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광역시와 부산광역시한의사회가 지난해까지 4년 동안 진행해오고 있는 ‘한의치매예방관리사업’에 대한 결과보고서가 최근 완료된 가운데 올해 사업에서도 경도인지장애 대상자들의 인지기능 개선·유지 효과는 물론 한의치료의 재현성까지도 입증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부산시한의사회(회장 이학철)가 발표한 ‘2019 한의치매예방관리사업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사업은 선별검사 등의 결과를 토대로 총 325명의 참여자를 선정해 거주지에 인접한 한의치매예방관리사업 지정한의원으로 배정했으며, 지정한의원에서는 참여자를 대상으로 MMSE 및 GDS(인지기능) 검사, 한의학적 문진을 실시한 후 치료를 개시했다. 지난해 사업은 중도에 탈락기준에 해당하는 참여자 97명이 탈락, 최종적으로 228명에 대해 사업을 마무리했다.
보중익기탕, 당귀작약산, 가미귀비탕 등 6개 처방 활용
한의치료 중 약물 치료는 △보중익기탕 △당귀작약산 △가미귀비탕 △육미지황탕 △팔미지황탕 △계지복령환 등 총 6개의 처방이 활용됐으며, 이들 한약은 크라시에엑스세립(콜마파마(주))으로 식품의약품안전처 안전성 평가를 통과한 제품을 활용했다. 처방 선정은 지정한의원에서 참가자를 대상으로 부수적인 증상이나 체질을 변증해 결정했으며, 6개월간 1일 2회(아침·저녁 식후) 복용케 했다.
또한 비약물 치료인 침 치료의 경우에는 6개월간 주 2회 시행했으며, 자침 혈위는 신경인지장애 침 치료효과에 관한 여러 연구를 바탕으로 선정됐다. 또한 인지기능 장애에 대한 약침 치료의 효과 분석을 위해 무작위로 추출된 참가자를 대상으로 시행한 약침 치료에서는 △풍지 △견정 △신수 △대장수를 선택해 풍지·견정에는 지황약침을, 신수·대장수에는 녹용약침을 6개월간 주 2회 시술했다.
분석 결과 신규 참여자(167명)의 경우 MMSE 검사에서는 사업 전 26.29±2.30에서 사업 후 27.04±2.24로 0.75점 상승하였으며, MoCA 검사에서는 21.66±2.32에서 24.22±2.75로 2.56점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MoCA 검사의 경우에는 2016년 2.89점, 2017년 2.99점, 2018년 2.96점으로 매년 비슷한 상승폭을 나타내고 있으며, MMSE와 MoCA에서 차이가 발생한 것은 천장 효과로 인해 상대적으로 쉬운 MMSE가 개선 정도를 정확히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참여자의 인지개선 효과 수년간 유지 ‘확인’
이와 함께 한의치료 효과의 지속성을 살펴보기 위해 연속사업 참여 횟수별로 분석한 결과 MMSE의 경우 △1년차 0.75±2.24 상승 △2년차 0.29±2.40 상승 △3년차 0.36±1.45 상승으로, 또한 MoCA 점수는 △1년차 2.56±2.75 △2년차 1.56±3.26 △3년차 0.57±2.17 상승 등으로 조사돼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인지개선 효과는 수년간 유지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와 관련 부산시한의사회 관계자는 “MoCA의 경우 사업 연속참여 횟수가 많을수록 MoCA의 Baseline 점수가 높고 사업 참여에 의한 MoCA 점수가 유의하게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이는 MMSE보다 천장효과가 나타나기 힘든 MoCA의 특성 때문으로, 연속된 사업 참여의 효과가 MMSE에 비해 잘 나타난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변증에 의해 투여된 한약제제에 의한 인지기능 점수 변화량의 차이를 분석해 본 결과, 활용된 한약제제의 종류에 상관없이 6종류 모두가 어느 정도의 인지기능 개선효과가 있음을 확인했다. 더불어 인지기능 개선효과에 영향을 미치는 인자로는 치매고위험군에서는 참여자의 성별, 연령, 학력, 가족력, 수면장애, GDS(노인우울척도)가 동일한 정도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입증되기도 했다.
사업에 다시 참여하고 싶다 ‘88.6%’
특히 사업 참여자의 만족도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사업에 대해 만족한다는 응답이 90.4%, 보통 8.8%, 불만 0.9%로 나타났으며, 치료법 만족도(10점 만점)는 침 8.44점, 한약 8.17점, 약침 8.36점으로 각각 응답했다. 또한 사업에 재참여 의사를 묻는 질문에 대해서는 ‘참여하고 싶다’가 88.6%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뒤를 이어 ‘고민 중’ 10.1%, ‘참여의사 없음’ 1.3%로 집계됐다.
한편 부산시한의사회에서는 한의치매예방관리사업을 통한 참여자들의 인지능력 개선을 보다 명확한 근거로 제시하기 위해 향후 사업방향을 제언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과학기술의 발달로 인한 신경영상을 접목해 인지장애에 대한 한의치료의 효과를 검증하려는 시도들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 기능적 자기공명영상(fMRI)은 10여년 전부터 침 치료를 통한 주요 신경기전을 연구하기 위해 사용돼 왔는데, 인지기능 저하에 대한 침 효과를 증명한 근래 연구를 보면 침 치료 이후 휴지기에 fMRI검사를 통해 관찰한 결과 뇌에서 인지와 관련된 영역의 상호연관성을 증가시켜 뇌 네트워크를 조절하고, 경도인지장애자의 인지기능을 유의하게 개선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최신 기술 활용한 치료효과 입증에 ‘박차’
또한 기능적 근적외선 분광법(fNIRS)을 이용하여 경도인지장애자에 대한 침 치료효과를 증명한 연구를 살펴보면, fNIRS 스캐닝 및 MoCA-K 검사를 통해 경도인지장애자의 MoCA 점수가 침 치료 전후 유의하게 상승한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휴지기와 활동기에 측정한 fNIRS에서는 작업기억과 연관된 전전두엽 피질이 활성화가 관찰됐다.
부산시한의사회는 “인지장애에 관한 한의학적 치료를 활용한 기존의 국내외 연구를 바탕으로 부산광역시와 부산시한의사회는 지역사회에 도움이 되고자 지난 2016년부터 한의치매예방관리사업을 이어오고 있다”며 “그동안 치료 효과의 재현성 및 장기유지가 확인되어 학회지에 논문을 게재했고, 참여자의 만족도 역시 높게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부산시한의사회는 “공학기술이 발달하면서 fNIRS도 소형화되고 이동성이 편리해졌으며, 각종 자동화 소프트웨어가 개발되고 있다. 앞으로 이를 응용하려는 시도를 도입하고, 신경인지검사뿐만 아니라 신경영상을 포함해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한의치료의 효과를 분석해 나갈 예정”이라며 “또한 대상자 모집·선정·참여 등에 관한 행정적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고 사업대상자의 장기추적을 위해 컴퓨터 프로그램(SenseManager)도 도입해 활용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