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 기반의 진료와 복지 결합된 새로운 한의원 모델 제시할 것
국민의 필요에 의해 활용되어 질 때 한의약 가치 인정받을 수 있어
한의학적 관점 없이 사용돼 한의약 모습 왜곡…더이상 좌시말아야
일선 임상한의사들의 고민지점에서 한의계 100대 과제 선정
한의생태계연구소(KMESI)가 오는 24일 개소식을 갖고 ‘새로운 한의원 만들기 프로젝트’에 시동을 건다. 한의생태계란 무엇이고 새로운 한의원이란 어떠한 모습일까? 한의생태계연구소 박경숙 소장(화목한의원 원장)과 박미연 부소장(뜨레봄한의원 원장)을 만나 한의생태계연구소의 태동에서부터 지향하는 목표, 그리고 향후 계획까지 이야기를 들어봤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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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의생태계연구소 박경숙 소장(왼쪽)과 박미연 부소장.[/caption]
[한의신문=김대영 기자] “한국 사회 변화의 과정에서 의료가 어떠한 역할을 담당해야 하며, 한의학이 어떻게 국민건강에 기여할 것인지에 대한 연구와 정책적 활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하려 한다”
오는 24일 개소식을 앞두고 있는 한의생태계연구소는 한의계 현안에 대한 문제의식을 가진 일선 한의사들의 자발적인 참여 모임으로부터 태동됐다.
한의사로서의 자긍심을 갖고 한의학적 특성을 살린 진료에 임하기 어려운 현실을 느낀 한의사들이 2014년, ‘새로운 한의원 만들기 프로젝트’라는 주제아래 한의계의 정책과 제도의 나아갈 방향을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15년, 의료일원화 문제가 대두되면서 보다 체계적인 정책분야 연구의 필요성을 느껴 ‘새로운 한의원 만들기 프로젝트팀’을 결성하고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정책 전문가가 아니다 보니 보고서를 보고 논문을 찾아보는 단계부터 시작했다.
그리고 관련 연구자 및 전문가, 공직자들의 견해를 들어보고 산업현장까지 직접 방문해 보는 등의 과정을 거치며 한의원을 중심으로 연결돼 있는 한의생태계의 현실을 직시할 수 있었다.
한의생태계연구소 박경숙 소장은 “이원화된 의료체계에서 한의약이 하나의 중심축이 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양방에서 만들어 놓은 체계에 한의약을 억지로 끼워 맞춰가야 하는 모순에 의해 한의약 고유의 모습 자체가 훼손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미연 부소장은 “기존의 연구형태는 서양의학적 기준으로 연구설계를 하다 보니 연구결과를 한의 임상현장에서 활용하는데 괴리가 발생하게 됐고 이는 한의임상을 반영한 통계자료 부족으로 이어져 결국 정책이나 제도권 진입을 위해 필요한 근거자료가 없는 악순환이 되풀이되면서 한의 진료 여건이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는 어느 한 분야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다. 교육, 임상, 제도, 산업 모든 분야와 얽혀 있다. 다각적으로 원인을 분석해 문제의 해법을 찾아야만 하는 이유다.
그래서 박경숙 소장과 박미연 부소장은 국민의 건강을 위한 올바른 한의생태계를 복원해 한의학에 뿌리를 두고 진료와 복지를 담보해 낼 수 있는 한의원의 의료형태를 만들어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살률 세계 1위인 한국사회에 상담이 필요한 환자들이 너무나 많지만 단 몇분의 진료로 환자에게 처방전을 발부하는 지금의 형태로는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국민의 건강, 예방, 치료, 사후 관리, 복지, 정신건강 등 일생동안 안정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의료체계 구축이 필요하다. 이런 면에서 보면 한국 사회에서 의료가 가져야 할 위치로 영역 이외에 복지차원으로의 접근도 요구된다는 얘기다.”
심신의학적, 전인적 관점의 강점을 갖고 있는 한의학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는데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또 한의사는 한의학적 특성상 변증으로 모든 질환과 전 연령층을 관리할 수 있어 가장 먼저 환자들을 맞이해 건강을 관리하는데 최적화된 전문인력이다.
