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한(가천대 한의과대학 본과2년)
노한(가천대 한의대 본과2년)
죽음의 변증론: 자연의 필연인가, 기예의 대상인가
가까워지면서도 동시에 멀어지는 모순적인 운동은 달이 지구를 한 초점으로 공전하는 타원 궤도로 이미 구현되어 있다. 나아가 한 천체의 그런 현실적 운동을 다른 한 천체 또한 동일한 양태로 운동한다고 인식하는 것은 비유적으로 병원 일반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병원이 병에 걸린 환자들을 수용하고 치료하는 것은 거의 모든 사람에게 당연해 보이고 또 당연히 그러해 보인다. 그러나 겸손하게 잘 들여다보면 사태는 전혀 자연스럽지 않다.
의료는 의학과 임상을 통해 사람의 병을 예방•진단•치료하여 신체적•정신적 건강을 증진 및 유지시키는 분야다. 건강과 질병이 각각 ‘생리학’과 ‘병리학’의 두 초점을 중심으로만 활발하게 논의된 의학 내부에는 지금까지 배제되어 보이지 않는 ‘죽음’이라는 맹점(盲點)이 이미 자리잡고 있었다. 즉, 기존 의학에 있어 ‘죽음’은 자신의 안정된 타원 운동을 위해 배제되어야 하는 ‘타자’였다.
그러나 ‘죽음’을 (한)의학 교육 내에 수용할 필요가 있다는 담론이 회자되는 정세에 부합하게 7월 21일 가천대학교 한의과대학 5층 세미나실에서 열린 『죽음, 웰다잉 관련』은 의학 안에서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한 질문과 대답의 연속으로 구성된 강좌라는 점에서 긴요하고 시의적절했다.
⟪아름다움 삶, 아름다운 웰다잉⟫: 장래의 병원 제도
⟪아름다움 삶, 아름다운 웰다잉⟫을 주제로 건양대학교 병원경영학과 김광한 교수는 자신의 장점과 삶의 도정을 함께 언급하며 강연을 시작했다. 10형제 중 아홉째로 태어난 그는 이미 태어날 때부터 많은 사람들과 관계 맺으며 살아왔던 만큼 인간관계 형성에 좋은 능력을 함양할 수 있었다고 했다.
실제로 1994년 단국대학교 병원 창립 구성원 중 한 명인 김 교수는 여느 사람처럼 ‘죽음’에 대해 인간은 언젠가 죽는다는 막연한 관념만을 지녔으나 우연히 죽은 환자의 시트(sheet)를 청소하는 것을 보고 충격 받았으며 나아가 부친께서 암으로 돌아가신 것을 계기로 ‘죽음’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되었다고 했다. 이후 의무기록팀을 방문하여 의사들이 환자의 죽음을 어떻게 기록했는지 ‘차트(chart)’를 일일히 살펴보며 정리한 결과, 대부분 ‘호흡 정지’, ‘심정지’로만 짧고 굵게 기재된 것을 보고 사망 기록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한다.
그는 건양대학교 교수로 취임 후 건양대 병원 의무기록팀 실장을 겸임하며 예의 그 재능을 살려 ‘죽음’에 대해 다른 관점들을 지닌 의사, 간호사, 철학자 등을 통합하여 연구 사업을 추진했다.
여담으로 연구 주제 탐색에 있어 자신은 언제나 크고 무거운 것보다 가까운 데서 소재를 찾는다고 했다. 일례로 왕년에 건양대 총장이 병원 내 재방문율이 가장 높은 환자 유형을 연구해보라고 했는데 결국 건양대학교 병원에서 태어난 사람들이 그 병원에 재방문율이 가장 높았다. 이런 소박한 관점이 인정돼 처음 추진한 연구 과정이 5년치 과정으로 계속 늘어나면서 ‘웰 다잉(Well-dying)’뿐만 아니라 ‘웰 에이징(Well-aging)’도 연구할 수 있었다고 한다.
말기 질환 사실을 환자에게 알려야 하는 지, 죽음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죽음과 불치병의 수용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유족은 어떻게 감내해야 하는지에 대한 강연이 계속되면서 발표자는 계속 종교와 가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더 이상 회복될 기미가 없는 환자에게 종교는 묵묵히 기댈 수 있는 정신적 버팀목이며 죽음을 앞둔 환자에게 가족은 몸소 의지할 수 있는 물질적 받침대라는 것이었다. 실제 종교가 환자가 스스로 임종을 수용하는 수단이 됐으며 가족 또한 종교 속에서 위안을 얻는 종합을 건양대학교 호스피스•완화의료센터 홍보 영상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정년 퇴임을 4년 앞 둔 김광환 교수는 앞으로 ‘죽음’에 대한 연구가 병원 수준을 넘어 재택이나 개인 수준에서도 연구가 필요하다는 것을 덧붙이고, 청강자들과 계속 질문을 주고 받으며 약 한 시간 반이나 걸린 세미나를 마쳤다.
