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원 교수, ‘역사로 보는 리더십’ 주제로 경청·위기관리 강조
[한의신문] tvN 예능 프로그램 ‘벌거벗은 세계사’의 연자인 이성원 전남대 사학과 교수가 한의계가 처한 현실을 ‘불확실한 사막’에 비유하며 “한의약의 미래를 여는 리더는 통찰과 실천을 겸비한 ‘패스파인더(pathfinder)’여야 한다”고 강조하는 한편 한의약 리더십의 덕목으로 △공공성 △경청과 포용 △위기관리 △지속가능한 시스템 구축을 꼽았다.
경기도한의사회(회장 이용호·이하 경기지부)가 24일 경기지부회관과 온라인(ZOOM)을 통해 ‘2025 경기도 한의약 리더십 최고위과정’ 두 번째 강좌를 개최한 가운데 이성원 교수가 ‘역사로 보는 리더십’을 주제로 강연에 나섰다.
이성원 교수는 정치사와 고전을 넘나드는 사례를 통해 “오늘날 리더는 공동체가 나아갈 길을 제시하고, 공공의 선을 향해 구성원을 묶어내며, 위기 속에서 실천으로 증명하고, 개인을 넘어선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의(醫)의 기원은 화살…치유는 공동체 수호의 역사”
동아시아에서 ‘의(醫)’가 어떤 의미로 출발했는지를 고대 문자에서부터 풀어낸 이 교수는 “약 3600년 전 상나라 후기에 만들어진 갑골문에서 ‘의’를 나타내는 글자의 핵심은 화살”이라며 “초기 의사는 샤만이자 추장이었고, 공동체를 괴롭히는 재앙과 질병을 물리치는 ‘퇴마적 치유’가 의학의 출발점이었다”고 설명했다.
중세의 문자에서 화살 옆에 ‘손으로 흔드는’ 형상이 결합되고, 오늘날 ‘술통(酉)’이 더해진 의(醫)의 구조는 “샤만적 치유에서 임상과 약물 치료로 진화한 의학의 역사적 층위가 글자 속에 남아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그는 1920년대 티베트·운남 탐험가 조셉 록이 촬영한 사진을 언급하며 “오지 마을에서 샤만이 활과 화살을 들고 병자를 치유하는 장면은 마치 갑골문의 의사가 시간을 건너온 듯한 모습으로, 의학은 결국 공동체를 지키는 공공의 행위로 시작했다”면서 “한의약 리더십 역시 공공성 위에서 정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 리더의 첫 역할은 ‘길을 찾는 자’…“경험의 함정 경계해야”
이 교수는 리더를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아내는 사람’에 비유하며 “실크로드는 길이 아닌 ‘오아시스에서 오아시스로 이어지는 생존의 연속’이었다”며 “한의계도 제도·시장·사회적 인식의 사막을 건너야 하는 시기인 만큼, 길을 제시하는 패스파인더형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리더에게 요구되는 핵심은 지속적 혁신, 즉 트랜스포밍 리더십이며, 객관적 데이터와 현실을 끊임없이 점검해야 한다”고 강조했으며, 고대 그리스의 ‘안티키테라 기계’를 세계 최초의 데이터 기반 ‘슈퍼 컴퓨터’로 소개하며 “별자리·계절·방위를 계산해 항해를 가능케 했던 기계처럼 오늘날 리더도 주관적 감이 아니라 데이터와 근거를 통한 내비게이션 능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 ‘비전’은 리더의 의무…광기와 구분되는 ‘공공성’
그는 리더의 덕목으로 ‘비전과 책임’을 제시하며 “케네디 대통령의 달 착륙 공약이 당대에는 망상에 가까운 선언으로 들렸으나 결과적으로 미국의 우주개발과 과학기술 체계를 출범시킨 것처럼 비전은 공동체를 새 길로 이끄는 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리더의 비전이 공공성을 잃으면 광기와 폭력으로 전락한다. 이 교수는 “히틀러의 비전은 세계대전과 학살로 귀결됐다”며 “강력한 리더가 있어도 견제와 균형이 없는 권력은 공동체를 파괴한다”고 경고했다.
두 번째 리더십 유형으로 ‘경청과 포용의 리더’를 제시한 이 교수는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가 말한 리더십은 ‘Doing things right’가 아닌 ‘Doing the right thing’으로, 결과보다 사람, 효율보다 공공의 선이 리더십의 출발점”이라면서 “1970년대 로버트 그린리프가 주창한 ‘서번트 리더십’처럼 리더의 과제는 타인의 니즈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 “분열의 시대엔 통합의 능력이 리더를 가른다”
또한 이 교수는 ‘위기관리형 리더(리스크 매니저)’를 제시하며 최근 국제질서의 충돌과 국내 정치적 혼란을 언급했다.
그는 “갈등과 불확실성이 일상이 된 시대에는 위기를 돌파하고 공동체를 통합하는 리더십이 절실하다”면서 “링컨은 위기의 정점에서 통찰·결단·소통·통합을 모두 구현한 지도자로, 링컨 기념관 의자에 새겨진 ‘파스케스(묶인 나뭇가지와 도끼)’의 상징처럼 통합이 권력의 상징이 아니라 공동체 생존의 조건이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시스템 구축형 리더’를 제시한 이 교수는 “이는 한 사람의 카리스마가 아니라 공동체가 지속적으로 작동하는 구조를 만드는 리더십으로, 예컨데 알렉산드로스 대왕은 10년 만에 제국을 확장했으나 시스템 없이 무너진 ‘리더스 리스크’의 전형”이라면서 “슈퍼 히어로형 리더에 대한 로망은 여전하지만 현대 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지속가능한 제도와 생태계”라고 말했다.
특히 세종대왕에 대해선 “당대 지식인들이 한글 창제를 반대했음에도, 세종이 주도해 문자를 만들고 새로운 ‘예악(禮樂)과 제도’를 작(作)하려 했다”며 “리더십의 최고 단계는 바로 ‘새 시대의 질서’를 설계하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이 교수는 “한국사회는 실패를 두려워하고 질문을 주저하는 경직된 분위기가 여전히 강하다”며 “창의적 리더와 게임 체인저가 나오기 위해서는 다양성·실험·질문·토론이 살아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경청과 존중 속에서 사고가 확장된다”며 “한의계 역시 내부의 다양한 목소리를 살리고, 실패를 학습으로 전환하는 생태계를 갖춰야 미래를 열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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