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에도 ‘위장약 병용’…사실상 전 국민 처방 수준

기사입력 2025.10.14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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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장약 연간 2조원·650정 장기복용자 속출
    백종헌 의원 “관행적 동반처방, 국가 차원 관리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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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신문] 국민 10명 중 9명이 위장약을 처방받고 있었다. 소화기 질환이 없음에도 감기나 호흡기 질환 치료 과정에서 위장약이 ‘자동으로’ 따라붙는 관행이 고착되며 국민의 약물 노출이 과도하게 확대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올해 위장약 약품비만 2조원을 돌파해 전체 약품비의 7.3%를 차지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백종헌 의원(국민의힘)이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기준 위장약을 처방받은 실인원은 약 4300만명으로, 이는 전체 인구의 84%, 약물 처방 환자의 91%에 달했다.


    2019년 대비 위장약 약품비는 33.3%가 증가한 2조159억원이 지출됐고, 처방량 역시 17.9% 상승해 국민 1인당 연평균 165정이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하루 3회 복용 기준으로, 약 2개월간 복용에 해당한다. 


    장기복용자 비율도 높다. 연평균 200정 이상 처방받은 환자가 전체의 19.9%였으며, 이들의 평균 처방량은 650정(7개월분)으로, 과도한 수준이었다.


    연령이 높을수록 위장약 약품비는 급증했는데, 70대 이상에서 지출된 위장약 약품비는 7234억원으로, 전체 위장약 지출의 36%를 차지했다.


    처방건당 약품비 역시 70대 이상은 1만1381원으로, 10세 미만(1303원)의 8.7배에 달했다.


    백 의원은 “고령층일수록 다약제 복용이 많아 부작용 위험이 큰 만큼 위장약의 장기·중복 처방에 대한 정밀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 치료 대상이 아닌 호흡기 환자에게서 위장약 처방 비율이 더 높게 나타났다.


    2024년 기준 호흡기계 환자 3329만명 중 82.5%(2746만명)이 위장약을 처방받았으며, 이는 소화기계 환자(78.7%)보다 오히려 높은 수치였다.


    전체 위장약 처방 중 33%인 1억 건이 호흡계통 질환 처방전에서 발생했으며, 이에 따른 약품비만 2000억원에 달했다.


    특히 단순 감기(급성 상기도 감염) 처방전의 63.6%에서 위장약이 포함돼 감기용 위장약 약품비만 603억원에 이르렀다.


    대부분의 처방(77%, 2.3억건)은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14일 미만의 단기 처방으로 이루어졌고, 상위 5개 질환 중 4개가 호흡기계 염증 질환이었다.


    위장약 처방 비율은 상급종합병원 31.4%, 종합병원 45.5%에 비해 병원급 56.6%, 의원급 52.9%로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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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히 호흡계 환자의 경우 병원급 46.3%, 의원급 60.0%로 대형병원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었다.


    이는 지역·1차의료 현장에서 ‘예방 목적’ 위장약 동반 처방이 자동화된 관행처럼 굳어진 결과로 해석된다.


    전문가들은 “감기 등 단기 질환에도 위장약이 기계적으로 따라붙는 것은 의료비 낭비이자 약물 안전성 문제”라며 “환자 상태와 무관한 일괄 처방을 줄이기 위한 시스템 개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국외 연구에서는 프로톤펌프억제제(PPI) 장기복용이 골절 위험 증가 등 부작용을 유발한다는 보고가 이어지고 있다.


    그럼에도 국내에서는 감기나 단기 질환에도 예방 목적으로 위장약이 광범위하게 쓰이고 있다.


    백종헌 의원은 “감기나 호흡기 질환 치료 중 일부 위장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관행적·자동적 동반처방이 너무 많다”며 “불필요한 처방을 줄이고 꼭 필요한 환자에게만 적정 용량·기간으로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과도한 규제가 아닌 △국민의 안전한 약물 사용 환경 조성을 위한 모니터링 강화 △의료계 인식 개선 △근거 기반 가이드라인 보완이 시급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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