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약의 글로벌화를 향한 발걸음(下)

기사입력 2025.10.17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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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경험이 WHO 내의 정착과 활동에 실질적인 도움”
    보건복지부와 WHO 공동으로 『2022 전통의약 국제 학술대회』 개최
    Strategic and Technical Advisory Group에 한국 연구자 포함되게 독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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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상영 박사

    (한국한의약진흥원–WHO 본부 파견)


    (한의사 최초 WHO 본부 파견)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 지원, 한국한의학연구원 소속으로 2016년 2월부터  3년 동안 WHO 본부 전통보완통합의학 부서에서 파견 근무를 수행했습니다. 이 파견은 2010년부터 2014년까지 MOU를 체결했던 ICD 담당 부서가 우리나라의 제안을 수용하지 않으면서, 이후 2015년부터 2019년까지 WHO 본부 전통보완통합의학 부서와 새로운 MOU를 체결하게 되면서 이루어진 기회였습니다. 


    중국인 과장 아래에서 중국, 일본, 인도 출신의 동료들과 함께 근무를 시작하였습니다. 새로운 팀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첫 해에는 여러 제안이 거절되기도 했지만, 마지막 6개월 동안은 중국인 과장의 대리를 맡아 책임을 다할 수 있었습니다. 중국의 영향력이 워낙 커서, 어느 날 퇴근길에는 문득 “여기가 제네바인지, 북경인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경희대학교) WHO 본부에서 근무하는 동안, ICD-11 전통의약 챕터 개발에 우리나라 전문가가 참여하고 계셔서 큰 힘이 되었습니다. 2017년 8월에는 경희대학교에서 ‘침구진료의 질적 향상과 개선’을 주제로 WHO 전문가 회의를 개최하였고, 이후 침구진료의 질적 향상 체크리스트를 개발하여 경희대학교를 포함한 4개국 13개 의료기관에서 파일럿 연구를 진행하였습니다.


    (일차보건의료 선언문) 1978년 알마아타 일차보건의료 선언 40주년을 기념하여 개최된 2018년 아스타나 선언문에 전통의약 관련 내용을 포함시키는 업무를 담당하였습니다. 6개월이 넘는 협의 끝에 traditional knowledge와 traditional medicines를 선언문에 포함시키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이 선언문을 바탕으로 진행된 제72차 세계보건총회 결의문 WHA72.4에도 전통의약 관련 내용이 포함되었으며, 이어서 채택된 2019년 및 2023년 유엔 총회 결의문에도 전통의약이 반영될 수 있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Primary Health Care에서의 전통 및 보완의학(Traditional and Complementary Medicine in Primary Health Care)』 보고서를 작성하였습니다.


    (귀국, 퇴사, 저술, 실업수당, 저술) 2019년 2월, WHO 본부 파견 근무를 마치고 연구원에 복귀하였으며, 그동안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의약과 WHO의 협력 기록』을 발간하였습니다(한의신문, 2019년 5월 17일). 이후 같은 해 6월 연구원을 퇴사하였고, 실업수당을 받으며 『한의약으로 HIV/AIDS를 떠나보내자』라는 기획 원고를 집필하여 출간하였습니다(한의신문, 2020년 5월 27일).


    (한국한의약진흥원) HIV/AIDS 원고를 작성하던 중  한국한의약진흥원의 계약직 제안을 수락하여 2020년 4월 입사하습니다. 진흥원에서는 진흥원을 WHO 협력센터로 지정받기 위한 업무를 수행하였고, 아울러 제4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 수립에도 참여할 수 있었습니다.  


    (협력센터 지정) 세계화전략팀의 일원으로서, WHO 본부 전통보완통합의학 부서와의 협업을 통해 2021년 1월 한국한의약진흥원이 최초로 WHO 본부 협력센터로 지정받는 데 기여하였습니다. 이 공로를 인정받아 필자는 세계화전략팀 팀원과 함께 원장상을 수상하였습니다.


    협력센터 업무를 개발하면서는 WHO 본부의 고유 기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협력사업을 기획하고, 진흥원의 기존 사업과의 연계를 중점적으로 고려하였습니다. 그 결과, 진흥원은 2021년부터 2025년까지의 1차 지정 기간 동안 국내 고령층 한방의료 이용 실태, 한의과 노인외래정액제 정책 효과 분석, 전통의학의 1차 보건의료 활용 계획, 제4차 한의약육성종합계획 영문본 등을 WHO와 공유하였습니다. 


