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학의 강점을 극대화하라”

기사입력 2022.04.28 1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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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의학은 환자 호소하는 증상 해소에 ‘강점’ 있지만…
    주관적인 느낌을 수치화해 표시할 수 있다면 더욱 공감 얻을 것“
    “환자 경중, 시각적으로 살필 수 있는 도구 개발해 활용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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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국 서울 강남구한의사회 회장

    (서울특별시한의사회 부회장, 경희대 한의대 외래 부교수)


    MBTI가 유행이다. 예능도 MBTI 성향에 따라 편을 나누는 것이 있을 정도이고, 특정 SNS의 프로필에도 자신의 MBTI 성향을 기록해 두는 이도 있다. MBTI란 ‘마이어스-브릭스 유형지표(Myers-Briggs Type Indicator)’로 지난 1994년에 개발된 성격유형 선호지표이다. 

     

    MBTI가 인간의 내면을 온전히 설명한다는 것은 당연히 아니다. 다만 참고 자료로는 사용할 수 있다. 의학에 있어, 현재 주류는 서양의학이다. 동양의학은 ‘대체의학’, ‘기능의학’, ‘전통의학’ 등으로 불리며 비주류이다. ‘아픈 것을 치료한다’는 환자치료의 최종 목표는 같지만, 그 목표에 도달하는 방식과 사고체계는 전혀 다르다. 아래의 표는 필자가 생각하는 한의학과 서양의학의 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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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기서 한의학의 강점 중 하나는 ‘검사로 나타나지 않지만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에 대응해 치료를 한다’는 것이다. 서양의학은 아무리 환자가 아프다고 하더라도, 물질 검사를 통해 검사 결과를 충족하지 못하면 치료의 대상도 아니며 치료 접근을 할 수도 없고, 치료를 하지도 않는다. 

     

    그에 반해 한의학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해소시키기 위해 노력한다.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은 기본적으로 ‘주관적’이기 때문에, 판단과 평가, 공유와 공감이 어렵다는 단점은 명확하다. 이러한 이유로 한의학은 비과학이라 호도된다. 

     

    하지만 주관적인 느낌을 수치화해 표시하는 방법도 있는데 실제 서양의학 역시 환자가 느끼는 통증을 평가하기 위해 때로는 ‘수치평가척도(Numeral Rating Scale, NRS)’를 활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의학 분야가 아닌 곳에서도 주관적인 느낌을 수치화해 공감을 얻고 있는데, 대표적인 것이 ‘별점’이다. 

     

    주관적 평가척도는 화자의 주관이 개입돼 결과가 왜곡될 가능성이 높다. 임상에서 절대적 지표로 사용할 수는 없으나, 환자의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장치로는 활용할 수 있다. 특히 한의학과 같은 ‘증상 중심’에서는 주요 지표로 삼을 수 있다. 

     

    이에 한의학에서도 다양한 분야에서 설문을 활용하고 있다. 사상체질도 ‘QSCCⅡ+ 개정한 사상체질분류검사’를 통해 정확도를 높이고 객관성 있는 진단 지표로써 활용한다. 

     

    이에 필자도 비만 한의임상진료지침에서 나눈 비만 변증 유형인 ‘비허’, ‘담음’, ‘양허’, ‘식적’, ‘간울’, ‘어혈’ 등을 두고 비만 환자에게 설문을 진행해 변증 유형에 따라 시각화를 하게 된다면 현재의 상황과 치료 전·후의 상황을 확인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이에 필자는 지난 2021년 9월부터 비만 진료시 변증 유형 설문을 활용하기 시작했으며, 변증유형평가는 논문을 근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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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결과 환자의 현재 상황에 따라 6개 유형의 점수를 계산한 뒤 트래픽라이트를 부여해 유형의 경중을 알아 볼 수 있었다. 또한 치료 후 적정한 기간이 경과한 뒤 설문을 다시 진행해 최초 작성된 내용과 비교가 가능하도록 했다. 차후 연구를 위해 한약을 복용하고 있지 않는 ‘대조군’에게도 동일한 과정을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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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결과 비만 체질에 따른 6개 유형의 비만 환자에 있어 치료 전과 치료 후에서 유의미한 치료 결과를 객관적으로 도출할 수 있었다. 한의학의 강점은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을 인정해 증상을 개선시키기 위한 노력을 한다는 점이다. 그러므로 환자가 호소하는 증상의 경중을 현대적이고도 시각적으로 살펴볼 수 있도록 객관적인 도구를 더 많이 개발해 활용하면 어떨까 싶다. 

     

    환자 입장에서는 치료효과만 좋다면 ‘한의학이냐 서양의학이냐’는 별로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다. 다만 서양의학적인 강점을 가진 ‘물질 검사를 통한 객관적 건강 상태’와 한의학이 강점인 ‘설문을 통한 주관적 건강 상태’를 활용한다면, 환자는 최선의 진료서비스를 받게 될 것이다. 


    [참고문헌]

    한방비만학회지 제8권 제1호 Journal of Society of Korean Medicine for Obesity Research 2008:8(1):53-61

    비만 한의임상진료지침, 한국한의학연구원,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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