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를 계기로 형성된 공공보건의료 발전에 대한 공감대를 지속적인 사회적 투자로 연결시킴으로써 공중보건 위기상황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체계를 갖추는 한편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축적된 경험을 차분히 반추해 우리나라 보건의료체계의 취약점 보완과 국민건강 구현을 위한 계기로 삼는 것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원장 조흥식)이 지난 19일 발간한 ‘보건복지 ISSUE & FOCUS’ 제377호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특집호 제5편으로, 이번호에서는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대응을 통해 살펴본 감염병과 공공보건의료’(윤강재 보건정책연구실 보건의료연구센터장)를 주제로 글을 게재했다.
지난 1월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이후 초기에 정체돼 있던 환자 수는 2월19일을 기점으로 큰 폭으로 증가돼 같은달 23일 감염병 위기경보 수준이 ‘심각’ 단계로 격상됐다. 이 과정에서 신천지 집단감염이 대구·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발생했고, 해당 지역 일부에서는 보건의료자원 수용 한계를 넘는 확진 환자가 급증해 의료 인력과 병상 부족, 적시에 필요한 의료서비스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이에 대해 윤강재 센터장은 “코로나19 유행 전 우리나라는 과잉 공급을 우려할 정도로 병상자원을 보유하고 있었고, 국민들은 자유로운 의료서비스 이용에 익숙했다”며 “그러나 코로나19 상황에서 국민들이 목격한 병실 부족으로 인한 입원 대기열과 병실이 없어 자가격리 중 사망 사례가 나온 것은 그동안의 익숙함과는 모순되는 경험이었다”고 설명하며, 기간·규모·파급력 예측이 불확실한 감염병의 특징은 일시적인 의료서비스 공급 부족현상의 한 원인임은 분명하지만 이 모순의 저변에는 민간 중심의 총량 확충에 맞춰져 왔던 우리나라 공공보건의료체계의 문제점이 잠재해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메르스 사태 이후 일부 개선에도 불구하고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보듯 감염병 전문치료체계 및 전문병상(음압병상) 부족 등의 문제가 ‘병원 경영의 논리’에 가려진채 계속 노정되고 있다는 것.
윤 센터장은 “감염병 대응은 대표적인 시장 실패 가능 영역으로서 가격과 시장체계 작동이 어렵기 때문에 일차적으로 공공보건의료기관이 대응하는 것이 타당하다”며 “‘비용’과 ‘효율’의 관점이 아니라 ‘사전 예방’의 관점에서 판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례로 그는 국립대 병원과 지역 거점 공공병원에는 음압병상 수 확대를 의무화하거나 최소한 이동형 음압기를 일정 대수 이상 확보하도록 의무화하되, 이에 따르는 손실분을 ‘착한 적자’로 인정하는 제도적 보완책 등을 제안했다.
또한 감염병 대응에서 특정 지역 의료시스템에 과부하가 걸릴 경우에 대비해 인근 권역을 ‘전원·이송체계’로 묶는 방안도 검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이번 코로나19 사례와 같이 ‘대구 권역 진료권’에서 다수 환자 발생시 경북권(1차)→부산권·울산권·경남권·충북권(2차)과 같이 순차적으로 환자 전원·이송과 병상자원 등의 배분 활용 권역을 넓혀가자는 주장이다.
윤 센터장은 “과거 메르스 등의 감염병 유행시 고조됐던 공공보건의료 지원 의지가 ‘지속성’ 있는 투자로 이어지지 못했던 점을 반면교사로 삼아 시설, 인력, 병상 등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자원 확충 계획을 준비해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
이와 함께 “이번 코로나19 사태가 여러 난제들을 안겨주고 있지만 ‘공공보건의료는 정부나 공공기관만이 담당해야 하는 것이 아닌 공공의 이익(public interest)을 위해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대응하는 영역이라는 인식이 생긴 것’은 긍정적으로 평가할 만하다”며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나타난 현상들을 통해 공공보건의료의 확충이 단지 의료기관의 확충 차원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보건의료체계가 보여준 취약지점을 보완하는 접근으로 발전해 나간다면, 향후 발생가능한 감염병에 대한 효과적인 대응뿐만 아니라 국민의 건강한 삶 구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