    (제4차 한의약육성발전종합계획 수립) 세계화전략팀은 제4차 계획 수립을 지원하였습니다. 당시에는 이 작은 경험이 훗날 큰 결과로 이어질 줄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2023년 제76차 세계보건총회에서는 2025년 5월까지 『WHO 전통의약 전략 2025–2034』를 개발하기로 결정하였고, 저는 그해 11월 개최된 전문가 회의부터 본격적으로 이 과정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후 2024년 2월부터 2025년 5월 13일 세계보건총회 사무국에 최종본을 제출하기까지, 전략 개발의 전 과정을 깊이 있게 관여할 수 있었습니다. 제4차 한의약 육성발전종합계획 수립 과정을 가까이에서 지켜보았던 작은 경험이, 세계 전략 개발이라는 보다 큰 무대에 참여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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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WHO 전통의약 전략 2025–2034』 개발 과정에서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관 및 한국한의약진흥원과 긴밀히 협력하였습니다. 진흥원은 전략 수립을 위한 국내 전문가 회의 2회와 지역 회의 1회를 주관하였으며, 2023년 인도 및 2024년 중국에서 열린 WHO 협력센터 소장 회의에 모두 참여하였습니다.


    한국한의약진흥원에 재직 중이던 2020년 10월 6일, 보건복지부 공고 제2020–714호로 『WHO 전통의약 활성화 지원 프로젝트 기술관 공개 모집』이 발표되었습니다. 필자는 자격 요건을 충족하여 이에 응모하였고, 최종 선발되어 2021년 3월부터 WHO 본부 전통보완통합의학 부서로 파견 근무를 다시 시작하였습니다. 


    (WHO 공동 개최) 2022년 11월, 보건복지부와 WHO 공동으로 『2022 전통의약 국제 학술대회』를 개최하였습니다.  이 학술대회에 맞춰 WHO 국장이 방한하였고, 경희대학교 한방병원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방문하였고, 국내 한의학 연구 현황 (임상진료지침, real-world data, 빅데이터, 뇌, 보장성, Cochrane satellite office)을 소개하였습니다. 이후 진흥원 연구자께서 국내 real-world data 기반 연구를 체계적으로 정리해 주었습니다. 


    (2025 – 2029년 MOU) 우리나라가 데이터 생성 및 분석 역량에서 강점을 보유하고 있다고 판단하여, 2024년 12월에 체결된 MOU에는 표준 임상진료지침 개발과 데이터 표준화 관련 내용을 포함하였습니다. 이는 우리나라의 관련 역량이 충분하다는 근거에 기반한 결정이었습니다.


    (한의약 확산의 매개자)  WHO를 통해 한의약이 널리 알려지고 국제보건에 기여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업무를 수행해왔습니다. Strategic and Technical Advisory Group에 한국 연구자가 포함될 수 있도록 독려하였으며, 2023년 8월 인도에서 개최된 제1차 Global Summit, 그리고 2024년 12월 중국에서 개최된 International Conference에 한의계가 적극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하였습니다. 국제생약약전 사업이 지연되는 상황에서도, 우리나라 기관과 연구자가 소외되지 않도록 노력하였습니다.


    (연구자 배경) 연구원 시절 책임연구원으로 근무한 경험은 이후 실무 수행에 지속적으로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WHO 임상연구 가이드라인초안  2차 개정 작업에 추진하였으며,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는 WHO 아프리카 지역사무처와 협력하여 전통의약 기반 COVID-19 치료제에 대한 임상연구 평가에도 함께하였습니다. 


    또한 2010년 연구원 재직 당시 번역했던 『Aztec 인디언 약용 본초서』를 2024년 Indigenous Peoples 관련 업무에 다시 활용하게 되면서, 과거의 작업이 현재의 실무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깊이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부터 계획한 길은 아니었고,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여정이었습니다. 그러나 이 여정 속에서 경희대학교,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한의약진흥원 등 세 곳의 WHO 협력센터와의 인연과 경험은 WHO 내에서의 정착과 활동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는 제가 ‘해외 진출’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보건복지부 한의약정책과의 공공 지원을 받아 선봉에 나섰고, 그를 통해 한의약이 세계로 더 널리 퍼질 수 있도록 매개자의 역할을 하고자 노력해 왔습니다. 이 글 또한 공공 영역에서의 산출물을 공유하기 위해 작성한 것입니다.


    본문에서는 의도적으로 도움을 주신 분들의 이름을 생략하였지만, 이 모든 과정은 수많은 분들의 도움과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것이 한 가지 목표를 위해서 힘을 합치는 공공 영역의 의미인가 싶기도 합니다. 한 가지 사례로 기억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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