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과 COVID-19 확진자들에게 이보다 더 간절한 복음이 있을까?
최승훈
단국대학교 교수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 (WHO)가 코로나19(COVID-19)에 대한 팬데믹(pandemic·세계적 대유행)을 선언했다. 중국에서 시작된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특히 유럽 각처에서 매우 심각한 추세를 보이고 있으며, 이미 114개국에서 12만명 가까운 확진자가 나왔고 4천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3월 14일자 중국일보는 천진중의약대 장보리(張伯禮) 총장이 전날 우한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중국이 이탈리아와 이란에 ‘연화청온(蓮花清瘟)’과 ‘금화청감(金花清感)’을 보냈다고 소개했다.
이 두 가지 중약은 최근 연구에서 코로나19 輕症型과 普通型 치료에 유효한 것으로 확인되었다. 금화청감은 H1N1 독감에 대비해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상한론(傷寒論)’의 마행석감탕(麻杏石甘湯)과 ‘온병조변(温病條辨)’의 은교산(銀翹散)을 위주로 구성된 처방이다. 호흡기와 重症의학 전문의인 왕전(王辰)이 금화청감 개발 후 타미플루와의 비교 연구를 실시한 결과, 타미플루 해열시간은 19시간인 반면 금화청감은 16시간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장 총장은 “금화청감은 COVID-19에 저항하는데 사용되고, 환자의 발열과 염증, 경증의 전이율을 모두 떨어뜨리는 것으로 확인되었으며, 연화청온은 COVID-19로 인한 세포병변의 억제작용이 뛰어나 세포내 독소의 입자를 줄일 수 있으며, 종양의 괴사 인자와 염증 사이토카인 폭풍을 현저히 억제함으로써 병의 진행을 막는다”고 말했다.
중국, 자신들 의료 경험 바탕으로 중약의 해외 진출
한편 이탈리아에서는 중국계 화교 뿐만 아니라 현지인들에게도 중약이 COVID-19 예방과 치료의 주요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각광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절강중의학대학은 이에 부응하여 중의약품의 해외 COVID-19 관련 지원을 시작했는데, 중약과립 5만포, 중약향낭(中藥香囊) 2만개, 영지포자분(靈芝孢子粉) 480통, 중약차 4만5000포, 방풍통성환, 연화청온교낭(蓮花清瘟胶囊) 등과 ‘신형 코로나바이러스 폐렴진료방안’에 포함된 중성약 3,500통을 이탈리아로 보냈다고 한다.
중국의 시진핑 주석이 주도해 온 ‘一帶一路’의 종점 이탈리아는 외교적으로 경제적으로 중국과 매우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아이러니하게도 이번에 COVID-19의 중국 이외 최대 감염국가로 떠올랐다. 이에 국내적으로 어느 정도 COVID-19 상황을 통제했다고 판단한 중국이 자신들의 의료 경험을 바탕으로 중약의 해외 진출을 시작하고 있다.
중국 우한에서 발원한 COVID-19의 초기 확산은 중국과 친밀한 국가, 즉 한국, 이탈리아, 이란 등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는데, 국내의 사정은 어떠한가?
1월 하순경, 국내에서 처음으로 COVID-19 확진자 사례가 발생하면서 무서운 속도로 확산되기 시작하면서 한때 중국 다음으로 많은 확진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과거 SARS나 MERS 발생 때에도 한의계가 치료 참여를 원하였으나, 양의계의 반대와 정부의 비협조로 뜻을 이루지 못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협회가 주도하여 치료에 적극 참여를 시도한 결과, 지난 3월 9일부터 대구한의대학교 부속 대구한방병원 별관에서 ‘코로나19 한의진료 전화상담센터’를 설치하고 한의사의 의료적 판단에 따라 COVID-19 확진자들에게 무상으로 한약을 처방하고 보호자가 직접 수령하거나 택배하는 방식의 진료를 시작하였다.
전화상담센터, 급성 중증 감염병 치료 본격 참여
확진자들로부터 큰 환영을 받고 있으며, 초진과 재진환자가 날로 증가하고 있다. 한의사가 향후 국가 방역체계에 참여하고 한의약이 중증 감염병 치료에 활용될 수 있는 교두보를 확보한 셈이다. 동시에 이러한 진전은 국내 한의과대학과 부속한방병원이 그간 내부적으로 제기되었던 존재 이유에 대한 희망적인 대답을 주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3월 16일 한의협에서는 전국한의과대학 폐계내과협의회 권고안 2.1판과 예방한의학회 권고안, 중국 국가위생위원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폐렴 진료지침 제7판을 적용하고 한방소아과학회 자문내용을 포함한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 한의진료 권고안 제2판’을 발표하였다.
중국에서 개발한 청폐배독탕을 輕症 초기부터 中等症期 및 重症期까지의 통치방으로, 또 경증 초기의 表熱證과 濕證, 경증 중기의 裏熱證에 기존 한약 처방을 활용하는 방안을 권고하고 있다.
이는 국내 한의계가 급성 중증 감염병 치료에 본격적으로 참여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이에 대해 의협은 3월 9일자 공식 유튜브 방송을 통해 ‘코로나19에 한약을 잘못 먹으면 흡입성 폐렴에 걸릴 수 있다’는 근거도 없고 무책임한 발언으로 국민들의 불안과 오해를 가중시켰으며, 16일자 경남의사회 대의원회 의장이 모 언론에 게재한 칼럼에서 한의협을 ‘국민의 불안을 이용해 근거 없는 논리로 자신의 이익을 추구하려는 나쁜 집단’으로, ‘현대 의학적 치료에 빌붙어 경제적 이득만 보려고 하는 파렴치한 존재’로 언급하는 등 악의적으로 폄훼하였다.
공개토론 제안, 의협은 거절할 것
이에 한의협은 3월 17일 성명서를 통해 “우리나라의 한의사들은 현재 가장 많은 코로나19 확진자와 싸우고 있는 중국의 치료 자료를 기반으로 국내 확진자들에게 무료 한약처방을 비롯한 한의약 치료에 나서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글 필자는 본인의 비판에 대한 최소한의 근거조차 없이 맹목적으로 한의약을 비방하는 데에만 열을 올리고 있어 코로나19에 대한 한의약 치료를 밥그릇 싸움으로 몰고가 억지로 평가 절하시켜버리려는 편협하고 얄팍한 속내가 있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하면서 양의계에 공개토론을 제안하고 나섰다.
단언컨대 의협은 한의협의 제안을 무시하거나 거절할 것이다. 그들이 내세우는 사회적 명분도 약하고 무엇보다도 상대인 한의약에 대해 알고 있는 지식과 정보가 너무나 부실하고 천박하기 때문이다. 양 협회장의 공개 토론을 해봐야 결과는 한의협의 승리가 明若觀火하다.
중국은 SARS에 이어 COVID-19를 겪으면서 국가적으로 엄청난 손실을 입었으나, 의료적으로는 중약의 활용을 통해 급성 중증 감염병 치료분야에서 세계적으로 독보적인 성취를 이루었다. 역사적으로 종종 중국이라는 거인의 어깨에 올랐던 우리들은 중국으로부터 온 이번의 재앙을 통해 또 하나의 역사를 일구어야 한다.
미국 보건당국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우수한 방역체계에 치료한약이 조화를 이룬다면 국민과 COVID-19 확진자들에게 이보다 더 간절한 복음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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