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신경추나의학회 한·미 교류 13년, 현장에서 느낀 교학상장의 감동

기사입력 2025.08.20 14: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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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척추신경추나의학회 MSU OMM Exchange Program을 다녀와서
    강시은 척추신경추나의학회 두개골분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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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의를 마무리하며 열린 수료식. 매년 올해도 배우고 성장한 시간을 기쁘게 돌아보며, 동시에 내년 비행기 티켓을 예약하게 되는 장소다.

     

    “원장님 미국에 남자친구 있어요?”

     

    “아니요 어디에도 없어요”

     

    환자분께서 장난 섞어 건넨 질문이다. 올해로 3년째 미시간 주립 대학교 연수를 다녀오다 보니, 여름이면 미국행 비행기에 오르는 나를 보고 주변에서도 이런 농담을 한다. 그러나 그 농담 뒤에는 “대체 뭘 배우길래 매년 미국까지 가는 걸까?”하는 궁금증이 담겨 있다고 생각한다.

     

    지면을 할애해 주신 한의신문 덕에 연수 현장에서 “이러니 또 올 수밖에 없지!”하며 무릎을 탁 쳤던 순간들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한 척추, 두 변위?

    체간 병진을 이용해 기능장애를 진단할 때, 우리는 보통 굴곡과 신전 상태를 비교해 해당 분절의 FRS 또는 ERS 변위를 판별한다. 지금까지의 병진 검사는 주로 해당 척추와 그 아래 척추 사이, 즉 한 분절의 움직임 제한을 평가하는 방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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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금도 놓치지 않고 눈에 담으려는 연수 단원들의 열정이 교실을 가득 채운다.

     

    하지만 실제 임상에서는 한 분절이 아닌 상·하 인접 분절이 동시에 기능장애를 보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예를 들어 T11(T11-12) FRS right와 T12(T12-L1) ERS right가 동시에 나타나는 경우다. 이를 정확히 진단하려면, 세밀한 병진 검사를 통해 위쪽 분절의 움직임까지 살펴야 한다.

     

    T12 극돌기를 병진시켰을 때 우→좌 병진에서 저항이 있고, 좌→우 병진은 원활하다고 하자. 이렇게 우측굴 제한이 확인되면, 굴곡과 신전 상태를 모두 비교해 상·하위 분절의 움직임을 각각 살펴본다.

     

    만약 굴곡 상태에서 아래 분절(T12-L1)의 움직임에서 저항이 느껴진다면 좌측 하부 후관절 열림 장애(T12 ERS left), 신전 상태에서도 위 분절(T11-T12)의 움직임에서 저항이 느껴진다면 우측 상부 후관절 닫힘 장애(T11 FRS left)를 진단할 수 있는 것이다.

     

    한 분절만 보고 판단하면 다른 분절의 기능장애를 놓칠 수 있다. 교수님이 거듭 강조하신 것도 바로 이 점이었다. 동적 검사 범위를 넓혀 교차 검증하라는 것이다. 작은 차이를 잡아내는 이런 디테일이야말로 매년 나를 감탄하게 만든다.

     

    변위에서 시작하는 MET

    MET를 적용할 때 우리는 보통 움직임이 제한된 방향으로 유도해 제한장벽에서 치료를 시작한다. 이 방식은 오랫동안 익숙하게 써온 표준 절차다.

     

    하지만 교수님은 변위 상태에서 출발하는 치료의 중요성을 거듭 강조하셨다.

     

    예를 들어 FRS right로 변위된 분절을 처음부터 제한장벽(신전·좌측굴·좌회전)에 진입해 치료하면 주변 근육에 불필요한 경직이 생기거나 통증이 유발될 수 있다. 반대로 변위된 상태(굴곡·우측굴·우회전) 그대로 세팅한 뒤 3개 면(굴곡·측굴·회전) 각각을 치료 방향으로 부드럽게 유도하면 환자의 불편감은 줄고 교정 효과는 오히려 높아진다.

     

    익숙했던 자세와 달라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실습을 통해 의사와 환자 모두 편안하게, 그리고 더 효과적으로 치료할 수 있음을 확인했다.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감탄했던 순간이다.

     

    이외에도 나누고 싶은 내용이 너무 많지만, 지면이 허락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예를 들어 앙와위 흉추 HVLA 기법을 활용한 비중립성 기능장애 치료, 후관절 방향을 고려한 정밀 진단과 치료, 상부 흉추 치료를 위한 새로운 자세 등 진단과 치료의 시야를 넓혀준 순간들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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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한 진단과 세밀한 치료가 이뤄지는 현장. 교수님의 손끝에서 배움의 깊이가 더해진다.

     

    이런 내용들은 실제 강의실에서 배울 때에 훨씬 더 깊이 와닿는다. 美 DO들의 살아있는 교과서, Lisa DeStefano 교수님의 손끝이 척추에 닿는 순간, 그 정교함에 마치 척추가 “네가 원하는 방향대로 움직여줄게”라고 말하듯 부드럽게 따라간다. 그 정교함과 부드러움, 동시에 단단함을 느껴보면 ‘future Korean Lisa’가 되고 싶다는 고백이 절로 튀어나온다.

