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48개 안건 본회의 의결… 천연물신약 감사원 감사 의결
의료사고 예방, 환자 안전인력 배치 등 ‘환자안전법’ 통과
천연물신약 개발사업 특혜 의혹으로 복지부와 식약처가 감사원 감사를 받게 됐다.
국회는 지난달 29일 본회의를 열고 보건복지위원회가 제출한 ‘2014년도 국정감사 관련 감사원에 대한 감사요구안’을 의결했다고 밝혔다.
앞서 보건복지위원회는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사업(14년간 1조원 투입)의 특혜 의혹에 대한 감사를 만장일치로 상정한 바 있다.
복지위에 따르면 복지부는 지난 2000년 제정된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촉진법에 따라 천연물신약 연구개발 사업을 추진한 이후 지금까지 약 1조원을 투자해 제약사들의 신약 개발을 도왔다.
동아ST의 ‘모티리톤정’, 녹십자의 ‘신바로캡슐’, 안국약품의 ‘시네츄라시럽’, 구주제약의 ‘아피톡신주’, 한국피엠지제약의 ‘레일라정’, 영진약품의 ‘유토마외용액’ 등 나머지 6개 국산 천연물신약 모두 직·간접적으로 이 사업의 지원을 받아 제품화에 성공한 사례다.
그러나 외형적 성과와 달리 사업 내용을 들여다보면 관리가 엉망이라는 게 복지위의 평가다. 실제로 복지부는 이 사업에 투입된 금액을 정확하게 파악하지도 못하고 있고 5년마다 수립해야 하는 ‘천연물신약 연구개발촉진계획’도 수립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복지위는 국산 천연물신약이 투자 금액에 비해 효과가 불분명한데도 무리하게 보험급여를 적용해 국고를 낭비했다고 지적했다. 복지위 소속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은 “2001년부터 지금까지 천연물신약 8개 중 스티렌정이 1억500만원에 수출된 것을 제외하면 해외수출 실적은 전무하다”고 지적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해 국산 천연물신약들에서 암을 일으키는 독성물질이 검출되면서 위험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앞서 식약처가 지난해 3월 조사를 진행했을 때도 5개의 국산 천연물신약에서 1급 발암물질이 나와 허가를 둘러싼 지적이 제기됐다. 하지만 식약처는 이에 대한 어떤 대응책도 마련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복지위 관계자는 “식약처가 ‘의약품 등의 안전성·유효성 심사에 관한 규정’을 개정해 천연물신약의 임상시험 절차를 생략하는 방식으로 허가 절차를 완화시켰다”며 “제약사들에게 특혜를 줬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 감사로 ‘천연물신약’ 정책 문제점 철저한 규명 기대
관련 제약사들은 감사요구안이 본회의를 통과해 감사원이 실제 감사에 착수하면 최악의 경우 이들 제품을 시장에서 철수해야할 수도 있다며 우려하고 있다.
이 외에도 국회는 지난달 29일 열린 제330회 제3차 본회의에서 환자안전법 등 148개 법안을 의결했다.
환자안전법은 지난 2010년 5월 백혈병 투병 중이던 고 정종현군이 정맥에 맞아야 할 항암제 빈크리스틴을 척수강 내에 잘못 주사 받고 사망한 사건을 계기로 의료사고를 예방하자는 취지하에 추진됐지만 의료계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환자안전법은 ▲보건복지부가 환자안전종합계획을 5년마다 수립·시행하고 ▲보건복지부 산하에 국가환자안전위원회를 설치하며, 특히 ▲300병상 이상 의료기관은 환자안전위원회를 설치·운영하고 환자안전전담인력 배치를 의무화하는 내용을 주로 하고 있다.
의료계는 법 취지에는 공감하나 위원회 설치와 전담인력 배치 의무화가 의료기관의 경영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것이라며 우려를 표해왔다. 이에 대해 보건복지부는 법안 공포 후 시행까지 1년 6개월 간 유예기간을 두고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또 이 법안은 환자안전사고를 발생시켰거나 발생한 사실을 알게된 보건의료인·환자 등은 이에 대해 자율적인 보고를 하고 보고사항의 조사·연구·공유를 위해 환자안전사고 보고·학습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했다.
애초 법안에는 자율 보고한 정보를 재판의 증거로 사용하는 조항이 담겨 있었으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삭제됐다. 또 의료기관 인증에 관한 사항, 환자안전사고 발생 의료기관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 처벌 등도 논의 과정에서 배제됐다.