논평: 병원 제도의 장례
“質(질)”이라는 한자는 기초 한문 교육만 받았어도 두 가지 상반된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질박(質朴)”이고 다른 하나는 “인질(人質)”이다. 허신(許愼)이 ⟪설문해자(說文解字)⟫에서 역시 기재한 대로(...以物相贅...: 물건으로써 저당을 잡는다) 화폐를 대신하는 믿음의 징표에서 이렇게 상반된 의미로 파생된 것이다.
라틴어에도 이와 같은 모순적인 의미를 동시에 지니고 있는 단어가 있다. “Hospital(병원)”과 “Hospitality(환대)”는 모두 주인(Host)이 손님을 맞이하고 돌본다는 라틴어(Hospes)에서 유래했다. 그러나 모순적으로 “Hostility(적대)”라는 단어도 위해를 행사할 수 있는 적(敵)이라는 의미에서 그 어원을 같이 한다. 나아가 라틴어에서 유래한 명사에 추상적 속성을 부여하는 접미사 ‘-ity’의 성질을 빌려 비유하자면, ‘Hospitality’는 곧 병원의 본질(本質)을 나타내는 ‘병원성(Hospital-ity)’의 다른 이름이라 볼 수 있다.
이에 급진적으로 제기해야 할 질문은 ‘어떤 죽음인가’이다. 호스피스•완화의료에 대한 이런 연구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당사자와 가족이 어떻게 환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質)’-‘적’ 향상의 논의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죽음에 대한 이런 담론도 결국 상징화되지 못 한 낯선 이의 죽음을 적대하고 그저 ‘우리’의 죽음으로 한정된 것은 아닌지 부정적으로 볼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이미 역사적으로 ‘우리’는 익숙한 자들로 한 순간 채워 가둘 수 있는 그런 고정불변의 개념이었던 적이 없다.
아방(我方) 밖으로는 가자(Gaza)나 우크라이나 같은 전쟁 지역, 독재 국가, 열악한 노동 환경 등에서 더 이상 빛을 볼 수 없게 된 자들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더 이상 이런 죽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는 실천 속에서 아직도 반복되는 과거를 향해 어느정도 문을 닫아 보내주어 죽은 자가 죽은 자를 묻게 하고 있다.
반면 안으로는 미국이나 한국 같은 자본주의 국가라도 이미 생명의 탄생을, ‘양식’을 뺏어 먹는 기생의 시점(始點)으로 금욕과 잉여의 경제로 보지 않고 아낌없이 나눠주고 싶은 사랑 안에서 미래를 향해 문을 열어 들여주어 산 자가 산 자를 살게 하고 있다.
그러나 언제나 우리네 가운데에 있는 병원은 출산을 준비하는 곳이면서 동시에 임종을 대비하는 곳으로 탄생과 죽음이 거의 처음 도래하는 시공간이다.
사람의 병을 진단하고 이에 기반해 병을 치료하며 다시 병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하는 의료로부터 병원이 자신의 본질을 되찾는 과정 속에서 앞으로 계속 무명(無名)의 죽음’들’을 병적으로 수용하는 것은, 마치 어머니가 자식을 낳기 위해 수 개월 동안 사활을 거는 것처럼, 지금 이 순간에도 태어날 익명(匿名)의 우리 아이들을 꽉 안아주러 가는 도정의 걸음마일 것이다.
많이 본 뉴스
- 1 한국한의약진흥원 통폐합, 한의약 '육성'인가 '고사'인가?
- 2 한의협, 22대 국회 후반기 계류 법안 등 현안 해결 속도전
- 3 ‘한의협 미용의료 안전성 교육’ 이수 한의사 500명 돌파
- 4 ‘자동차손해배상 보장법’ 시행령 개정안, 국무회의 의결
- 5 ‘예방접종관리법안’ 추진…한의사, ‘이상반응 감시체계 주체’로 명시
- 6 日 일왕가의 절망 치유한 19세기 漢方醫, 현대 통합의료에 질문을 던지다
- 7 한의학 전문 AI ‘한의비서’ 서비스 시작
- 8 국무회의 앞둔 ‘8주룰’…“추간판·힘줄 파열도 ‘경상’인가!”
- 9 비대면진료, 12월 시행…“한의, 첩약·변증·CPG 기반으로 설계해야”
- 10 “한의사의 레이저 사용, 1987년부터 인정받아온 한의시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