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기관 내 시술·환복 장면에 환자 신체 등 노출돼
정은경 장관 “불법영상 신속 차단…IP카메라 보완 필요”
▲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영상 갈무리
[한의신문] 국내 의료기관에서 환자들의 진료와 시술, 환복 모습 등이 담긴 CCTV 영상이 해외 불법 음란물사이트에 대거 유출·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수술실이 아닌 진료실·상담실·병실·대기실 등에 설치된 CCTV 영상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돼 의료기관 영상정보 보안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더불어민주당 허종식 의원(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인천 동구·미추홀구갑)은 7일 국회서 열린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국내 의료기관 CCTV 영상 유출 실태를 지적하고, 의료기관 영상보안 체계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밝혔다.
앞서 허 의원실은 해외 불법 음란물사이트에 유포되고 있는 국내 의료기관 CCTV 영상을 조사한 결과 산부인과·성형외과·한의원·재활의학과 등 의료기관 영상 80건을 확인하고, 지난 9월29일 경찰청에 수사를 의뢰했다.
확인된 영상에는 진료·시술 과정과 환복 장면이 담겨 환자의 얼굴과 신체가 그대로 노출돼 심각한 인권 침해와 2차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허 의원실이 확인한 영상 가운데 서울의 한 산부인과에서는 문제의 영상이 21건에 달했다.
영상에는 환자가 대기실과 상담실, 초음파실, 진료실 등을 오가는 모습이 동선별로 편집돼 있었으며, 시술 장면과 환자의 얼굴과 신체가 노출됐다.
다른 의료기관의 영상에서도 주사를 맞는 모습과 병실에서 옷을 갈아입는 장면, 성형외과에서 상담과 시술을 받는 모습 등이 확인됐다. 한의원의 경우 침 치료와 재활의학과의 도수치료 장면도 해외 사이트에서의 유통이 확인됐다.
영상들에 표시된 녹화일자는 2022년 2월부터 2025년 11월까지였다. 특히 하나의 원본 영상이 환자와 병원별로 여러 영상으로 쪼개져 가공·유포되는 양상도 확인됐다.
허종식 의원은 “환자가 가장 취약한 순간이 담긴 영상이 해외 음란물 사이트에 떠돌고 있다”며 “장관이 약속한 민관 합동 대책이 말에 그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복지부는 의료기관 CCTV 보안 실태를 전수조사하고, 경찰 등 관계기관과 협력해 유출 경위와 관리 책임을 규명해야 한다”며 “영상 삭제와 재유포 차단, 피해자 보호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의무 수술실 CCTV뿐 아니라 병원이 설치한 모든 영상기기에 대한 보안 기준과 점검 의무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허 의원은 강조했다.
특히 유출된 영상 대부분이 법적으로 CCTV 설치와 관리가 의무화된 수술실이 아닌 진료실·상담실·대기실·병실 등에서 촬영됐다.
현행 의료법에는 전신마취 등 환자의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수술하는 의료기관의 수술실에 CCTV를 설치하도록 하고 있으며, 영상 유출을 막기 위해 암호 설정, 접속기록 관리, 접근 권한 제한 등 안전성 확보 조치도 요구하고 있다.
▲국회인터넷의사중계시스템 영상 갈무리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기준 CCTV 설치 의무 의료기관 2529곳 가운데 2528곳이 설치를 완료했으며, 나머지 1곳은 휴업 상태다.
그러나 의료기관이 자체적으로 설치한 진료실·상담실·회복실·병실 등의 CCTV는 수술실 CCTV와 같은 관리체계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가 있어 영상정보 보안의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터넷에 연결되는 IP카메라의 경우 외부에서 원격 접속이 가능해 비밀번호 관리나 네트워크 보안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영상 유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문제는 정부가 의료기관에서 발생하는 CCTV 관련 사이버사고를 제대로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점이다.
허종식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6년 8월까지 정부에 보고된 의료기관 침해사고는 민간 106건, 공공 3건 등 총 109건이었다.
연도별로는 2021년 22건, 2022년 23건, 2023년 23건, 2024년 14건, 2025년 11건, 2026년 1~8월 16건이다. 이 가운데 랜섬웨어 공격이 98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그러나 사고 유형별 내역에는 CCTV 관련 사고가 단 한 건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번에 확인된 의료기관 CCTV 영상 유출 역시 현재까지 정확한 유출 경로가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신고 체계에도 한계가 드러났다. 민간 의료기관은 전자의무기록 침해사고가 발생한 경우 복지부에 신고하고, 그 밖의 시스템 침해사고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나 한국인터넷진흥원(KISA)에 신고하도록 돼 있다.
이에 따라 CCTV가 해킹돼 환자 영상이 유출되더라도 의료정책을 담당하는 복지부가 관련 사고를 직접 파악하기 어려운 구조라는 지적이다.
정은경 장관 “보건의료 보안 강화 굉장히 중요하고 시급”
이에 대해 정은경 장관은 민관 합동으로 의료분야 정보보안 강화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유출된 영상의 신속한 차단과 함께 정확한 유출 경로를 확인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불법 영상은 신속하게 차단할 수 있도록 논의해야 하고, 경찰 수사를 통해 유출 경로를 확인해야 하고 현재로서는 IP카메라가 문제로 지목되고 있어 그 부분에 대한 보완이 필요하다”며 “의료기관 및 의료단체들과 이 문제를 논의해 자체 보안 점검과 강화를 요청했고, 의협은 자체 점검과 강화를 계획하고 있어 의료계와 함께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대책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다만 의무화된 수술실 CCTV의 경우 별도의 보안체계가 적용되고 있다는 점도 덧붙였다.
정 장관은 “수술실은 영상 촬영 시설을 갖추도록 의무화돼 있는데, 의무화된 수술실 영상 기록은 IP카메라가 아니라 CCTV로 하게 돼 있어 폐쇄망 안에서 보관된다”며 “이 부분은 어느 정도 보안이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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