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상호교수
대구한의대부속 포항한방병원 한방신경정신과
코로나19 사태가 언제쯤 가라앉을지가 사람들의 관심사다. 코로나로 인한 불안으로 ‘코로나 블루스’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감염병이란 사회적 대재난은 사람들에게 깊은 불안감을 심겨줬다. 또한 우리를 구속한다.
감염에 대한 불안과 함께 사회적 활동이 제한되어 외로움을 많이 느끼고 타인에 대한 혐오감을 자주 경험하는 등 정서적 스트레스를 매일 경험하여 불안장애의 발병이 걱정된다.
물리적 활동 제한으로 신체기능이 저하되고 생활리듬이 깨져 불면이나 우울증이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또한 지금 경험하는 그리고 향후 닥쳐올지도 모를 경제불황으로 인한 걱정도 크다.
비극적인 대형 재난으로 전국민이 스트레스에 노출되면 재난 당사자뿐 아니라 소식을 접한 모든 이들의 건강을 악화시킬 수 있다. 계속해서 재난 소식을 접하게 되면 그 사건을 마치 자기 일처럼 여겨지고 스스로가 잠재적인 피해자가 될지도 모른다는 상상을 자꾸 하게 된다.
대중매체는 재난의 충격을 널리 전달해 불쾌한 정신건강 문제를 직접 영향을 받지 않은 사람들에게까지 발생시킬 수 있다. 비극적인 소식이 자꾸 반복해서 대중매체로 전국에 전파되면 스트레스 관련 증상을 증가시킬 수 있고, 직접 재난을 겪지 않은 사람에게서도 심장병 발생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보고가 있다.
서울대 응급의학연구소 연구진의 2019년4월 발표연구에서 세월호 사건 당시 급성 심장병과 부정맥의 발병률이 뚜렷하게 높았다. 9.11사건 후 미국 플로리다에 사는 심박조율기를 부착한 환자 중에서 심실세동 발생률이 증가했다는 보고 및 동일본대지진으로 영향을 받지 않은 지역에 사는 외래환자의 심장발작 발병율이 지진발생 첫주에 증가했다는 연구도 있다.
외출 두려움, “전쟁터에 나오는 기분 같다”
게다가 2013년 보스톤 마라톤 폭발사건에 대한 연구에서는 트라우마 관련 대중매체를 자주 접한 사람들은 급성 심리적 스트레스 반응뿐만 아니라 사고 당사자보다 훨씬 큰 스트레스를 경험한다고 말한다.
하지만 환자들은 집 밖을 나서는 것을 두려워 한의원을 찾는 게 쉽지 않은 현실이다. 병원이란 곳이 불특정 다수가 찾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한 환자분은 남편의 가지 말라는 만류에도 불구하고 진료실에 오셨다. 방독면 수준의 마스크를 두개나 겹쳐 끼시고 치료실에서도 여러 번 손 소독을 꼼꼼히 하며 나를 보며 반가우면서도 혹시나 모를 감염을 걱정하셨다.
집에서 단단히 준비하고 나오는데 마치 “전쟁터에 나오는 기분 같았다”고 말씀하셨다. 이렇듯 환자분들이 진료실에 자주 내원하기를 꺼리는 상황에서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지금 바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이침치료’가 있다. 이침치료는 부작용이 적고 간편하게 시술 가능한 비약물치료법이다. 진료실에서 한약처방과 함께 씨앗이나 피내침을 활용하여 3~5일 정도 유침 한다면 병원 방문을 부담스러워하는 환자에게 최소한의 방문으로 치료효과를 유지할 수도 있다.
아예 내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이침 혈위를 교육하고 이압봉을 이용해 스스로 지압하는 방법으로 환자 스스로 스트레스를 조절하는데 활용할 수 있다. 특히 참고할 수 있는 방법은 미국립침치료해독연합(the National Acupuncture Detoxification Association; NADA)에서 활용하는 표준화된 이침치료 protocol이다.
