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훈 원장(안산 박지훈한의원, 척추신경추나의학회 평생회원)
박지훈 원장(안산 박지훈한의원, 척추신경추나의학회 평생회원)
[한의신문] 반복되는 진료가 익숙해지려고 한다면, 거인의 어깨에 다시 오를 때입니다. 2년째 MSU OMM Exchange Program에 참여했습니다. 특히 올해 제11기 연수단은 21명으로 역대 최다 인원이었고, 필자를 포함해 7명은 가족을 동반하여 총인원이 30명을 넘었습니다. 많은 인원이 함께한 연수였지만, 다년간 축적된 운영 노하우와 집행진 여러분의 헌신 덕분에 무탈하고 보람있게 여정을 마쳤습니다. 감사한 마음을 담아, 앞으로 참여를 고민하실 분들께 도움이 되고자 후기를 남깁니다.
이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는 미시간 주립대학교 정골의학대학(MSUCOM)의 전설적 인물인 필립 그린만(Philip E. Greenman, DO)과 그의 저서 <그린만의 수기의학 원리(Greenman's Principles of Manual Medicine)>를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책은 그의 제자이자 후계자인 리사 디스테파노(Lisa A. DeStefano, DO) 교수가 대표 저자로서 개정판(4판부터 최신6판까지)의 집필을 전담하고 있으며, 척추신경추나의학회에서도 꾸준히 한글판을 발간하고 있습니다. 학회는 리사 교수님을 2012년과 2016년에 초청해 세미나를 진행한 바 있으며, MSU OMM Exchange Program은 2013년 제1기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작년에 이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이유는, 리사 교수님의 은퇴 소식을 듣고 이 강의를 언제까지 들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학회장님과 단장님은 물론, 각 분과 강사님들은 이미 수 년 째 참여하고 계셨습니다. 작년 6판 한글판 번역 과정에 피드백을 주시고, 추나의학 3판 인쇄본을 선물받고 기뻐하시던 모습, 그리고 열정을 다해 강의해 주시던 모습에서 리사 교수님의 프로그램에 대한 깊은 애정이 전해졌습니다. 이역만리에서 시간과 비용을 아끼지 않고 찾아오는 팬클럽 같은 연수단이니, 어여쁘지 않을 수 있을까요. 2028년부터 미국오스테오패시의학회 (American Academy of Osteopathy, AAO) 수장으로 내정되셨다고 하니, 그 에너지라면 MSU 프로그램은 당분간 계속 이어질 듯합니다.
오헤어 공항에서 단체 버스를 타고 시카고 숙소에 도착할 때는 갑작스러운 폭우가 쏟아져 날씨에 대한 걱정으로 일정이 시작됐지만 기우였습니다. 전체 일정 동안 비가 온 날은 그날 하루 뿐이었습니다. 미시건주립대에서의 본 일정을 앞두고, 시카고에서는 가족들과 자유시간이 주어졌습니다. 1년 전, 우리나라 면적의 절반에 이른다는 경외스러운 크기의 호숫가를 동료 원장님들과 산책하면서 ‘꼭 아이에게 이곳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는데, 그 바람이 현실이 됐습니다. 그렇게 생애 첫 해외여행에 나선 아이와 함께 파도치는 호수에 뛰어든 추억으로 미시간 연수를 시작했습니다.
연수의 백미는 두개골 기법 실습입니다. <그린만의 수기의학 원리>에서는 30쪽 정도의 분량으로 다뤄지지만, 글만으로는 전할 수 없는 디테일을 현장에서 모두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연수에 참여하면 저자인 리사 교수님의 시연을 직접 보고, 도제식으로 자신의 술기를 점검받을 수 있습니다. 두개골 기법과 관련해서 다른 수기요법 학파들의 주장과 술기 면에서 다소 차이가 있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린만이 사용한 알고리즘인 ‘측두골 둘러보기(walking around the temporal bone)’는 후두골, 측두골, 접형골의 굴곡과 외회전 움직임을 회복시키는 데 집중하는데, 두개골 봉합과 관련해 이만큼 직관적이고 합리적인 술기가 있을까 싶습니다. 일차호흡기전의 두개골 리듬을 받아들이는 시술자라면 반드시 익혀야 할 기법이라고 생각합니다. Vault Hold로 느끼는 CRI와 관련해서는 “믿음의 영역이 아니라 환자 천 명의 머리를 잡아보면 누구든지 느낄 수 있다”고 하신 리사 교수님의 조언을 대신 전하고 싶습니다.
미시간 주립대의 미식축구 경기장인 스파르탄 스타디움을 견학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1923년에 개장해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경기장으로, 7만 5천 명의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어마어마한 규모였습니다. K리그 안산 그리너스의 홈구장인 와스타디움 수용 인원이 3만 5천 명인 것을 감안하면 두 배가 넘는 크기입니다. 국내에서 수용 인원이 가장 큰 경기장인 잠실 서울올림픽주경기장이 7만 명이라고 하니, 그 규모가 더욱 실감났습니다. 리사 교수님과 함께 2025년 MSUCOM 파텐지 상을 수상한 카우프만 박사(David Kaufman, DO)가 MSU 미식축구팀 주치의로 활동했던 초기 경험을 담은 책 <락커룸에 당신이 필요합니다(We Need You in the Locker Room)>도 덤으로 추천하고 싶습니다.
아침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이어지는 강의와 대학 구내식당에서의 즐거운 점심시간은, 십여 년 시간을 되돌려 학부생으로 돌아간 듯한 추억을 안겨줬습니다. 집과 진료실만 오가던 일상에서 벗어나, 배움의 열정을 가진 동료 선후배님들과 짧은 시간이나마 한 공간에서 술기에 대한 고민과 삶의 여정을 나눌 수 있어 무엇보다 좋았습니다. 특히 이번 기수에 함께하신 대구경북지회 세 분 선배님들께서는 적극적인 질문과 실습 참여로 모범이 되는 열정을 보여주셨습니다. 학회와 지회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일관된 프로그램과 양질의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시는 모습에서 추나 교육에 대한 책임감과 뜨거운 소명의식을 보았습니다.
작년에도 올해도 시연과 실습 위주의 프로그램 내용이 무척 좋았습니다. 해마다 프로그램 구성에 변화를 주고 연구 결과를 반영한 최신 지견을 강의해 주시니 내년에도 또 오라는 무언의 암시처럼 느껴집니다. 작년에는 흉추와 늑골, 올해는 골반과 하지 파트를 다뤘고, 내년에는 어깨와 상지 파트를 다룬다고 하니 사지부 CIQ인 입장에서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음으로 양으로 물심양면 이끌어주신 양회천 학회장님, 당신께는 숙제인 듯 매일 복습시켜주셨던 송경송 단장님, 대신 공부해 가르쳐주신 김원식 통역, 알뜰살뜰 챙겨주신 양재원 총무님, 살신성인 자세로 가족모임에 애써주신 전민수 부총무님, 2년 연속 실습파트너이자 이제는 개원의가 된 이준석 원장님, 약속대로 가족을 동반해 주신 김현철, 박윤형, 석상희 원장님 포함 모두들 덕분에 올해도 소중한 추억을 얻어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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