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실험 통해 재수술보다 뚜렷한 통증 회복·흉터 감소·염증 억제 효과 확인
[한의신문] 한의학에서 쓰는, 침 끝이 칼날처럼 생긴 ‘침도(鍼刀)’ 치료가 신경 주변에 들러붙은 조직을 풀어 통증을 줄이고, 몸속 흉터 조직과 염증 수치까지 낮추는 한편 그 효과가 유착 부위를 다시 수술해 떼어내는 방법보다 크다는 동물실험 결과가 국제학술지에 게재됐다.
대한침도의학회(회장 유명석)는 동국대 한의과대학 김승남 교수 연구팀과 공동으로 수행한 ‘Acupotomy alleviates perineural fibrosis, adhesion, and inflammation in experimental sciatic and vagus nerve adhesion models’라는 제하의 연구 논문이 엘스비어에서 발행하는 신경과학 분야의 권위 있는 국제학술지 ‘Experimental Neurology’ 9월호에 게재됐다고 밝혔다. 이번 논문에는 채효청 대한침도의학회 기획이사(선유재한의원장)가 공동 제1저자로, 김승남 교수가 교신저자로 참여했다.
침도, 몸에 주는 상처 최소화한 ‘최소침습 치료’
신경은 몸을 움직일 때마다 주변 근육과 힘줄 사이를 미끄러지듯 움직인다. 그런데 수술이나 외상, 오래된 염증으로 생긴 상처가 아무는 과정에서 흉터 조직이 신경에 달라붙어, 신경의 움직임과 혈액 공급을 방해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유착(癒着)’이라고 한다. 이처럼 유착된 신경은 움직일 때마다 당겨지고 눌리면서,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좌골신경통’이나 손이 저린 ‘손목터널증후군’ 같은 만성 통증을 일으킬 수 있다.
지금까지 유착에 대한 치료는 주로 약물이나 수술에 의존해 왔다. 진통제는 통증을 일시적으로 줄여줄 수는 있지만, 통증의 원인인 유착 조직을 풀지는 못한다. 아울러 수술로 유착을 떼어내는 유착박리술은 피부를 다시 절개해야 하는 만큼 새로운 상처가 생기고, 이 상처가 아물면서 유착이 다시 생기는 ‘재유착’이 한계로 지적돼 왔다.
이런 가운데 침도는 침(鍼)과 칼(刀)을 합친 이름 그대로, 침 끝이 폭 0.35mm의 납작한 칼날 모양으로 된 치료 도구다. 피부를 절개하지 않고 침처럼 찔러 넣은 뒤, 조직 속에서 유착된 부위만 골라 미세하게 자르고 떼어낸다(절개·박리). 시술 뒤에는 바늘 자국 정도만 남아, 몸에 주는 상처를 최소화한 ‘최소침습 치료’로 분류된다.
침도 치료 후 통증 정도, 정상에 가깝게 회복
연구팀은 실험쥐의 좌골신경과 미주신경 주변에 각각 인위적으로 유착을 만들었다. 이후 쥐를 △침도로 치료한 그룹 △처음 수술했던 부위를 다시 열어 유착을 떼어낸 재수술 그룹 △치료하지 않은 그룹으로 나누고, 정상 쥐와 함께 결과를 비교했다.
먼저 통증을 살펴보기 위해, 연구팀은 가는 나일론 실로 쥐의 발바닥을 눌러 어느 정도의 힘에서 발을 움츠리는지 측정했다. 이 값이 낮을수록 약한 자극에도 아파한다는 뜻이다. 관찰 결과 치료하지 않은 그룹은 이 값이 0.30까지 떨어져 가벼운 자극에도 통증을 느꼈지만, 침도 치료 그룹은 0.87로 정상에 가깝게 회복됐다. 반면 재수술 그룹은 0.28로 치료하지 않은 그룹과 큰 차이가 없었다.
또한 조직 검사를 통해 신경 주변 조직을 염색해 콜라겐(흉터를 이루는 단백질 섬유)의 양을 측정한 결과, 침도 치료 그룹은 정상 쥐와 비슷한 수준까지 줄어들었다. 재수술 그룹도 콜라겐이 줄긴 했지만 감소 폭이 작아, 치료하지 않은 그룹과 통계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와 함께 미주신경에 유착을 만든 쥐에서는 혈액 속 염증 물질(IL-6, IL-1β, TNF-α)이 모두 크게 증가했다. 이는 미주신경 주변의 국소적인 유착이 온몸의 염증에까지 영향을 줄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결과로, 이 미주신경 유착 동물모델은 연구팀이 이번에 처음 고안한 것이다.
실제 침도 치료 뒤에는 세 가지 염증 수치가 모두 크게 떨어졌고, 특히 IL-6와 IL-1β는 정상 쥐와 비슷한 수준까지 내려갔다. 반면 재수술 그룹은 IL-6가 뚜렷하게 줄지 않았고, IL-1β와 TNF-α도 침도 치료 그룹보다 감소 폭이 작았다.
수술 후 통증 지속되는 환자에게 새로운 선택지 제시
연구팀은 두 치료의 차이가 시술 방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해석했다.
즉 재수술은 피부와 근육을 다시 절개하고 벌리는 과정에서 조직이 새로 손상되고, 이 손상이 다시 염증과 흉터를 부를 수 있는 반면 침도는 바늘 굵기의 도구로 유착 부위만 미세하게 절개하기 때문에 주변 조직의 손상이 거의 없다는 것.
연구팀은 “이번 논문을 통해 침도가 재유착 위험이 높은 환자에게 임상적으로 유리한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입증, 이미 수술을 받았는 데도 유착으로 통증이 계속되는 환자에게 재수술 외의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며 “아울러 침도의 효과가 유착된 조직을 떼어내는 데 그치지 않고, 흉터 조직과 염증을 함께 줄이는 데까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침도치료, 국제 신경과학계에서 인정
한편 유명석 회장은 “한의학의 침도 치료가 어떻게 효과를 내는지 동물실험으로 규명해 국제 신경과학계에서 인정받았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채효청 기획이사는 “침도는 국소 부위의 미세절개만으로 시행하기 때문에 전신마취와 입원이 필요한 수술적 유착박리술에 비해 환자의 신체적·경제적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면서 “이번 연구에서 침도가 재수술보다 통증 회복과 흉터·염증 감소에서 더 나은 효과를 보인 만큼, 앞으로 임상연구를 거쳐 척추디스크(추간판탈출증), 척추관협착증 같은 신경 압박·유착 질환과 수술 후 후유증 치료에서 효과와 경제성을 함께 갖춘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김승남 교수는 “침도를 이용한 미세절개가 통증을 줄일 뿐 아니라 신경 주변의 섬유화(흉터화)와 염증까지 개선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며 “후속 연구를 통해 임상 적용의 근거를 더욱 탄탄히 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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