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법원 초음파 진단기기 판결의 의의
노용균 변호사
대한한의사협회 한의약법제정책연구회 회장
법무법인 명석 구성원 변호사
6. 법해석 방법론에 관한 반박
가. 사법적극주의 비판에 대한 반론
논문은 대법원 판결이 사법적극주의의 문제점을 보인다고 비판한다. 그러나 이는 법해석의 본질을 오해한 것이다.
대법원 판결은 법창조적 해석을 한 것이 아니라, 의료법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는 합목적적 해석을 한 것이다. 의료법 제1조는 “모든 국민이 수준 높은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국민 의료에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대법원은 이러한 입법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의료의 발전과 의료 서비스의 수준 향상을 위하여 의료 소비자의 선택 가능성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열어 두는 방향으로 관련 법령을 해석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시하였다. 이는 법의 목적에 충실한 해석이지, 법창조가 아니다.
나. 죄형법정주의와의 조화
논문은 명확성의 원칙을 근거로 대법원 판결을 비판한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은 오히려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더욱 충실히 구현한 것이다.
대법원은 “한의사의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는 결국 형사 처벌 대상이라는 점에서 죄형법정주의 원칙이 적용되므로 그 의미와 적용 범위가 수범자인 한의사의 입장에서 명확하여야 하고, 엄격하게 해석되어야 한다”고 명확히 밝혔다.
종전의 판단 기준으로는 한의사가 어떤 의료기기를 사용할 수 있는지 예측하기 어려웠다. 그러나 대법원 판결에 따른 새로운 판단 기준은 ①관련 법령에 한의사의 해당 의료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이 있는지, ②해당 진단용 의료기기의 특성과 그 사용에 필요한 기본적·전문적 지식과 기술 수준에 비추어 한의사가 진단의 보조수단으로 사용하게 되면 의료행위에 통상적으로 수반되는 수준을 넘어서는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지, ③전체 의료행위의 경위·목적·태양에 비추어 한의사가 그 진단용 의료기기를 사용하는 것이 한의학적 의료행위의 원리에 입각하여 이를 적용 내지 응용하는 행위와 무관한 것임이 명백한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도록 하여, 오히려 예측가능성을 높였다.
7. 국민건강권 보장의 관점
가. 의료 접근성 향상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국민의 의료 접근성을 크게 향상시킨다. 우리나라는 농어촌 지역을 포함하여 전국적으로 한의원이 고르게 분포되어 있으며, 또한 농어촌 지역의 보건지소에는 공중보건한의사가 배치되어 있다.
이러한 지역에서 한의사와 공중보건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있다면, 주민들은 도시 지역까지 가지 않고도 기본적인 진단을 받을 수 있다.
이는 국민이 지역적으로나 기술적으로 의료 사각지대 없이 의료 혜택을 향유할 수 있도록 하려는 이원적 의료체계의 원리 및 입법 목적에 부합한다(대법원 판결 참조).
나. 의료 선택권 보장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을 금지하는 것은 한의학적 진료를 선호하는 국민들의 선택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대법원 판결이 지적하듯이, “범용성·대중성·기술적 안전성이 담보되는 초음파 진단기기에 대하여 한의사의 사용을 허용하는 것은 의료법 제1조에서 정한 ‘국민의 건강을 보호하고 증진’하는 데 기여할 뿐만 아니라 의료 서비스에 대한 국민의 선택권을 합리적인 범위에서 보장하는 것”이다.
8. 한의사의 주의의무와 초음파 진단기기
가. 설명의무와 전원조치의무
대법원은 한의사에게도 의사와 동일한 수준의 주의의무를 인정하고 있다. 특히 “한의사에 대하여 양약과 상호작용으로 발생할 수 있는 한약의 위험성을 환자에게 설명할 의무” 및 “환자에게 적절한 치료를 하거나 그러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사정이 있다면 신속히 전문적인 치료를 할 수 있는 다른 병원으로 전원조치를 취하여야 할 의무”를 인정하고 있다(대법원 판결 참조).
