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national Conference on ADHD 2025’에 다녀와서…

기사입력 2025.11.24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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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ADHD, 뇌기능 외 정서·관계·정체성·생애주기 등 함께 작용”
    ADHD 지원, 약물 중심서 실행기능 지원을 위한 통합모델로 이동 ‘체감’
    여성의 생애주기적 관점서 ADHD 찾아내는 인식 더욱 확장될 필요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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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주희 과장(국립중앙의료원 한방신경정신과) 


    필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에도 ‘International Confe rence on ADHD(ADHD2025)’에 참석하게 됐다. 올해는 13일부터 15일까지 미국 미주리주 캔자스시티에서 개최됐는데, 이 학회는 △ACO △ADDA △CHADD라는 세개의 ADHD단체가 공동으로 주최하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ADHD 커뮤니티 중 하나로, 임상의·연구자·코치·교육자 등 다양한 구성원이 한자리에 모인다. 학회의 모토는 ‘Connect, Learn & Thrive’로 학회 전반에서 구현됐는데, 강연과 워크숍뿐 아니라 참가자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연결의 순간들이 학회의 중요한 자산이었다. 


    최신 뇌과학적 관점에서 보는 ‘ADHD’


    Brandi Rudolph Bolling 박사의 키노트에서는, 최신 뇌과학이 ADHD를 어떻게 ‘연결(connection)·학습·회복탄력성’의 관점에서 재해석하는지 펼쳐보였다. 그는 ADHD를 단순한 주의력 문제로 보지 않고, 시각 네트워크·감각운동 네트워크·전측 주의 네트워크·설렌스(salience) 네트워크·림빅 시스템·중앙집행 네트워크·기본모드 네트워크 등 일곱 가지 대뇌 네트워크 간 균형의 문제로 설명했다. 이를 바탕으로, 치료와 교육의 기본은 3R—Regulate → Relate → Reason—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즉, 몸과 뇌의 과각성(arousal)을 먼저 안정시키고(Regulate), 안전감에 기반한 관계 형성을 통해 신뢰를 구축한 뒤(Relate), 그 다음에야 가르치기·코칭하기·문제해결이 가능해진다는 것이다(Reason). 


    여성과 소녀에 대한 다층적 접근 ‘눈길’ 


    올해 두드러졌던 또 하나의 중심 축은 여성과 소녀(girls & women)에 대한 다층적 접근이었다. Dr. Carolyn Lentzsch Parcells과 Dr. Sharon Saline의 ‘Understanding ADHD in Girls & Women’ 세션에서는 여성 ADHD의 생물학적·심리사회적 특성을 포괄적으로 소개했는데, 여성은 ADHD가 내면화되어 표현되고 우울·불안·섭식장애 등 공존질환 비율이 높으며, 사회적 기대 속에서 마스킹·완벽주의·자기비난으로 이어지는 경향이 강하다는 점이 강조됐다. 


    또한 기존 연구의 다수가 남아(boys) 중심으로 축적돼 왔기 때문에 여성 ADHD는 진단 지연·오진이 빈번하고, 사춘기·임신·출산·폐경(갱년기)에 따라 증상이 민감하게 변화하는 ‘생애주기적 복잡성(life-course complexity)’이 존재한다는 점도 반복적으로 언급됐다. 실제로 여러 참석자와의 대화에서도 갱년기 여성들이 인지기능이 갑작스럽게 저하되면서 “치매 초기인가?” 걱정하며 의료기관을 찾았다가 뒤늦게 ADHD를 진단받는 사례가 적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는 단순 호르몬 변화가 아니라, 오랫동안 마스킹과 보상 전략으로 버텨온 실행기능 체계가 생리적 변화와 함께 한계에 도달하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으며, 임상적으로 매우 중요한 함의를 가진다.