이밖에 약사법 일부개정법률안도 가결돼 앞으로 의약외품에 대한 재평가 제도가 도입된다. 살충제·살균제 등의 안전성 및 유효성을 재평가하는 게 골자로 가습기 살균제에 의한 사망사건·치약 속 파라벤 방부제 안전성 논란·가정용 살충제 속 농약 검출 등의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자 추진된 법안이다.
또 의약품도매상 창고기준도 264㎡(80평) 이상에서 165㎡(50평) 이상으로 완화된다. 다만 수입의약품·시약·원료의약품만을 취급하는 경우와 한약·의료용고압가스 및 방사성의약품만을 취급하는 경우는 현행대로 유지된다.
의료법 개정안도 통과됐다. 이번 개정안에는 전문병원 지정취소 요건·간호조무사 자격시험 부정행위자에 대한 제재 근거·의료기관 세탁물취급자에 대한 감염예방 교육 실시 등에 관한 사항을 법률로 규정했다.
이외에도 본회의에서는 농어민에 대한 건강보험료 지원 방식을 현재의 50% 정률 지원에서 보험료부과점수를 고려해 차등 지원할 수 있도록 하는 농어촌주민 보건복지증진 특별법 개정안, 산후조리업 신고시 책임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모자보건법 개정안, 의료기기 등의 인증표시 부정사용에 대한 법률 근거를 마련한 보건의료기술 진흥법 개정안 등 총 19개 보건복지위 소관 법안이 상정돼 모두 통과됐다.
이밖에 본회의를 통과한 법안은 ▲치매관리법 개정안:치매환자 가족을 위한 상담프로그램 개발, 광역치매센터와 치매상담전화센터의 설치 및 비용지원에 관한 근거 마련 ▲지방의료원의 설립 및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지방의료원의 이사회 구성시 지역주민 대표와 전문가를 포함시켜 지방의료원 운영의 공공성과 전문성을 강화 ▲공공보건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공공보건의료 수행에 필요한 비용을 정부가 보조할 수 있도록 함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권역센터의 중증환자 최종치료 기능과 지역센터·지역기관의 초기 응급조치 기능 강화 ▲정신보건법 개정안:정신보건시설장에 권리행사방법 고지 등 의무 명시 ▲의료기기법 개정안:위해도가 낮은 의료기기에 대한 인증 및 신고 업무 위탁 가능하도록 함 등이 있다.
지방의료원 운영의 공공성 강화, 응급의료 권역센터 치료 기능 제고
한편 ‘의료민영화법’으로 불리며 야당과 시민단체, 의료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하 서비스발전법)’이 지난해 국회 본회의의 문턱을 넘지 못했으나 올해에도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서비스발전법안은 기재부 산하에 ‘서비스산업선진화위원회’를 설치해 의료를 비롯한 서비스산업 연구개발 활성화 및 투자 확대 등 기본계획과 연도별 시행계획을 수립한다는 내용이 골자다.
법안에 따르면 기재부 장관이 위원장을 맡는 서비스선진화위는 ▲서비스산업 발전과 관련된 제도 개선 ▲서비스산업 발전을 위한 재정ㆍ세제ㆍ금융 등 지원 ▲서비스산업 인력의 양성, 수요ㆍ공급 등 인력정책 ▲서비스산업 관련 정책의 추진을 지원하기 위한 조직ㆍ인력에 관한 사항 등을 심의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어 사실상 보건복지부가 아닌 기재부가 의료서비스 정책을 주도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법은 현 정부가 서비스산업 선진화를 명목으로 추진 중인 △영리병원 허용 △의료기관의 영리형 부대사업 허용 △의료기관의 호텔업 허용 △보험회사의 환자유치알선 행위 허용 △원격의료 허용 등 의료분야 투자활성화 정책들의 추진을 뒷받침하기 위한 법으로 인식되면서 ‘의료민영화’에 반대하는 야당과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서비스발전법의 하위 법령만으로도 원격의료 도입이 가능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면서 원격의료 시범사업을 놓고 정부와 마찰을 빚고 있는 의료계의 우려가 큰 상황이다.
서비스발전법의 국회 통과는 실패했지만 정부와 여당의 추진 의지는 변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법 제정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은 올해에도 지속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