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사 국가고시 컴퓨터시험(CBT) 시행을 앞두고 지난달 22일 서울·부산·광주·대전·전북·강원·충북·경북 등 8개 권역에서 모의 CBT가 실시됐다.
이번 모의 CBT는 문제지와 답지, 별도의 답안카드 없이 컴퓨터 화면을 통해 문제를 확인하고 문제에 대한 답을 화면 내 별도의 공간에 체크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기존에는 OMR 카드를 배부 받은 뒤 문제에 대한 답을 OMR 카드에 옮겨 적는 식이었다.
시험 과목은 △내과학 △침구학 △보건의약관계법규 △외과학 △신경정신과학 △안이비인후과학 △부인과학 △소아과학 △예방의학 △한방생리학 △본초학 등 11개로, 시험 과목 및 문제 수, 문제형식 등은 기존과 같았다.
이번 시험을 운영한 한국보건의료인국가시험원(국시원) 관계자는 “서울 지역 고사장에서는 가천대, 경희대, 동국대 등 서울 지역에 인접한 한의대 학생들이 시험을 치렀다”며 “시험 운영 과정에서 컴퓨터 접속 상의 문제가 없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날 시험을 본 경희대 한의대 학생은 “국시를 쳐보진 않았지만, 모의고사로 진행되다보니 긴장감이 떨어지는 것 같다”며 “그래도 컴퓨터 기기를 활용해 한의사 시험을 치는 건 의미 있다고 생각한다. 이번 시험에는 마련되진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멀티미디어가 삽입되는 문항을 감안해 헤드셋 등의 장치를 추가로 도입하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또한 가천대 한의대 학생은 “클릭만 하면 자동으로 답안 체크가 되니, OMR 카드에 마킹하던 기존 방식의 수고를 덜 수 있어 편했고 큰 부담도 느끼지 못했다”며 “종이에 써 가면서 문제를 풀 수 없어 아쉬운 부분도 있었지만, 모니터 안에 기록할 수 있는 별도 공간이 있어 유용했다”고 밝혔다.
동국대 한의대 박준우 학생은 “학교에서 다소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시험을 응시하다보니 점심을 먹은 이후부터 점차 체력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실전에서는 이동 시간 등까지 고려해 체력을 잘 배분하고, 허기를 채울 수 있는 간단한 간식도 챙겨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운을 뗐다.
시험 방식에 대해서는 “처음에는 다소 낯설게 느껴졌지만, 이내 밑줄 긋는 기능이나 계산 기능 등을 활용할 수 있어 적응되니 오히려 더 원활한 부분이 많았다. 보다 직관적으로 문제풀이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모교 소속 컴퓨터 강의실에서 모의시험을 본 대구한의대 승혜빈 학생은 “새로운 시험 방식이어서 첫 교시에 긴장했지만, 점점 익숙해지자 평온해지면서 이내 적응할 수 있었다”며 “‘오행 기류’ 등의 문제는 지면에 계산하며 답을 구하는 방식이 편한데, CBT 시스템 안에 메모 기능 등을 추가해 단점을 보완해 지면에 적는 방식을 보완한 점이 인상적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스스로 답을 체크한 문제와 그렇지 않은 문제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기능 등이 있어 전반적으로 더 편하게 느껴졌다”며 “다만 사진 등 자료화면이 모니터에 출력되는 데 시간이 걸리는 등 컴퓨터의 상태가 시험 결과를 좌우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시스템 부분이 실전에서는 보완되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학생들은 이번 시험의 장점으로 △모니터 내 시계 기능 탑재 △글자 수 조절 가능 △전체 과목 중 공부가 부족한 과목 파악 등을, 단점으로는 △부족한 공부 시간 △마우스 클릭소리 등 청각 자극 등을 꼽았다.
한편 국시원은 전국 8개 권역 9개 시험장에 올 10월 구축을 목표로 지역별 응시인원·시설이용 편의·민원인 접근성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 CBT 시험센터(가칭)를 추진하고 있다. 내년 1월 13일에 시행되는 제78회 한의사 국가시험부터 이 센터를 이용하되, 좌석이 부족한 경우 외부 시험장을 임차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 이은용 국시원 한의사국가고시위원장은 “한의사국가고시위원회는 내년부터 치러지는 한의사 국가고시 CBT를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하고 있다”며 “충실하게 출제된 이번 모의시험을 통해 학생들이 내년부터 달라지는 환경에도 수월하게 적응해 원하는 결과를 얻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모의 CBT 결과는 오는 29일 발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