    이와 함께 Liz Lewis & Michelle Frank, Psy.D.의 ‘Empowering Late-Diagnosed Women’ 세션에서는 늦은 진단(late diagnosis)의 심리적 영향이 깊이 다뤄졌는데, 많은 여성들이 20∼50대에 이르러 뒤늦게 진단을 받고 “모든 것이 이제야 설명된다”는 안도감과 “왜 아무도 나를 도와주지 않았나”라는 상실감을 동시에 경험한다 밝혔다. 또한 정서조절이 선행돼야 하며, 자기연민·성장 마인드셋·상호조절·건강한 SNS 사용 등 실질적 개입 전략들이 제시되었다. 이는 한국 임상, 특히 갱년기 전후의 다양한 신체·정서 증상으로 한의원에 내원하는 많은 환자군의 경험과 깊게 공명하는 지점이었고, 한의학계에서도 이러한 여성에 대한 생애주기적 관점과 임상에서 ADHD를 찾아내는 인식이 더욱 확장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Lidia Zylowska 교수와 공동 발표 진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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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 학회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의미 있었던 순간은 University of Minnesota의 Lidia Zylowska 교수와 함께 진행한 Embracing wholeness : Mindful Self-Coaching for adult ADHD 공동 발표였다. 이는 지난 겨울부터 함께 준비해 지난 9월 영국에서 발간되는 정신건강 전문 잡지인 ‘Psyche’에 발표한 공동 작업의 연장선에 있는 내용으로, ADHD에서 두드러지는 self-talk을 억누르기보다 마음챙김과 자기연민을 기반으로 한 ‘지혜로운 자기 대화’로 전환하는 방법이다. 


    우리는 ‘self-curiosity(호기심으로 지금 이 순간의 나의 상태를 인식)→self-compassoin(어려움을 인정하고 자신에 대해 친절하게 대하기)→self-guiding(ADHD의 강점을 살려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도록 방향 재설정)’이라는 간결한 흐름을 중심으로, 복잡한 기술이 아니라 일상에서 바로 적용 가능한 심리적 도구로서의 마음챙김 기술을 제안했다. 


    발표에서는 질로우스카 교수가 미루기(procras tination)를, 필자는 여성 ADHD에서 특히 흔한 마스킹(masking)을 예시를 들어 실제 적용 과정을 선보였다. 이후 참석자들이 두 명씩 짝을 지어 짧은 실습을 해보도록 했는데, 바로 그 몇 분 사이에 강의장 분위기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한 코치는 “너무 쉬워 보여 지루할 줄 알았는데, 막상 해보니 놀랄 만큼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고, ‘쉬우면서도 효과적이다’, ‘클라이언트들에게 곧바로 사용하고 싶다’는 등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조용하던 강의장이 점점 활기와 따뜻한 연결감으로 채워지는 순간, Mindful Self-Coaching이 단순한 기법이 아니라 ADHD의 자기이해와 변화에 새로운 언어를 제공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어, 앞으로 이를 더 확산하고 인식을 증진시키는 노력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ADHD, 뇌기능 문제로만 보던 전통적 틀에서 벗어나  


    올해 ADHD2025에서는 눈에 들어오는 특이점은, 코칭에 대한 세션이 굉장히 세분화되어 다양하고 촘촘히 깔려 있었다. 또한 정체성과 교차성(intersectionality)에 기반한 세분화된 집단에 대한 접근으로 여성·중년·AuDHD·Black/Latine/South Asian·LGBTQIA+·종교(기독교·유대교·이슬람)·부모·교육자·기업가 등 정체성별 피어 서포트 그룹과, 문화적 겸손(cultural humility)을 다루는 코칭 세션들이 제시됐다. 그리고 ADHD에 대한 서포터로써 실행기능을 AI로 ‘외주화’하는 등 AI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고자 하는 노력이 보였다. 마지막으로, 관계와 삶의 맥락을 전면에 올린 주제들—커플·섹슈얼리티·부모–자녀 관계, 직장 내 정서조절과 적응, 재정(‘ADHD tax’)과 경력, 법적 권리(직장 내 편의), 정책 키노트 등이 구성됐다. 


    요약해 보자면, 올해 프로그램은 ADHD를 뇌 기능의 문제로만 보던 전통적 틀에서 벗어나, 정서·관계·정체성·생애주기·문화적 맥락이 함께 작용한다는 사실을 다양한 세션에서 보여주었다.


    그 중심에는 사람들이 서로 연결되고,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하고, 실험해보고, 다시 관계 속으로 돌아가는 과정이 있었다. 둘째 날 저녁의 Talent Show, 마지막 날의 Closing Party는 정보 교류를 넘어 ‘연결과 fun’이 공존하는 ADHD 커뮤니티의 정체성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시간이었다. 신경다양성 그룹에서 가장 마스킹을 덜 한다는 최근의 연구 결과에서처럼 학회장에서 자유로움을 느끼는 그들의 경험 자체에 나도 함께 녹아들 수 있는 그런 시간이었다. 한국 임상에서도 이러한 흐름을 깊이 받아들여, 한국에서도 더 많은 ADHD 사람들이 연결되고, 배우고, 그리고 자신답게 번영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하겠다.

     

    https://psyche.co/guides/how-to-thrive-as-an-adult-with-adhd-with-mindful-self-coac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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