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생 97.9% “긴 복무기간이 기피 요인”…‘24개월 임계점’ 제시
[한의신문] 군의관·공보의 인력 급감이 의료취약지와 군 의료체계를 위협하는 가운데 복무기간 24개월 단축과 더불어 처우·보호체계 개선 중심의 제도 개선이 현실적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서영석 의원(더불어민주당)은 17일 국회의원회관 제2세미나실에서 ‘군의관·공보의 확충 및 제도개선 정책토론회’를 개최, 복무 실태 점검 및 인력 확충 방안을 모색했다.
서영석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의정갈등 속에서도 의료취약지와 군 의료가 공보의와 군의관에 의존해왔으나 최근 그 급격한 감소는 의대생들의 현역병 입대 증가가 주요 원인”이라며 “이에 복무기간을 단축하고자 올해 농어촌의료법·병역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
발의한 만큼 이번 토론회를 통해 현실에 맞는 인력 수급 방안이 모색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날 토론회에선 △지역의료의 지탱목, 의사와 지역을 잇는 공중보건의사-복무 제도 개선 방향(박재일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장) △공보의·군의관 복무기간 현실화의 당위성 및 개선 방향(이한결 대한의사협회 정책이사)을 주제로 발표가 진행됐다.
▲(왼쪽부터)유지한·박재일 회장, 이한결 이사
◎ “사명감 의존 구조 벗어나 처우·법적 보호 갖춘 복무환경 구축해야”
이날 박재일 회장(사진 가운데)은 복무기간 단축과 지역의료 역할의 재설계를 강조하며 “공보의는 의료취약지 주민의 의료접근성을 지키는 안전판이자 젊은 의사가 지역의료를 경험하는 통로지만, 최근 인력 감소 속도는 제도의 지속성 자체를 우려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에 따르면 의과 공보의 수는 ’10년 3363명에서 ’25년 945명까지 감소했으며, ’22년 이후에는 매년 약 15% 수준의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신규 편입 인원 역시 ’10년대 초반 연간 700명 수준에서 최근에는 250명 미만으로 줄었다. 특히 올해는 신규 선발 규모가 100명 안팎에 그칠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전체 의과 공보의 수는 600명 수준으로 감소할 전망이다.
이에 박 회장은 “공보의 감소는 지역 의료·돌봄을 동시에 지탱해 온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심각한 구조적 위기”라면서 수급난의 가장 핵심적인 대안으로 ‘복무 기간 단축’을 꼽았다.
실제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가 의대생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97.9%가 군의관·공보의를 기피하는 이유로 ‘긴 복무기간’을 지목했으며, 현행 36개월 복무기간이 유지될 경우 83% 이상이 현역병 입대로 이탈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타났다. 반면 복무기간이 26~24개월 수준으로 단축될 경우 공보의 복무 희망률이 크게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와 함께 △비연륙 도서지역 응급이송 인프라 확충 △보건사업 중심 업무 재편 △지역 공공보건·통합돌봄 중심 역할로 재편 △경력 인정형 복무모델(지역 의료기관 연계) 도입 △법적 책임 및 근무조건 정상화 등을 주요 개선 과제로 제시하며 “젊은 의사의 사명감에만 의존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법적 보호, 임상 지원, 처우가 균형 있게 갖춰진 복무환경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현역병 처우 개선 속 군의관·공보의 매력 급감…‘24개월’ 임계점”
이어진 발표에서 이한결 정책이사도 최근 군의관·공보의 지원 감소의 핵심 요인으로 ‘장기 복무에 따른 기회비용 증가’를 지목했다. 특히 현역병 복무기간이 18개월로 단축되고, 병 봉급이 병장 기준 150만원(자산형성 지원 포함 최대 205만원)까지 인상되면서 군의관·공보의 제도의 상대적 메리트가 급격히 떨어졌다는 분석이다.
그는 “현재의 복무 구조는 의대생에게 군의관·공보의를 합리적인 선택지로 인식시키지 못하고 있다”며 실제 설문조사에서 복무기간을 24개월로 줄일 경우 지원율이 급격히 상승하는 ‘임계점 효과’를 제시했다.