     

    그리고 연수 중에는 공부 말고도 글로 다 풀 수 없는 순간들이 많다.

     

    연수단 중 누군가가 학회에 본인의 두개골을 기증하게 된 사연, ‘한의사는 왜 에르메스를 사야 하는가’에 대한 심도 있는 토론, 미국에만 오면 유독 엄마 생각이 나는 이유까지.

     

    이 모든 게 궁금하다면 내년에 열릴 미시간 연수에 꼭 함께하시길 권한다. 공부도 하고, 실컷 웃기도 하고, 돌아와서 진료가 한 걸음 크게 발전하는 보석 같은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배움과 연구, 전수의 즐거움

    ‘척추신경추나의학회 MSU OMM Exchange Program’은 2013년에 시작돼 올해로 10기를 맞이했다. 10년 넘게 이어진 이 시간 동안 단순한 해외 연수를 넘어선 깊은 의미를 지니게 됐다.

     

    올해로 3년을 연달아 찾아뵌 Lisa 교수님께서는 매년 새롭게 연구한 내용을 준비해 강의를 하신다. 기존 내용을 단순히 반복하는 일이 없고, 매번 한층 더 정교하게 다듬거나 한 단계 발전된 내용을 선보인다. 그 모습에서 ‘배우고, 연구하고, 발전시켜 나누는 일’을 진심으로 즐기고 계신다는 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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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개골분과위원회와 함께한 기념 촬영. 『추나의학(3판)』 교과서 신판에 두개골기법이 실린 모습을 보고, “파도처럼 번져가는 교육”이라며 깊은 감동을 표현했다.

     

    이 점은 척추신경추나의학회 교육위원들도 마찬가지이다. 재작년 연수에서 정리한 두개골의 진단법과 치료법을 토대로 3년째 이어온 두개골분과위원회 회의에서 교육 내용을 발전시켜 ‘추나의학(3판)’ 교과서와 학회 교육 과정에 반영했다. 그 속도와 정확성에 Lisa 교수님께서 깊이 감탄하며 감사 인사를 전하기도 했다. 작년에는 골반부, 올해는 체간부와 관련된 새로운 교육 내용이 풍성했다. 특히 올해는 서울·경인지회 체간부 교육위원 4명이 참가했는데, 새로운 내용을 마주할 때마다 “이걸 어떻게 정리해서 교육에 반영할까?” 하는 설렘 가득한 눈빛이 반짝였다. 그런 교육위원님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새로운 것을 배우고 연구하고 나누는 것을 즐기고 계신다는 점이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그래서인지 Lisa 교수님과 미시간에서 만날 때마다 ‘한국에서 온 수강생’과 ‘미국의 교수진’이라는 경계가 사라지고, 연구와 교육을 사랑하는 동료로서 같은 목표를 향해 지식을 나누게 된다.

     

    서로의 성장을 이끄는 교류

    무엇보다 이 교류는 일방향이 아니다. 우리는 배우는 동시에, 美 DO들에게도 매년 새로운 것을 전하고 있다. 작년에는 송경송 단장님의 후두골 교정법 시연에 DO들이 “이건 꼭 써야겠다”며 감탄했다. 올해는 ‘그린만의 수기의학원리(6판)’ 신판 번역 과정에서 발견한 오류를 다수 전달했고, 교수님은 2쇄 발간 시 반영하겠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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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린만의 수기의학원리』 번역 과정에서 발견한 오류를 공유하는 순간. 한 글자 한 글자 귀 기울이며 경청하는 Lisa 교수님.

     

    이렇게 배우면서 가르치고, 가르치면서 배우는 관계가 10년 넘게 차곡차곡 쌓였다. 단순한 교육 프로그램의 ‘수강생’과 ‘강사’를 넘어 서로의 발전을 돕는 탄탄한 교학상장의 파트너십이 된 것이다. 이런 신뢰와 교류가 있기에 매년 미시간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더 설렌다.

     

    “왜 매년 가세요”

     

    연수는 단순히 새로운 기법만을 배우는 시간이 아니다. 관점이 넓어지고, 진단이 세밀해지고, 치료의 설득력이 높아진다. 무엇보다 “아 이렇게 하면 더 잘할 수 있겠다”하는 확신을 얻게 된다. 그래서 “왜 매년 미국까지 가세요?”라는 질문에 나는 자신 있게 답한다.

     

    “진료 더 잘하려고요. 내년에도 갈 겁니다”

     

    감사의 말씀

    올해 연수는 작년까지와는 또 다른 새로운 변화가 많았다. 수많은 변수 속에서도 역대 최대 인원의 참가자들을 한 명 한 명 세심히 살피며 물심양면으로 힘써 주신 양회천 회장님과 송경송 단장님,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 주신 김원식 통역께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또한 연수 내내 서로를 배려하며 배움과 웃음이 가득한 시간을 함께 만들어 주신 모든 연수 단원분들께 깊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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