“한의학의 장점을 살려 한국사회에서 필요한 한의원의 진료형태 즉 새로운 한의원 모델 연구를 통해 국가적 차원의 의료인력 문제와 한양방의료의 불균형을 해소하고 국민건강과 복지에 발전된 방향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한의생태계연구소의 목표는 한의학적 토대 위에서 임상 한의사가 한의학을 근간으로 국민건강을 책임질 수 있고 필수의료로 자리잡도록 하는 데 있다.”
한의생태계연구소는 연구를 통해 한의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임상, 연구, 교육, 산업 등의 각 분야 현안을 살펴보고 현안에 대한 다양한 요인을 분석, 대안을 마련해 한의원이 필수의료로서 국민건강에 자리매김할 수 있으면서 개별적인 기술, 제품, 서비스 형태를 넘어 복지, 의료 및 지역사회의 각 분야들과 상호관계를 통해 어우러지고 일차의료로서의 역할들을 해 나가는 모델을 마련하고자 한다.
또 한의생태계가 매끄럽게 순환되려면 서로간의 역할이 제대로 주어져야 하는데 현재 그렇지 못한 부분이 무엇인지를 찾아내고 그 원인을 분석해 해법을 제시함으로써 한의학으로 질병을 치료하고 국민의 삶을 개선시켜 나가는 복지거점한의원으로 거듭나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 한의생태계연구소가 앞으로 하고자 하는 일이다.
그러나 한의의료체계의 임상적 특징을 제대로 살리려면 한의사들의 노력뿐 아니라 국가 정책의 뒷받침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통의학의 가치에 자부심을 갖고 세계 시장을 장악해 가고 있는 중국을 보면 알 수 있다.
국가적 지원으로 한의학의 가치에 대한 중요성이 보완됐을 때 우리나라 보건의료의 한 축인 한의학이 정상적인 의료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국민 건강에 기여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박경숙 소장은 “여러 갈래로 쪼개져 있는 한의계가 모두 논의의 장으로 나와 머리를 맞대고 중요한 현안들을 함께 해결해 나가야 한다. 한의생태계연구소 개소식이 그러한 장의 시발점이 됐으면 좋겠다. 그리고 한의학적 관점 없이 한의약이 사용되어지면서 보여지는 왜곡된 모습들에 더 이상 좌시하지 말고 한의사 모두가 관심을 가졌으면 한다. 다만 우리가 하려고 하는 것들이 한의사의 권익만을 내세워서는 받아들여지지도 않을뿐더러 우리 내부에서도 동력이 떨어지게 될 것이다. 한의학이 가치가 있다고 해서 그냥 그 가치를 인정받는 것이 아니라 국민들의 필요에 의해 활용되어 질 때 비로서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는 관점에서 다 함께 노력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박미연 부소장은 “시대가 바뀜에 따라 제도적 형태의 틀은 충분히 변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또 의료 외부의 다각적 관점으로 시각을 넓혔을 때 한의가 제대로 의료계에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저희가 모든 것을 다 할 수는 없다. 취지에 공감하고 동참하고자 한다면 언제든지 열려있다. 한의생태계연구소는 정책연구만 하는 개념이 아니라 협업하고 소통하고 논의하는 장으로서의 플랫폼이 되고자 한다”고 말했다.
한편 한의생태계연구소는 개소식에서 한의의료 발전을 위한 한의계 100대 과제를 제시할 예정이다. 실제 임상한의사들이 고민하고 있는 한의계 내에 산재한 현안들을 주제로 선정한 100대 과제는 한의생태계연구소 개소 후 본격적으로 다각적 원인 분석과 대안 마련을 위한 연구가 진행된다.
임상현장과 산업, 기본적 정책과의 연관성을 고려한 연구를 통해 실효성을 높이고 임상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의임상의 특징을 반영할 수 있는 한의임상 연구방법에 대해서도 연구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