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료비 국가책임제…돌봄 공공성·존엄한 삶 ‘보장’
[한의신문] 국회 보건복지위위원회 남인순·강선우·서영석·김남희 의원(더불어민주당)이 9일 ‘노인의료비 국가책임제 시행 방안’을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한 가운데 우리나라 건보 재정의 안정화와 의료비 가계부담 완화를 위해 ‘노인의료비 국가책임제’ 도입과 더불어 일차의료 기반의 ‘어르신 주치의제’가 병행돼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번 토론회는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건강보험 제도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고, 노인의료 보장 강화를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모색하고자 마련된 것으로, 올해 ‘통합건강보험’ 출범 25주년을 맞이했으나 우리나라의 보장률은 OECD 최하위 수준이며, 특히 급증하는 노인의료비는 건보 재정 건전성을 위협하는 주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좌측부터 남인순·강선우·서영석 복지위원
남인순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정부의 의료개혁은 이제 환자와 국민 중심의 일차의료 기반 의료전달체계를 확립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면서 “특히 ‘노인의료 국가책임제’ 등 건강돌봄의 공공성을 확보하는 것이 건보제도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삶의 존엄을 지키는 길이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강선우 의원은 “노인의료비 부담은 더 이상 개인과 가족의 몫이 아닌 사회적 문제로, 이제 국고 지원 확대, 건보 보장성 강화, 간병비 급여화, 노인 주치의제 도입 등 노인의료 국가책임제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어르신 한 분 한 분의 건강하고, 존엄한 삶이 바로 대한민국의 품격”이라고 전했다.
서영석 의원은 “노인의료비 증가는 단지 노년층의 문제가 아닌 자녀 세대의 경제적 부담과 건보재정의 약화로 인한 돌봄 공백 문제로 봐야 한다”며 “노인의료 국가책임제는 우리 모두의 미래를 위한 정책으로, 공정한 의료 및 지속가능한 복지를 위한 제도화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국민건강보험만으로 노인의료 안정망 실현, 노인의료비 국가책임제 실행방안’을 주제로 발제에 나선 김준현 건강정책참여연구소장이 제시한 건강보험통계(‘23년)에 따르면 노인 1인당 연평균 진료비는 544만3000원으로, 전체 건강보험 적용인구 1인당 연평균 진료비 215만5000원보다 2.5배 높은 수준이다.
특히 건보 총진료비 중 65세 이상 어르신의 비중은 ‘14년 36.3%에서 ‘23년 44.1%로 10년간 7.8%p 증가했으며, 의료비 가계직접부담이 전체 보건의료비 지출 대비 27.8%(간병비 미포함)로 나타났는데 이는 OECD 38개국 중 3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김 소장은 “노인의료비 압박은 그들을 부양하는 자녀 세대에게 이어지기도 하는 만큼 우리나라처럼 공적연금 보장성이 충분치 않은 조건에선 노인의 소득보장 측면에서 의료비 부담을 낮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노인의료비 증가가 건보재정 악화의 주된 요인으로 나타났는데 건보통계연보(‘23년)에선 한 해 동안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지출한 진료비는 48조9011억원(전체 진료비의 44.1%)을 차지했으며, 최근 5년간(‘19~‘23년) 전체 진료비가 6.5% 증가하는 동안 노인진료비는 8.1%로 급증했다.
김 소장은 향후 45년간 우리나라 인구변동을 반영해 급여비를 추계한 결과, 전체 급여비 중 유소년 및 노동연령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감소하는 반면 65세 이상 어르신이 차지하는 비중은 올해 48.9%를 시작으로 오는 2070년에는 78.8%까지 상승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에 김 소장은 “현재와 같이 보험료 예상 수입의 20%를 정부 일반회계와 국민건강증진기금을 통해 조달하는 방식이 아닌, 실제 지출된 건보 급여비를 기준으로 정부지원금(일반회계만으로 조성)을 지급하는 안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면서 건보료와 정부지원금 부담 비율을 △65세 미만에 80:20, 65세 이상에 20:80을 적용 △모든 연령층에 50:50으로 적용 △75세 미만에 80:20, 75세 이상에 정부지원금 100%을 적용하는 3가지 안을 제시했다.
이와 함께 김 소장은 ‘노의의료비 국가책임제’ 시행 방안으로 △정부 지원금 지급 기준을 보험료에서 건보 급여비로 변경(일반 회계로 편성) △법정본인부담 영역은 본인부담제상한제 개편을, 비급여본인부담 영역은 간병비 부담 해소 중점으로 개편해 혼합진료 금지를 위한 장치가 마련될 것을 제안하며 “이를 통해 35조원 규모로 건보 지원금이 투입되고, 가계부담 완화로 직결된다면 건보 보장성은 11.3%로 증가해 OECD 평균에 근접한 74.5%에 도달하게 되며, 가계가처분소득 증대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찬진 참여연대정책자문위원장(변호사)이 좌장을 맡아 진행한 패널토론에서 홍석환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정책국장은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는 병·의원에서 과잉진료를 스스로 통제할 유인책이 없는 만큼 급여와 비급여가 함께 이뤄지는 혼합진료에 대한 전면금지와 지불제도 개편이 필요하다”면서 “고령층의 만성질환 등 관리를 위한 ‘전국민 주치의제’와 일차의료 강화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안은미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정책국장도 “건보재정 안정화와 가구 의료비 부담 완화를 위해 일차의료 강화 차원에서 ‘전국민 주치의제’를 아동과 노인 대상으로 먼저 도입하고, 65세 이상 고령자의 외래 방문과 입원 일수를 줄이기 위해 예방 중심의 패러다임을 위한 사회적인 노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진환 서울대 보건환경연구소 교수는 “노인의료비 국가책임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선 국가 재정뿐만 아니라 의료전달체계의 효율화, 의료 가격의 적정 관리, 건보와 장기요양보험의 유기적 연계가 필수이며, 소득 보장 정책과의 정합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돼야 존엄한 노후가 보장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참석한 조충현 보건복지부 보험정책과장은 “외국의 일부 국가들은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자 보험료를 인상하거나 국고를 늘리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하기도 했다”면서 “국고 지원뿐만 아니라 중앙과 지자체 간 협업을 통한 건강관리 사업 등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