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리 사극 ‘탄금’서 법의학과 외과술 선보였죠”

기사입력 2025.06.23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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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혈법’, ‘삼릉침’ 등 넷플렉스 드라마 ‘탄금’ 자문 참여
    “한의학, 이제 전통에서 세계로, 유연한 진화의 길”
    김주영 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 부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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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주영 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 부단장

     

    [한의신문] 넷플렉스가 최근 공개한 드라마 탄금은 조선시대 배경의 사극에 미스터리, 멜로 등을 융합한 장르로, 지난달 28일 기준 글로벌 TOP 10 시리즈 비영어 TV쇼 부문 3위에 오르는 등 인기 상승세를 이어오고 있다. 이 가운데 김주영 대한한의약해외의료봉사단 부단장이 의료 자문으로 참여했다. 본란에서는 김주영 부단장으로부터 한의학적 자문 내용과 조선시대 시행된 외과술 등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Q. 드라마 탄금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탄금의 경우 일반 공중파 드라마와 달리 제작 기간이 매우 길었다

     

    실제 자문에 참여한 시기는 지난 202312월부터였다. 당시 PD님이 촬영 하루 전 급히 대한한의사협회에 자문 및 시술 대역을 요청해왔다

     

    본래 다른 원장님이 예정됐으나 촬영을 앞두고 개인적 사정으로 자문이 어렵게 돼 제가 참여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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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조선시대 미스터리물에 자문한 한의학적 내용은?

    자문은 여러 회에 걸쳐 진행됐으며, 그 중 몇 가지를 택한다면 우선 신주무원록(洗冤集錄)’ 등에 기록된 합혈법(合血法)’이다. 신주무원록은 사실 치료를 위한 의학서적은 아닌 법적 문제 해결을 목적으로 활용된 중국의 옛 법의학 서적(주로 범죄수사에 활용)으로 한의학 관련은 아니다

     

    하지만 작가의 대본에 있어 제게 가용한 시술도구와 방식의 자문을 구하고, 시연까지 부탁했다

     

    신주무원록에 따르면 합혈법은 혈연관계에 있는 사람들의 피가 서로 섞이고 연결되며 그렇지 않으면 섞이지 않는다고 돼 있다. 즉 의심되는 두 사람의 피를 동시에 물이 담긴 그릇 안으로 떨어뜨려 응결 여부를 관찰하는 방법이 필요했다.

     

    물론 과학적 근거에 의한 방법은 아니지만 작가의 미스터리멜로 드라마라는 장르의 성격상 극적 허용을 위한 설정이다.

     

    이 부분에서 최근에는 사용되지 않는 침법 중 하나인 삼릉침(三稜鍼)’을 소개했고, 이를 이용한 사혈도 시연했다. 이 과정에서 감독님이 일반적인 사혈이 아닌 그릇에 담길 정도의 혈액을 원하셔서 장면을 분할해 찍거나 특수효과의 힘을 빌리는 등 현장에서 여러 논의가 이뤄졌다.

     

    또한 여러 사람들의 머리에 특정 대법의 일환으로, 대침을 여러 개 시침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감독님이 원하시는 옛 침은 통용되는 일반 호침과 달리 크고 무거워 얇은 두피 위에 흔들림 없이 유침해 놓지 못하는 문제가 있기도 했다. 결국 특수 분장 팀의 도움으로 철판과 고무 등으로 인조 두피를 만들어 해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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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전투 당시 부상자에 대한 외과적 치료도 자문했다.

    창상을 입고 전투에서 복귀한 인물을 치료하는 장면이 필요했다. 사실 이 정도의 외상에 한의학적 치료는 현대에서는 드물기에 한의학문헌에 나온 외과적 처치에 대한 조사를 많이 했다.

