 (수)

[시선나누기-19] 그들이 웃는다

[시선나누기-19] 그들이 웃는다

C2315-34.jpg


문저온 보리한의원장


 

[편집자 주]  본란에서는 공연 현장에서 느낀 바를 에세이 형태로 쓴 ‘시선나누기’ 연재를 싣습니다. 문저온 보리한의원장은 자신의 시집 ‘치병소요록’ (治病逍遙錄)을 연극으로 표현한 ‘생존신고요’, ‘모든 사람은 아프다’ 등의 공연에서 한의사가 자침하는 역할로 무대에 올랐습니다.


이것은 소소한 작업에 대한 소소한 이야기이다.


장면 1.

 

“두 사람은 이 극장의 주인이라는 생각을 갖고 일해야 해요. 제 눈에는 아직 그런 게 안 보여요.”

앳돼 보이는 스태프 두 사람이 연출을 마주하고 무대에 서 있었다. 아직 시간이 있어 느슨하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팽팽한 기운이 가득 찬 극장에서 저마다 공연 준비를 하는 중이었다. 크게 야단을 치는 말투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절대 가벼운 말도 아니었다. 위아래 검은 옷을 입은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을 했다. 

 

연출은 열심히 하라는 틀에 박힌 말을 하지 않았다.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따위의 단순한 지시를 하지 않았다. 역할과 위치와 자세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그것은 연출과 스태프일뿐 아니라, 선배와 후배, 한솥밥을 먹는 사람들끼리 나눌 수 있는 대화이기도 했다.


장면 2.

 

“화학과에서는 비율을 어떻게 해요?” 소주와 맥주를 양손에 든 이가 묻는다.

“그런 거 없습니다. 하하하.” 부끄러운 듯 천연덕스럽게 잔에 맥주를 부으며 그가 웃는다. 뒤이어 소주를 부어 섞고 흔든다.

“아니, K대 화학과를 졸업한 사람이 연극을 왜 해?”, “그러게 말이야”, “그것도 역할이 커튼이야. 하하하.”

 

공연을 마치고 뒤풀이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유쾌하다. ‘거 참 희한한 사람일세’ 같은 마음이 묻어나는 말이지만 어쨌거나 큰 상관은 없다. 그저 고맙고 기특하다. 수고했다는 마음뿐이다. 숫기가 없는 그는 이번 공연에서 한 번도 무대에 나오지 않았다. 수줍음 많은 저 사람의 어떤 내면이 그를 연극 무대로 향하게 했을까. 

K대 화학과라는 것이 상징하는 진로와 미래라는 것이 여기 이 연극 바닥에서도 가능할까. 그러나 그런 것을 저울질했다면 그가 지금 이 자리에 있었을까. 그는 무엇을 찾아 왔을까. 그는 무엇을 찾고 있을까. 

 

문저온님2.jpg

 

장면 3.

 

“가족들이 공연 보러 오셨어요?”, “오늘 오시려고 했는데, 갑자기 일이 생겨서 못 오셨어요”, “강원도에서 서울까지 이 공연을 보러 오신다고요?”, “엄마가 유진규 선생님 팬이시거든요.”

초승달 같은 눈웃음을 하고 그가 웃는다.

“아이구, 엄마가 오셨더라면 어떡할 뻔했어. 우리 딸 언제 나오나, 공연 내내 기다리셨을 텐데 말이야”, “그러게. 정작 딸내미는 커튼 뒤에 서서 나오지도 않고 말이야. 하하하.”

 

말하는 이도 듣는 이도 거리낌이 없이 맑게 웃는다. 여기에는 놀림도 핀잔도 없다. 꼬마 스태프를 향해 유쾌하게 웃지만, 우리는 그가 이번 공연에서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알고 있다. 반짇고리를 찾아 바느질을 해주고, 무대 소품을 사러 뛰어다니고, 그림자처럼 출연자들을 뒷바라지했다.

공연을 본 내 지인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연극을 보고 나오는데, 조그맣고 예쁘게 생긴 사람이 무대에 쪼그리고 앉아서 열심히 바닥을 닦고 있더라.” 지인에게는 공연 못지않게 무대 스태프의 열심인 몸짓이 인상적인 장면으로 남았던가 보다.


장면 4.

 

“00님, **님은 좀 더 부드럽고 재빠르게 움직여 주셔야 해요. 출연자분들이 뒷걸음질로 벽에 다가서면, 그렇죠. 양쪽에서 각자 출연자 분들 앞으로 지나가셔야 돼요. 그렇죠. 부딪치지 않게 조심하시고. 그렇게 움직일 수 있죠?”

“바닥에서 커튼이 3센티 정도 더 위로 올라갔으면 좋겠어요. 좀 더 올려서 달 수 있게 궁리를 해보세요.”, “커튼 뒤에서 무대 순서를 인지하고 계셔야 해요. 장면 전환 될 때 바로 열어줘야 여기 벽면에 빔프로젝트가 비칠 거예요.”

 

그러나 이것은 마임극이다. 객석에서 마주 보이는 벽면엔 검은 커튼이 드리워져 있고 장면이 바뀔 때 두 번 그 커튼은 양옆으로 갈라진다. 부드럽게 움직이는 전자동식 커튼이라고 우스개를 하는 그 뒤쪽엔 스태프 두 사람이 서서 무대에 잔뜩 귀를 기울이고 있다. 

대사를 들으며 막을 가늠해야 할 텐데 이것은 마임극이고 무대마저 어두워서 그들은 나름의 방법을 찾아야 한다. 마임 배우의 몸짓이 내는 둔탁한 소리, 가끔 들리는 신음 소리와 고함, 바이올리니스트가 켜는 음률을 외고 있어야 한다. 그들은 키 보다 더 기다란 막대를 커튼 고리에 연결하고 검은 그림자처럼 벽면에 붙어서서 커튼을 여닫았다.

 

“00님, **님, 여기 좀 보세요!” 바이올리니스트가 소리쳤다. 커튼 뒤에서 그들이 얼굴을 쏙 내밀었다.

 

“**님, 몸을 좀 더 내밀어주세요!” 내가 소리쳤다. 우리는 그들을 카메라에 담았다. 없는 듯 있는 그들이 거기 서서 환하게 웃었다.

 

관련기사

가장 많이 본 뉴스

더보기
  • 오늘 인기기사
  • 주간 인기기사

최신뉴스

더보기

뉴스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