이 정책이사는 지난 ’20년 헌법재판소가 복무기간 축소 관련 헌법소원을 기각했으나 최근 △의대생 현역 입대 2838명 △신규 공보의 250여 명 수준 △장기복무 군의관 지원 0명 등의 상황을 들어 “당시와 정책 환경이 크게 달라진 현실 속에서 새로운 입법적 판단이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단기적으로는 △비대면·방문진료 확대 △처방약 수령 접근성 확보를, 장기적으론 △병역법·군인사법·농어촌의료법 개정을 통한 복무기간 24개월 단축 △기초군사교육소집 기간 복무기간 산입 △국군의무사관학교 논의는 별도 추진 등을 제안하며 “공보의와 군의관 복무기간 현실화는 군 의료와 지역 공공의료를 동시에 지키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 “공보의, 보호 없이 3년 버틴다…현장 폭언·폭행까지 노출”
이날 패널토론에선 복무기간 축소와 더불어 △현장 보호장치 마련 △공공의료 직무교육 강화 △지역근무 인센티브 설계 △의료취약지 전달체계 재구성까지 포괄하는 종합적 접근이 필요하다는 데 공감대가 형성됐다.
특히 지역 현장의 어려움을 전한 유지환 대한공중보건한의사협의회장은 “공보의들이 부담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높은 노동 강도 속에서 3년을 보내야 하는데, 실제 현장에선 과도한 요구와 함께 폭언, 심한 경우 폭행과 고소·고발까지 이어지는 사례도 존재한다”면서 “이러한 상황에서도 공보의를 보호할 장치는 사실상 작동하지 않고 있으며, 관련 지침에도 충분히 반영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근무성적 평정과 지도·감독 권한의 혼선으로 보건소 내 강압적 상황이 발생하기도 하고, 환자 문제뿐 아니라 내부에서도 보호받지 못하는 경험이 누적되면서 젊은 공보의들이 극심한 좌절을 겪고 있다”며 “이러한 안정적인 의료행위가 어려운 구조가 현재 위기의 근본 원인”이라고 강조했다.
생활 여건 문제도 언급했다. 유지환 회장은 “일부 지역에서는 난방비 지원조차 없어 기본 생활 유지가 어려운 사례도 있어 이러한 환경에서 3년을 버티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이라면서 “보건지소 공백으로 한 명이 여러 지역을 담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주민 건강도 위협받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특히 “단순 시설 확충만으로는 의료 접근성 개선에 한계가 있다”며 의과 공보의가 부족한 부분에 대해선 한의과·치과 공보의 등 다양한 직역의 공보의가 투입하는 후속 논의에 대한 필요성을 강조했다.
공보의 복무기간 단축과 함께 사전 교육체계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 허목 김해시보건소장은 “현재, 공공의료에 대한 교육 없이 현장에 배치되는 구조로, 통합돌봄이나 지역보건사업 같은 새로운 역할을 요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 “2~3개월 정도의 훈련 과정을 통한 공공의료 마인드 인시과 함께 경력 인정, 지역근무 인센티브를 함께 설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임은정 보건복지부 건강정책과장은 “의료취약지 어르신들을 위한 장단기 대책을 함께 강구해 나가겠다”면서 “복무기간 단축은 현역병과의 형평성, 지역의료 기여 측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정책인 만큼 경력에 도움되는 복무 체계와 보상도 함께 추진하겠다”고 전했다.
이에 반해 복무기간 단축에 선을 그은 우호석 국방부 보건정책과장은 “복무기간 조정은 학군·학사장교 등 다른 단기복무 장교와의 형평성과 군 전투력 유지 문제도 함께 고려해야 한다”면서 “문제의식에는 충분히 공감하는 바, 단기적으론 처우 개선을, 장기적으론 ‘국군의무사관학교’를 통한 군 의료인력 양성체계 검토를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박기주 법무부 의료과장은 “교정시설도 이미 의무관 및 공보의 부족으로 교정의료 붕괴를 우려해야 할 수준”이라면서 “공공의대나 지역의사제는 장기 과제인 만큼 당장은 복무기간 단축과 같은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송재원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사회과장은 “왕진버스 사업 등은 어디까지나 보완적 수단일 뿐 지역 의료인력이 근본적으로 확충되도록 공보의 복무가 경력상 인센티브로 이어질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대한한의사협회는 보건진료전담공무원 제도를 준용해 한의과 공보의에 일정 기간의 공공의료 교육을 실시한 뒤 일차의료 수행 권한을 부여, 의과 공보의가 부재한 보건지소에 우선 배치하는 방안을 제안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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