     

    조선시대에는 많은 전투로 인한 창상이 빈번했는데, 지금은 많이 소실됐으나 매우 구체적인 치료법들이 문헌에 서술돼 있었다

     

    조선시대 의사들은 복부 수술을 포함한 여러 외과적 처치를 수행할 수 있었다. ‘동의보감에선 복부가 파열된 경우 삼이나 뽕나무 껍질로 실을 만들어 봉합하는 방법을 제시했다

     

    장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은 경우 치료가 가능하다고 여겨 화예석(花蕊石) 가루를 실에 묻혀 속에서부터 장을 봉합하고, 봉합된 장은 참기름을 발라 제자리로 들어가도록 밀어 넣은 뒤 외복부를 봉합해야 한다고 서술했다

     

    이때 마취를 위해 초오산(草烏散)과 같은 약제를 사용한 사례도 기록돼 있으며, 활혈산(活血散)이나 불수산(佛手散)처럼 상처가 덧나지 않고, 빨리 아물도록 하는 환부 도포용 산제(散劑)에 대한 언급도 있다.

     

    다만 의술 중심의 드라마가 아닌 만큼 이러한 내용들이 상당 부분 담기지 못해 아쉬움 또한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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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화 중 '삼릉침' 사혈 장면(출처: Netflix)

     

    Q. 이번에 선보인 의술 중 삼릉침이 인상 깊은데.

    삼릉침은 그 이름처럼 끝이 세모꼴의 날카로운 형태를 띠고 있는 특수한 형태의 침이다

     

    일반적인 호침이 가는 원통 모양인 반면 삼릉침은 칼날처럼 세 개의 면으로 이뤄져 있어 혈관을 찔러 소량의 피를 뽑아내는 사혈요법에 주로 사용됐다

     

    현대 임상에선 란셋이나 사혈기를 사용하고 있으나 과거에는 편도선염, 인후염, 급성 발열 시 특정 경혈을 삼릉침으로 사혈해 열성 질환이나 염증을 완화했으며, 옹종(癰腫), 창양(瘡瘍) 등 염증성 질환에서 환부를 찔러 고름과 어혈을 배출시켜 염증을 가라앉히고, 회복을 돕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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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Q. KOMSTA 활동을 통해 본 K-컬처로서의 한의약은?

    한류 콘텐츠의 인기와 가능성은 KOMSTA 부단장 활동을 통해 실감하고 있다

     

    단순히 의학적 효과뿐만 아니라 한국이라는 국가와 문화에 대한 정서가 한의학 수용에 중요한 기반이 되고 있음을 깨달았다.

     

    K-컬처에 있어 한의학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전통에서 세계로, 유연한 진화의 길이라고 할 수 있다.

     

    체질에 따라 진단과 처방이 달라지는 사상체질론, 오장육부의 균형을 바탕으로 경락에 침을 놓는 오행침법 등은 한의학만의 독자적인 철학과 임상 지혜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예로, 이는 중의학만을 알고 있던 외국인들에게 한의학만의 독립된 전통의학 체계를 보여주는 중요 근거이자 우리나라 의학만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역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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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023년 MBC 드라마 ‘연인’ 촬영장에서

     

    이번 드라마에 자문으로 참여하며 한의학이 문화 콘텐츠에 자연스럽게 스며들 수 있다는 것을 현장에서 체감했는데최근 K-팝이 음악뿐만 아니라 다양한 국적의 멤버퍼포먼스스토리텔링과 융합하면서 세계인의 사랑을 받듯 한의약 융복합을 이루며 진화하고 있다.

     

    ·한약 치료에서 초음파 활용 진단·치료, 레이저, 약침, 저선량 X-ray 등을 접목함으로써 환자에게 보다 과학적이고, 안전한 치료 옵션이 제공되고 있다

     

    이러한 진화는 단순한 기술 수용에 그치지 않고, 한의학 고유의 철학과 사유 방식을 유지하면서 현대성과 융합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깊다.

     

    앞으로도 다양한 방식으로 한의학을 널리 알리고, 이를 통해 한국의 정체성과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 데 역량이 닿는대로 힘을 보태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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