이러한 주의의무를 다하기 위해서는 한의사가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초음파 진단기기는 이를 위한 필수적인 도구다. 만약 한의사가 초음파 진단기기를 사용할 수 없다면, 환자의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여 적절한 설명이나 전원조치를 하지 못할 위험이 있다.
나. 의료과실 책임의 형평성
의료사고에서 의사의 과실 유무를 인정하기 위한 요건과 판단 기준은 한의사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그렇다면 한의사에게도 의사와 동일한 수준의 진단 도구를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이 보장되어야 형평에 맞다.
한의사에게는 높은 수준의 주의의무를 부과하면서, 정작 그 의무를 이행하는 데 필요한 진단 도구의 사용은 금지하는 것은 모순이다. 이는 한의사를 불합리하게 불리한 지위에 놓는 것이며, 궁극적으로는 한의학적 진료를 받는 환자들에게 불이익을 초래한다.
9. 입법론적 해결의 한계
가. 입법 지연의 문제
논문은 대법원 판결의 반대의견을 근거로 “제도적·입법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는 현실을 외면한 주장이다.
한의사의 의료기기 사용 문제는 수십 년간 논쟁이 되어 왔지만, 입법부는 이를 해결하지 못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사법부가 법해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사법적극주의가 아니라, 사법부의 본연의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다.
나. 법원의 역할
삼권분립원칙상 법원은 법률을 해석하고 적용하는 기관이다. 그러나 이는 법원이 사회 변화를 외면하고 소극적인 해석에 그쳐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의료법은 의료기관의 개설, 진료과목의 설치·운영, 전문의 자격 인정 및 전문과목의 표시 등에 관한 여러 규정에서 의사와 한의사 직역이 구분되는 것을 전제로 각 직역의 의료인이 ‘면허된 것 이의의 의료행위’를 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받도록 규정하였으나, 막상 각 의료인에게 ‘면허된 의료행위’의 내용이 무엇인지, 어떠한 기준에 의하여 이를 구분하는지 등에 관하여 구체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 아니하다(대법원 판결 참조).
이는 입법부가 의도적으로 법원에 해석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며, 법원이 이를 해석하는 것은 입법권 침해가 아니라 입법 의도에 부합하는 것이다.
10. 결어
대법원 판결은 한의학의 과학화와 국민건강권 보장이라는 두 가지 중요한 가치를 조화롭게 실현한 판결이다.
이 판결은 한의학을 과거의 틀에 가두지 않고, 현대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수용하여 발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동시에 국민들이 한의학적 진료를 받으면서도 현대적 진단기기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함으로써, 의료 접근성과 선택권을 보장하였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비판들은 이원적 의료체계의 본질을 오해하거나, 한의학의 발전 가능성을 과소평가하거나, 국민건강권의 중요성을 간과한 것이다. 한의학과 양의학은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하며 발전해야 하며, 이를 위해 한의학은 현대 과학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한의약육성법」 제2조 제1호는 한의약을 “우리의 선조들로부터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한의학을 기초로 한 한방의료행위와 이를 기초로 하여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로 정의하고 있다. 한의사의 초음파 진단기기 사용은 바로 “과학적으로 응용·개발한 한방의료행위”에 해당한다.
대법원 판결은 한의학이 전통의 가치를 지키면서도 현대 과학과 조화를 이루며 발전할 수 있는 법적 기반을 마련하였다. 이는 한의학의 과학화와 국민건강권 보장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판결이었다.
이제 한의계는 대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한의학의 과학화를 더욱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한의과대학의 교육과정을 더욱 강화하고,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 능력을 향상시키며, 한의학과 현대 과학의 융합 연구를 활성화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한의학은 우리 민족의 소중한 문화유산이자 국민건강을 지키는 현대적 의료체계로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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