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재 폄훼에 신난 의협, 잠잠해진 이유는?

기사입력 2017.10.16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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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약품용‧식품용 한약재 유통‧관리체계 ‘무지(無知)’서 비롯된 의협의 ‘헛발질’

    의약품용 한약재, GMP제도 의무화 등 엄격한 식약처 기준에 따라 관리‧감독

    반면 식품용 한약재는 식약처 관리‧감독에 ‘구멍’…식약공용품목 축소 등 제도 개선 시급

    Portrait of smiling business partners looking at their colleague keeping his head on crossed hands

    식품용 한약재의 무분별한 유통 근절은 한의계의 숙원사업이다. ‘의약품용 규격 한약재’와 달리 ‘식품용 한약재’는 명확한 유통·관리기준이 없기 때문이다. 또한 식품용 한약재라도 일부는 인체에 치명적인 독성을 지녔기 때문에 반드시 전문가인 한의사의 처방에 의해 복용해야 한다.

    따라서 대한한의사협회(이하 한의협)를 비롯한 한의계에서는 식품용 한약재의 공용목록 축소와 관리·감독을 강화해달라고 보건당국에 이미 수차례 건의한 바 있다. 그럼에도 최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이러한 차이점에 대한 배경지식도 없이 한의계를 싸잡아 맹비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무지(無知)’에서 비롯된 의협의 ‘헛발질’이지만, 대부분의 국민 인식 또한 ‘의약품용=식품용’인 실정. 이에 최근 벌어진 의협의 헛발질을 통해 의약품용과 식품용 한약재의 차이점에 대해 다시 한 번 되짚어 본다.

    -편집자 주-

     

    [한의신문=최성훈 기자]국내에 유통되고 있는 식·약 공용 농산물 ‘산조인(산대추나무의 익은 씨를 말린 것)’과 ‘연자육(연꽃의 잘 익은 씨)’ 일부에서 1급 발암물질인 ‘아플라톡신’이 검출됐다.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이하 보건환경연구원) 연구팀은 지난해 6∼12월 서울약령시장에서 원형 또는 분말 형태로 판매되는 감초 등 식·약 공용 농산물 총 62개의 아플라톡신 오염량을 분석한 결과 이같이 드러난 것.

    아플라톡신이란 곰팡이독소의 일종으로 B1·B2·G1·G2 등 네 종류가 있다. 이중 아플라톡신 B1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1군 발암물질 리스트에 분류돼 있다. 최근에는 중국산 보이차에서 이 물질이 검출돼 국민들에게 충격을 준 바 있다.

    검사 결과 연자육 원형의 총 아플라톡신(B1·B2·G1·G2의 합) 오염량은 일부 제품에서 최대 14.7㎍/㎏까지 검출됐다. 아플라톡신 중 발암성이 가장 강력한 아플라톡신 B1의 오염량은 최대 11.9㎍/㎏이었다.

    산조인 분말의 총 아플라톡신 오염량은 연자육보다 더 많은 최대 21.8㎍/㎏까지 검출됐다. 아플라톡신 B1 오염량은 최대 19.3㎍/㎏으로 확인됐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연자육과 산조인 분말은 현재 농산물 육두구 등에 적용 중인 아플라톡신의 허용기준을 초과했지만 현재 연자육·산조인에 대한 총 아플라톡신·아플라톡신 B1 기준이 없어 이런 유통을 차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최근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생약의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값 싸고 규제‧감시가 덜한 수입 생약이 국내 유통의 70~80%를 차지하고 있다”며 “생약의 생산국이 다양해지고 있어 수입 생약에 대한 품질관리를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협 “한약에 발암물질 포함 가능성 커”…한의계 맹비난

    보건환경연구원의 발표가 있자마자 의협은 다음날 한약 유통관리의 허점이 드러났다는 식의 보도자료를 즉각 발표했다.

    의협은 보도자료에서 “시중 유통되는 한약재와 처방된 한약들 중 치명적 발암물질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크다”며 “보건당국은 철저한 조사에 나서야 하며, 국민들은 한약 복용시 각별히 주의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의협은 또 “아플라톡신과 같은 위험한 발암 독성물질이 들어있는 한약재를 유통해온 한약상은 물론, 불량하고 부적합한 한약재를 처방한 일선 한의원 등 관련자들을 전수 조사해 처벌 및 단속해야 한다”며 일선 한의계로까지 비난을 퍼부었다.

    김주현 의협 대변인은 한 술 더 떠 “한약재에서 아플라톡신이 발견된 사실에 한번 놀라고 기준 마련이 미비한 점에 두 번 놀랐다”며 “하루 빨리 국민건강을 위해 유통 중인 한약제제를 회수하도록 정부의 대책 마련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검출된 한약재는 식품용” 사실 달라

    그러나 해당 연구 주체인 보건환경연구원은 “수입 연자육‧산조인 등 한약재에서 아플라톡신 과다 검출됐다”는 의협의 보도자료가 사실과 다르다며 이를 반박했다.

    우선 보건환경연구원은 “연구결과에서 아플라톡신이 검출된 연자육과 산조인은 한약재가 아닌 식·약 공용 농산물로 유통되는 제품”이라며 “(의협이)시중 유통되는 한약재와 처방된 한약들 중 치명적 발암물질이 포함됐을 가능성을 제시한 것은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반박했다.

    또 보건환경연구원은 “한약재인 연자육과 산조인 등에 대한 곰팡이독소 중 총 아플라톡신(아플라톡신 B1, B2, G1 및 G2의 합)의 기준은 15.0 ppb 이하(단, 아플라톡신B1 10.0 ppb 이하)로 설정해 품질관리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즉, 일부 식‧약 공용 농산물로 유통되는 생약에 1급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의협은 사실 확인도 없이 맹비난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의약품용 규격 한약재’와 ‘식품용 한약재’는 유통과 관리체계에서 큰 차이가 있다는 게 한의계의 설명.

    실제 전국의 모든 한의원과 한의병원에서 처방하고 있는 ‘의약품용 규격 한약재’의 경우 약사법과 한약재 안전 및 품질관리 규정, 의약품등 안전에 관한 규칙 등에 의거해 한약재 품목별로 품질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또한 제조소마다 약사 또는 한약사를 반드시 배치해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특히 의약품용 규격 한약재의 경우 원료 입고시와 완제품으로 출고시 2회에 걸쳐 적합성 유무를 검사하고 있다. 이미 수년전부터는 ‘한약재 제조 및 품질관리기준(GMP) 제도’가 도입돼 전면 의무화 되면서 의약품으로서의 품질검증이 한층 강화된 바 있다.

    반면 ‘식품용 한약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관리 감독을 제대로 받고 있지 못하고 있어 이와 같은 사태가 반복해서 불거지는 실정이다.

    한의협 관계자는 “현재 우리나라에는 189종의 식약공용품목이 있으나 똑같이 ‘감초’라는 명칭을 사용하더라도 의약품용 규격 한약재와 식품용(농산물)은 품질관리 체계가 엄연히 다르다”며 “전국의 모든 한의원과 한의병원에서는 식약처의 엄격한 기준에 따라 관리, 유통되고 있는 품질 안전성이 검증된 의약품용 규격 한약재만을 처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사실 관계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않고, 한약재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는 소식에 무작정 비난부터 퍼붓는 의협이야말로 더욱 책임감 있게 행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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