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5일까지 ‘한국전통 향장의약 특별전’ 개최…향장의 걸어온 발자취 ‘한 눈에’
[한의신문=강환웅 기자] 경희대학교 청강한의학역사문화연구소(소장 차웅석)에서는 지난달 17일 ‘근대여명기 한의학에 서광을 비추다-상한열병 연구에 앞장선 교육자, 박호풍’이라는 주제로 콜로키움을 개최, 경희대 한의과대학 박호풍 초대 학장(1900∼1961)을 일생을 재조명하는 뜻깊은 시간을 마련했다.
이번 콜로키움은 근현대 한의학 연구사 대상인물로 선정된 박호풍 선생으로부터 직접 상한병 강의를 수강한 송병기 다나아한의원장(전 경희대 한의과대학 학장)이 참석해 학창시절 박호풍 선생과의 일화 등에 대한 소개는 물론 박호풍 선생의 학술적인 의미를 되새기는 내용에 대해 강연했으며, 안상우 한국의사학회장이 대담자로, 또 김남일 경희대 한의대 교수(의사학교실)가 지정토론자로 나서 질의응답을 진행하는 등 근현대 한의학사에서 차지하고 있는 박호풍 선생의 행적의 의미를 되새겼다.
박호풍 선생은 경성제일고등보통학교를 졸업하고, 1921년 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의 전신인 경성공업전문학교를 졸업하는 등 동 시대를 살아가는 수재 중 한 사람이었다. 이런 와중에 1921년부터 ‘일제강점기에 학업을 마치면서 나라를 빼앗긴 식민지 백성으로서 창생을 구제할 수 있는 길은 오로지 의학일 뿐’이라는 깨닫게 되고 한의학 공부에 매진, 의학입문·동의보감·의종손익·광제비급 등 1000여 권의 의서를 탐독했다고 전해지고 있다.
이후 20여 년간 별다른 뚜렷한 족적은 없었지만, 1942년 구황실의 전의(典醫)로 임명된 것으로 보아, 임상계에서 꾸준히 진료해오면서 크게 명성을 쌓아왔음이 간접적으로 확인되는 부분이다.
특히 박호풍 선생은 한국전쟁 중인 피난지 부산 시절 당시 열악한 수준의 한의학 교육기관에서 벗어나지 못했던 서울한의과대학을 동양의약대학으로 개편하고, 초대 학장 및 부속병원장에 취임해 근현대 한의학 발전을 이끄는 한편 임시수도 부산에서 열린 초대 제헌국회에서 한의사제도가 입법되도록 청원하는 일에 앞장서 현재와 같은 의료이원화 제도가 확립되는데 큰 공헌을 했다.
이와 함께 학술적인 방면에서도 상한열병 연구에 매진해 1955년 창간된 ‘동양의약지’에 동양의약대학 학장으로서 축사를 남김과 동시에 상한 및 진단학 강의 등을 연재함으로써 후학들에게 학문에 대한 열정과 교육자적인 모범을 보였다. 또한 학술 연구와 임상면에서 청대 이후 100여 종의 문헌을 섭렵해 실제 환자 진료시 활용함으로써 한국 한의학의 지평을 넓혀가는 한편 한의문화사상에 귀감이 되었다는 평가를 받는 등 한의 임상부터 교육, 학술, 의정 등 다방면에 걸쳐 한의계에 커다란 공로를 남김으로써 ‘근세한의학계의 거성이며, 태두’라는 칭송을 얻고 있다.
이밖에도 박호풍 학장이 영면한지 10여 년 후 제자와 유가족들의 손에 의해 평소 지니고 있던 유고 필기첩을 모아 ‘남천의학대전’이 간행됐으며, 이후 2004년 한글번역본이 ‘남천한의학대전’으로 발행돼 그의 학술적 사상 및 임상에서의 업적들이 이어져 오고 있다.
이와 관련 송병기 원장은 “박호풍 학장님이 상한열병 연구에 매달렸던 이유는 한의학의 나아갈 길은 의료의 최전선이라고 할 수 있는 전염병 치료에 앞장 서야 한다는 것이었다”면서 “이러한 적극적인 역할 수행을 통해 한의치료의 우수성과 존재가치를 입증할 수 있다는 것이 평소 지닌 지론이자 신념이었다”고 회고했다.
이날 콜로키움 참석자들도 이같은 박호풍 선생의 선구적인 업적은 근현대 한의학 연구에 있어, 코로나 팬데믹과 반복되는 전염성 질환의 유행에 대비한 방역관리체계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박탈된 한의계에 경종을 울려주는 것이며, 현 시점에서 매우 시사적인 교훈을 던져주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한편 청강한의학역사문화연구소에서는 지난달 29일 경희대 정재한의학역사박물관 기획실에서 고성규 경희대 한의과대학 학장, 정유옹 대한한의사협회 수석부회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전통 향장의약 특별전’ 기념식을 진행했다. 이번 특별전은 어린이 피부건강에 도움을 주는 한방화장품 개발에 앞장서고 있는 ㈜제로투세븐의 후원으로 오는 15일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향장(香粧)’은 한방화장품이나 한방미용에 상응하는 우리 고유 용어로, 향장에 사용되는 주요 재료들은 대부분 한약재이기 때문에 한의약 치료기술과 향장품 개발은 서로 불가분의 관계에 놓여있어, 상호 협력을 기반으로 세계적인 트랜드를 이루고 있는 천연소재 한방화장품 개발 영역에서 크게 기여할 수 있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이와 함께 이날 행사에서는 ‘한국한방화장품의 문화사’를 저술한 김남일 교수(경희대 한의대)를 초청해 북토크를 진행하는 한편 현재 한국한의학연구원에서 한국전통 궁중향장 의약문화 과제를 수행하고 있는 안상우 박사(전문연구위원)의 주도로 향장의약특별전에 대한 취지 설명과 전시해설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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