뉴욕시 5개 소방서 상담센터서 이침 프로그램 제공
다양한 정신건강문제에 적용되고 있는 NADA protocol은 신문(Shenmen), 교감(Sympathetic), 간(Liver), 신(Kidney), 폐(Lung)의 혈위를 사용하는데, 원래 헤로인중독환자를 위해 미국에서 개발된 보조치료지만 2001년 뉴욕의 9.11 사건과 허리케인 카트리나 이후 NADA 이침치료 protocol이 심각한 트라우마를 경험한 자들에게도 도움이 된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침은 9.11 이후 뉴욕 맨하튼에 있는 성빈센트병원에서 사용되었다. 의료진, 지역주민, 응급의료요원 등의 스트레스를 완화하고 불면증을 개선했다. 이침은 현재 뉴욕시 5개의 소방서 상담센터에서 치료프로그램으로 제공되고 있다.
이침치료는 그 이완효과가 보통 수분 내에 나타나는데 즉각적인 효과로 인해 급성 통증 및 혈압 조절과 같은 응급의학 분야에서도 활용가능하다는 연구들도 있다.
이침은 발병 1개월이내의 급성스트레스장애의 증상을 안정시키는데 좋았고 정신이 맑아지고 스트레스대처능력이 좋아지고 불면이 개선되고 통증이나 근육경련, 우울증, 트라우마 사건이 자꾸 떠오르거나 불안한 증상도 개선되었다는 보고가 있다. 이침치료는 케냐내전 난민, 미얀마 난민, 아이티 지진 이재민 등 전세계 재난현장에서 인도적 의료활동의 주요 치료수단으로 활용되었다.
이침은 그 치료 메커니즘으로 뇌신경 중 삼차신경분지와 미주신경을 자극하는 Auricular Neuromodulation을 통해 효과가 나타나는 것으로 생각되며 진통, 체중감량, 간질·만성통증·이명, 항염증, 면역조절, 뇌신경세포 손상회복 등의 효과가 보고된다.
감정자유기법(EFT) 활용, 정서·신체적 문제 치료
NADA protocol 각 혈위의 효과를 살펴보면, ‘신’은 한의학에서 공포와 연관되며 특히 뇌수를 저장해 뇌기능의 원천이다. ‘간’은 기의 소통을 주관하여 소통이 정체되면 짜증이 나고 화가 잘 나게 된다. 간의 건강은 분노 조절과 전신기능을 원활하게 유지하는데 중요하다.
‘폐’는 호흡과 면역력을 담당하며 특히 우울증과 연관된다. ‘신문’은 정신의 통로로 심장과 연관되며 불안/긴장을 다스리고, 차분함과 평안, 이완효과를 나타낸다. ‘교감’은 교감신경·부교감신경의 균형을 조절해주고, 강한 진통효과 및 비·위와 연관되어 내장기관의 혈관확장으로 소화를 촉진하고, 간과 함께 짜증과 공격성을 감소시킨다. 이압요법을 교육할 때 위와 같은 혈위의 특성을 함께 설명해준다면 환자는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게 될 것이다.
다른 방법은 감정자유기법(EFT)이다. 한의계 최초로 신의료기술에 선정된 방법으로 경락을 두드려 정서적, 신체적 문제를 치료하는 방법이다. 시술이 간단하고 환자에게 교육해 자가 시행할 수 있도록 활용가능하다.
여러 번 방문이 어렵다면 후계혈을 두드리며 수용확언을 사용하는 방법만을 교육해서 활용할 수 있고 유튜브 등 접근 가능한 영상매체를 통해 환자에게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활용을 격려할 수 있다. 코로나19 재난의 충격은 길게 갈 가능성이 있다. 우리들은 진료실에서 만나는 환자가 호소하는 현재 불안뿐 아니라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정신건강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장기적 관리와 도움을 주어야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EFT 치료 중 긍정확언을 교육하고 시행하는데 이렇게 긍정확언을 나누고 싶다.
“코로나 때문에 불안하고 힘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뜻밖에 좋은 일이 생길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