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병 직 리드교육연구원장]
마케팅에 실패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기 자신이 누구인지 제대로 알리지 못하는 데 있으며 두 번째 이유는 고객으로부터 신뢰를 얻지 못하는 데 있다. 소비 계층이 다양해지고 광고 매체가 늘어나면서 자신 알리기와 고객으로부터 신뢰 획득이 점차 어려워지고 있는 시점에서 입 소문 마케팅이 대안으로 주목 받고 있다.
1965년에는 18세에서 49세 사이의 미국 성인 80%에게 광고 메시지를 전달하는 데 60초짜리 TV 광고 3개만 있으면 충분했으나 2002년에는 9시 뉴스와 같은 황금 시간대에 TV 광고 117개를 방영해야 동일한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2003년 10월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세계광고주 연맹(WFA) 50주년 기념 행사에서 P&G의 글로벌 마케팅 최고 책임자인 제임스 스텐겔(James R.Stengel)은 소비자들의 변화된 라이프 스타일과 요구에 부응하고 새로운 마케팅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마케터들의 근본적인 인식 변화가 절실하다고 역설하면서 입 소문 마케팅의 사례를 소개하기도 했다.
만도공조의 김치냉장고 딤채는 구전 마케팅으로 성공한 대표적인 상품으로1995년 김치냉장고를 개발한 뒤 판로 개척을 위해 서울 강남 아파트단지에서 영향력이 높은 주부들을 선발하여 딤채와 김치를 무료로 나눠주고 ‘일단 써보도록’ 했으며 4개월 동안 무료로 사용하고 만족하면 반값에 드리겠다’고 약속했다. 이 제의에 응한 소비자 2천3백 명에게 95년 12월 제품이 배달되었고 결과는 “기대 이상의 극찬이었다” 였으며 약속대로 4개월 뒤 대부분의 소비자가 반값에 딤채를 구입했다. 1996년 6월부터 본격적인 제품 출시에 들어간 만도공조는 이들의 ‘입 소문’ 덕분에 승승가도를 달렸으며 이후에도 마케팅 전략은 주부들의 계모임을 통해 10대를 구입하면 1대를 공짜로 주고 시어머니를 모시는 주부에게 30% 할인혜택을 주는 등 얘깃거리를 만들어 주는 식의 구전마케팅에 중점을 두었다.
제프리 무어는 하이테크 마케팅의 고전으로 평가를 받는「캐즘 마케팅」에서 신제품이나 새로운 아이디어가 사람들 사이에 어떻게 퍼지는가를 설명한 바 있다. 그 출발점에는 혁신자와 조기 구매자가 있고, 전기 및 후기 다수 수용자를 거쳐, 마지막에는 지각 수용자에게까지 퍼지게 된다는 것이다. 과거 매스 마케팅 시대에는 전체 시장을 획일적으로 가로지르는 전략, 즉 소비자 개인의 특성이나 욕구를 고려하지 않고 다수의 소비자를 무차별적으로 공략하는 전략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으나 오늘날에는 이러한 매스 마케팅 전략에는 한계가 있다. 새로 나온 제품을 써 보려는 사람은 거의 없으며, 대다수의 소비자들은 지금 이대로에 만족해 한다.
이러한 상황에서 남은 전략은 바로 변화를 좋아하고, 새로운 걸 좋아하며, 적극적으로 새로운 물건을 찾아 다니는 그런 사람들을 공략하는 것이다. 그 후 이들에 의해 나머지 사람들에게까지 퍼지기를 기대하며 이들이 충분히 만족할 만한 제품을 만드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주변의 친구나 동료, 가족들에게 입 소문을 내도록 유도하고 적극 지원해야 한다.
광고가 법적으로 제약을 받고 있고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의료 서비스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구전 마케팅 전략이 더욱 중요하게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