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한국한의학연구원은 최근 북한 전통의학인 고려의학의 최신 현황을 소개하고, 전통의학 분야 남북 교류·협력 방안을 제시한 ‘고려의학 현황과 남·북 전통의학 교류·협력 방안’ 보고서를 발표했다. 본란에서는 이번 보고서에 대한 세부적인 내용을 소개한다.
폐쇄적인 북한의 특성상 고려의학 관리 시스템에 대한 내용은 보고서마다 다소 차이가 있는 가운데 북한에서는 보건성이 고려의학과 관련된 정책을 추진하는 것으로 보이지만, 보건성내 어떤 조직이 고려의학을 담당하고 있는지는 파악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세계보건기구(이하 WHO)가 지난 ‘16년 발표한 북한 협력 전략 보고서에 따르면 보건성내 고려의학 관련 부서로는 고려의학연구원과 고려약재생산관리국만이 존재하며, 이는 통일부의 보건성 조직체계와도 동일하다. 이에 따라 고려의학 관리 중 연구는 고려의학연구원이, 또 고려약재 생산·유통은 고려약재생산관리국이 담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며, 그 외 서비스 제공 및 인력·시설 관리 등은 국보다 낮은 독립된 단위가 존재하거나 행정기구가 완전히 의과와 통합된 형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추측된다.
WHO의 또 다른 보고서에서는 북한 보건성은 국가의 지도에 따라 전통의학 정책을 입안하며, 담당부서는 전통의학과라고 언급돼 있어 국보다 낮은 고려의학 담당 행정단위가 존재함을 암시하고 있으며, 해당 전통학과가 서비스 제공과 병원 관리 등 뿐만 아니라 고려의학연구원까지 지도하고 있다고 보고하고 있다.
또한 고려약재생산관리국의 하위 단위는 △약초재배시험소 △고려약생산지도처 △사슴처 △약재생산지도처 △합영처로 구성돼 있으며, ‘04년 약초법 제정을 통해 고려약 생산과 약초 재배를 국가의 지원과 통제 하에 둘 것을 결정한 바 있다. 즉 고려약재생산관리국은 중앙의 고려약 생산·관리뿐만 아니라 지방 정부기관에도 설치돼 있으며, 중앙고려약생산관리국은 약초 부문 사업을 총괄 지도하고, 약초자원 조성과 보호에 관한 자료 수집 및 보호약처 선정 등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표적인 고려의학 연구기관인 고려의학연구원은 △고려약연구소 △체질연구소 △침구연구소 △정보기술연구소 △동의과학연구소 △동의내과연구소 △어린이영양관리연구소 △외과연구소 △함흥임상의학연구소 △환경위생연구소 등 10개 이상의 기관이 구성돼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이외에도 의학과학원에 약학·천연물질 연구소, 고려약 기술센터, 모든 의학대학의 전통의학부, 고려의학 특별병원, 모든 단계의 의학기관들이 전통의학에 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한편 고려의학 교육기관은 평양의학대학과 각 도의 모든 의학대학 내에 고려의학부를 두고 있으며, 최초의 고려의학부는 1959년 개성의학전문대학교에 설립된 이후 1970년대 말까지 모든 의학대학에 고려의학학부가 세워졌다.
고려의학부는 의학부와 동일한 교육시간을 갖는 것으로 보이며, 교육기간은 6년, 5년6개월, 예과 1년 및 본과 6년의 총 7년 등 자료마다 약간의 차이가 있다.
고려의학부의 교육 내용은 1∼3년 때는 예비과로 서양의학 기초과정을 이수해야 하며, 4∼7년 때는 서양의학의 임상과정과 고려의학 기초·전문 과정 및 임상과정을 이수해야 한다. 평양의학대학 고려의학부의 교육내용은 2학년까지는 일반의과의 임상의학부와 같고 3학년부터 임상의학과 고려의학이 결합된 교육을 받는다.
북한에서는 ‘교실’을 ‘강좌’라고 하는데, 평양의학대학 내에는 기초의학부의 10개 교실과 임상의학부 30개 교실, 고려의학부 13개 교실이 있으며, 임상의학부(신의학) 내의 교실 중 고려의학 교실은 1개가 있다고 보고된 바 있다. 또한 각 학부에 필요한 고려의학 강의 외에도 전국의 현직 신의사들 중 고려의학을 2년 동안 교육시켜 고려의학과 신의학이 결합된 의사를 양성하고 있으며, 임상의학부 학생들도 100여 시간 고려의학을 교육받는다.
한 귀순자의 증언에 따르면 남한 한의대의 교육과정에서도 신의학을 상당히 교육하고 있으나, 북한은 남한에 비해 신의교육에 대한 비중을 더 많이 두고 있으며, 고려의학 과목 자체도 진단을 신의적으로 하는 등 신의학적 요소를 많이 포함하고 있다고 전하고 있다.
이와 함께 면허체계를 살펴보면 고려의사가 되기 위해서는 의학대학 내 고려의학부를 졸업해야 하며, 시험을 거쳐 자격을 국가에 등록해야 한다. 또 WHO에 따르면 의과대학 약학부의 5년제 고려약제과를 졸업한 전통의학 약제사도 존재한다고 보고키도했다.
고려의사는 의사와 마찬가지로 시험을 통해 면허를 취득한 이후 3년마다 자격시험을 보며, 6급∼1급의 급수제도와 연계된 졸업 후 재교육을 수행하게 된다. 고려의사 자격시험은 재학 중 약 50여개 학과목을 이수한 후 국가졸업시험에 합격하면 자격이 주어지게 되며, 시험은 5점 만점제로 과목당 3점 이상이면 합격이다.
반면 탈북한의사인 김지은 원장에 따르면 북한의 의사자격시험은 한국의 의사국가고시 같은 면허시험이 아닌 졸업시험이며, 이에 따라 호담당의사, 연구사, 공무원, 병원의사 등으로 진로가 결정된다는 설명이다. 또한 고려의학연구원은 고려의사와 의사 모두에 대해 1년간의 재교육을 진행하고 있으며, 고려의사가 된 후의 진로는 개인이 선택할 수 없고 국가가 전략적으로 배치하게 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