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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05월 16일 (토)

정우열의 노자이야기 17

정우열의 노자이야기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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居善地, 心善淵, 與善仁, 言善信, 政善治, 事善能, 動善時. 夫惟不爭, 故無尤.



머물러 깃드는 데는 땅이 제일 좋다는 말이다. ‘선(善)’은 착하다는 뜻이 아니다. 좋다는 뜻이다. 깃드는데, 사는데는 땅이 제일 안전하지 않은가? 그러니까 살만한 곳은 높은 하늘도 아니고 구름도 아니고 땅이 제일 좋다는 건데, 그 까닭은 거기가 가장 낮은 곳이기 때문이란 말이다.



땅에는 더러운 곳도 있지만 아름다운 곳도 있다. 그런데 그 물은 더러운 곳이고 아름다운 곳이고 어디에나 다 있다. 땅을 떠나서는 물이 있을 곳이 없다. 설령 수증기가 되어 하늘로 올라간다 하더라도 결국에는 비가 되어 땅으로 다시 내려온다.



‘심선연(心善淵)’, 이 말은 ‘마음은 깊은 것이 좋다’란 말이다. 마음을 함부로 쓰지 않으면 도(道)와 어긋나지 않는다. 왜냐하면 도(道)는 깊기 때문이다. 여기서 마음이 깊다는 것은 쉽게 흔들리지 않는다는 말이다. 자기 소견이나 감정에 끄달려 쉽게 움직이지 않는다는 말이다.



‘여선인(與善仁)’은 ‘벗을 사귀는데 어진 것이 좋다’는 말이다. 물론 벗만이 아니다. 더불어 함께한다는 뜻이니 사회생활 전체를 뜻한다. ‘인(仁)’은 상대를 아끼고 상대를 보살피고 상대를 존중하고 만물을 전부 자기처럼 보듬고 하는 그런 것이다.



‘언선신(言善信)’은 ‘말은 성실한 것이 좋다’는 말이다. 믿음[信]이란 성실한데서 오는 것이다. 성실함이 없는 말은 ‘빈말’이다. 알맹이가 없으면서 겉으로만 그럴싸한 말이다. 물은 언제나 속이 차있고 또 물은 거짓을 모른다.



‘정선치(政善治)’는 ‘정치는 잘 다스려지는 게 좋다’란 말이다. 잘 다스려진다는 것은 질서가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여기서 질서란 경찰국가시대나 군사정권시대처럼 독재자가 말하는 그런 질서가 아니라 도(道)의 질서, 자연의 도리에 맞게끔 다스리는 그런 질서이다. 여기서 ‘정(政)’이란 글자만 보고, 요새 세상의 별 희한한 정치를 연상하면서 ‘치(治)’를 생각하면 영 엉뚱한 오류를 범하게 된다. 여기서 말하는 정치는 자연의 도리에 맞도록 다스리는 것이 좋다는 그런 말이다.



뒤이어 ‘사선능(事善能)’이라고 했다. ‘일은 할 줄 아는게 좋다’는 말이다. 할 줄 모르고, 도리를 모르고 일을 하면 죄다 망가뜨리고 만다. 자동차 운전을 할 줄 모르면서 자동차를 가지려고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정치가 뭔지도 모르면서 정치를 하겠다는 사람이 너무 많다.



마지막으로 ‘동선시(動善時)’라고 했는데, 이는 ‘움직이는데는 때를 잘 맞추어야 한다’는 말이다. 움직이는 것은 때를 잘 맞추어 움직이는 것이 좋다. 여기서 말하는 때[時]는 ‘자연의 때’ 즉 ‘천시(天時)’를 말하는 것이다. 인간이 조작한 때가 아닌 하늘이 정하는 때를 말한다. 사람들이 ‘철든다’는 말은 씨를 뿌릴 철, 김을 맬 철, 웃거름 줄 철, 거두고 저장할 여러 철을 제때 알아차린다는 뜻이다.



그런데 요즘은 그 철을 사람이 만들어내 겨울에도 과일이 나오고, 여름에도 얼음이 얼어 ‘무시(無時)’가 되어 ‘철부지’가 될 수밖에 없게 되었다. 물은 봄에 흐르는 물, 여름에 흐르는 물이 서로 다르다. 그러니 물은 철을 알아서 철 따라 그 흐름도 다르고 상태도 다르다.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여름 장마철 홍수는 해를 주는 것 같지만 자연 전체의 입장에서 보면 잃어버린 조화를 새롭게 하려는 조절장치다. 그러고 보면 대홍수는 천지자연이 ‘인(仁)’을 행사하는 것이다.



오직 다툼이 없기 때문에 근심이 없다는 말이다. 즉 잘못이 없어 탓할 것이 없다는 뜻이다. 『논어(論語)』에 “불원천(不怨天)하고 불우인(不尤人)한다”고 할 때의 그 우(尤)이다. ‘탓할 우’자로 ‘불우(不尤)’라고 하면 사람을 탓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다투지 않으니까 누굴 탓할 아무런 일도 없다. 다툰다는 것은 자기 머리를 남보다 조금이라도 앞에 내세우려고 해서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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