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받고 좋아하시는 환자 보며 사명감 생겨”

기사입력 2020.03.25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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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약 배송 업무 맡아 500여건 전달한 한의협 김한영 대리
    “약 받고 몇 번이나 감사하다는 말에 뭉클”

    <한의신문> 대한한의사협회 총무비서팀 김한영 대리는 지난 10일 대구에 내려와 지난 24일까지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에서 보름 가까이 지원 업무를 했다.

     

    김한영 대리.jpg

    전화진료를 위한 한의맥 아이디 신규 발급해주는 일부터 시작해 매일 오전 11시부터는 그날 처방 나온 약들을 토대로 배송 루트를 짜서 직접 배송까지 도맡았다.

     

    “센터 개소 이 삼일 동안은 대구 시내에 차도 별로 없고 해서 생각보다 배송이 오래 걸리진 않았다. 그런데 전화상담센터가 금방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배송 건수가 부쩍 늘었다. 배송팀 업무를 한의대 학생들이 맡다 보니 차도 부족해 제가 맡은 배송 건수만 해도 기본 하루 20~30건에 이르렀다.”

     

    대구 지리도 익숙하지 않다보니 그는 오후 내내 배송을 하면 기본 5~6시간은 족히 걸렸다고 했다.

     

    지금은 오히려 하루 배달할 한약 상자가 50~60건으로 증가했지만, 대구 경북 지역 회원들이 배송을 십시일반 도움을 줘서 처음보다는 한결 수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도 하루 10건에서 20건 정도를 배송 중이다. 그가 보름여 동안 배송한 건수만 다 합쳐도 어림잡아 약 500여건이 된다고 했다.

     

    그런 만큼 김 대리는 배송 도중에 생기는 에피소드도 많다고 했다. 한 번은 자원봉사자 학생이랑 한약을 배송하러 갔는데, 어느 한 건물 앞에 119 구급차량이 있었다. 마침 약 수령자도 그 건물이었다.

     

    김한영 대리2.JPG

    그는 ‘어디에서 확진자가 또 발생해 이송하게 됐나 보다’고만 생각했다고 한다. 확진자 자택 현관 앞에 약을 놓고 내려가는데, 갑자기 집 문이 열리더니 확진자가 한약을 들고 119를 탔다고 했다. 한약을 받아서 시설에 들어가려고 끝까지 기다린 것이다.

     

    가장 기억에 남는 환자가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그는 “배송 첫 날 확진자가 주택에 살아 길을 잘 못 찾아서 전화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 분은 이날 약을 못 받겠거니 생각하고 포기하고 있었다”면서 “그런데 약이 왔다고 하니까 굉장히 좋아하셨다. 다음날 시설로 들어가게 돼 약을 못 받을까봐 걱정했는데 약을 받고 가서 정말 감사하다고 몇 번을 말씀하셨다. 지금도 생각하면 그 때가 가장 뭉클하다”고 말했다.

     

    김 대리는 그 분 덕에 여기서 일하는 마음가짐도 달라졌다고 한다. 처음 대구에 내려올 때는 그냥 도와주러 간다는 막연한 생각만 가지고 내려왔기 때문이다.

     

    “한약을 받고 감사하다고 말하는 확진자 분들을 볼 때마다 사명감이 생겼다. 저도 이 일을 통해 제가 더 많이 배워 가는 것 같다. 앞으로 이런 일이 안 벌어지는 게 좋겠지만 만약 또 감염 사태가 일어난다면 그 때도 제일 먼저 자원해 도와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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