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감염성 질병 치료 및 예방에 한의학적 기여도 높여야 한다”
기초 및 임상교육 변화, 다학제간 연구 및 기초-임상 공동연구 정립
각종 감염성 질병의 이론 및 임상연구에 대한 한의학적 접근방법 모색
대한한의감염병학회, ‘현대임상온병학’ 발간…한의대 교수 24명 참여
최근 세계보건기구가 발표한 ‘세계위생보고서’에서는 오늘날 전염병이 전 세계적으로 다시 창궐하고 있는 추세이며, 현재 전 세계의 대략 절반 정도의 인구가 전염병의 위협을 받고 있고, 특히 최근 20여 년간 대략 40종의 새로운 병원(病原)미생물과 전염병이 확인됐다고 밝힌 바 있다.
감염성 질병은 예로부터 인류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주요 질병이었고, 인류는 감염성 질병과 불굴의 투쟁을 지속해 왔다. 역대 전통의학 서적 속에서도 수많은 의학자들의 감염성 질병에 대한 인식 및 예방, 치료에 대한 풍부한 이론과 방법, 그리고 경험 등이 기록돼 왔다.
이러한 가운데 최근 대한한의감염병학회(회장 정승기 경희대 한의대 교수·이하 감염병학회)에서 중국의 ‘현대중의감염성질병학’을 번역한 ‘현대임상온병학’을 발간해 눈길을 끌고 있다.
이와 관련 정승기 회장은 “이 책은 역대 의학자들의 감염성 질병 관련 학술이론과 질병 치료 경험을 계승 발굴하고, 현대 임상치료 중 얻은 새로운 경험과 지식을 결합해 감염성 질병의 辨證論治와 理法方藥을 체계적으로 기술함으로서 현대 감염성 질병의 치료를 효과적으로 이끌어 나가고자 발간하게 됐다”며 “감염성 질병을 이해하고 임상에서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질병에 대한 설명은 한의과대학 정규과정을 이수한 사람이면 누구나 읽고 이해하는데 부담이 없도록 노력했다”고 밝혔다.
감염병학회는 지난 2009년 신종플루로 인해 국민의 불안을 가중시키고 있는 가운데 우리나라의 감염성 질병의 예방과 퇴치에 한의학적으로 이바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창립된 바 있다.
정 회장은 “2009년 당시 전 세계적으로 신종플루의 급속한 유행은 그동안 감염성 질병에 대한 연구성과와 대처 능력, 감염성 질병의 관리 및 예방에 관한 한의계의 역할을 되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며 “이후 신종플루에 대한 한의학적 치료와 예방에 대한 연구결과가 속속 발표되면서 감염성 질병에 대한 한의학적 진단 및 치료에 대한 요구가 점차 커지고, 한의연구계는 물론 유관기관에서도 많은 관심과 공동 인식에 따른 대처를 희망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정 회장에 따르면 한의학이 갖고 있는 내상질환 분야와 일부 감염성 질병 분야에서의 연구성과와 임상능력은 이미 많은 국제학술지에 게재되어 그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는 반면 상한과 온병 질환에서 다뤄지고 있는 외감질환(전염성 질병) 부분에서는 임상자료가 충분하지 않아 우수성을 찾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일부에서 발표된 일부 감염성 질병에 대한 한의계의 연구논문들도 서지학적인 연구와 실험실 연구보고, 임상증례 보고, 임상시험을 통한 연구보고, 감염성 질병에 대한 한의학적 해석과 치료 및 예방에 대한 보고들이 있지만, 이들 연구논문들은 관련 분야 전문의들과 관심있는 사람들에게만 제한적으로 읽혀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정 회장은 “감염성 질병에 대한 연구들 대부분은 단편적인 치료경험적 기록들로, 이 또한 관심있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만 남아있고, 감염성 질병에 대한 임상의들의 주장 역시 제각각 난무하고 있다”며 “학문적인 이론이나 치료의 객관성, 보편성, 재현성 없이 개인의 단편적인 경험만을 주장하는 치료경험들은 그야말로 주장에 지나지 않으며, 학문적인 발전에 그다지 도움을 주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정 회장은 한의계가 지난 2010년부터 질병 및 진단 기준을 국제표준질병사인분류 방식에 근거한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표를 기준으로 상병 중심의 임상체계를 받아들여 진료를 시행하고 있는 것은 한의학적 감염성 질병 치료 및 예방, 연구에 획기적인 변화를 줄 수 있는 계기로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사용해온 변증 중심의 진료 및 분류방법에서 변병 중심의 한국표준질병사인분류표의 적용은 진단과 진료를 위한 서양의학적인 지식을 요구하는 것이며, 이는 또한 기초 및 임상 교육 과정의 새로운 변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의미다. 따라서 현재까지 각 한의연구계별로 진행되어 오던 각종 감염성 질병에 대한 연구 및 치료법을 다양한 학제간 연구방법으로 발전시키고, 학계와 임상의 공동연구와 치료를 표방하는 하나의 틀로 정립할 필요성이 있으며, 열성병을 포함한 각종 감염성 질병에 대하여 이론 및 임상연구 방면에서 한의학적 접근 방법을 모색함으로써 학문적 토대를 구축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활동들을 통해 한의임상에서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하고 정부의 정책에 동참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한편 궁극적으로 우리나라의 감염성 질병의 예방과 퇴치에 한의학이 이바지하는 변화를 모색해야 할 것이다.”
한편 ‘현대임상온병학’의 번역은 역자대표인 정승기 회장을 비롯 기초편(상편)은 박완수(가천대)·김도훈(가천대)·정창현(경희대)·백유상(경희대)·장우창(경희대)·유정아(경희대)·백상룡(경희대)·신영일(동신대)·이용범(상지대)·방정균(상지대)·김진호(상지대)·강연석(원광대) 교수가, 또한 임상편(하편)은 정희재(경희대)·이범준(경희대)·김종대(대구한의대)·최해윤(대구한의대)·박양춘(대전대)·양수영(대전대)·서운교(동국대)·박동일(동의대)·최준용(부산대)·김기태(세명대)·이시형(원광대) 교수가 각각 참여했다.
이 책은 감염성 질병의 기초이론을 기술한 기초편과 임상에서 자주 관찰되는 감염성 질병들을 기술한 임상편으로 구성돼 있다. 기초편에서는 △감염성 질병에 대한 개념 △증치이론 △치법과 치료원칙 △역사와 현황 △병인 및 병리적 변화와 예방에 대한 동서의학적인 관점 등을 기술하고 있으며, 임상편에서는 임상에서 흔히 관찰되는 감염성 질병들을 변병과 변증의 상호결합으로 감염성 질병을 치료하는 실제 사항을 각 장기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임상 분야로는 호흡기계, 순환기계, 소화기계, 비뇨생식기계, 신경계, 소아, 부인, 외과피부과, 이비인후구강안과와 감염병과 연관이 있는 몇몇 질병들에 대해 기술돼 있다.
정승기 회장은 “이 책을 출간하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한민국 법정 전염병에 대한 한의학적인 관점에서의 병인, 진단, 치료, 예방, 섭생 등을 기술하지 못한 것”이라며 “이러한 부분은 향후 진행되어야 할 부분으로 생각하며, 수년간의 토론과 검토 노력의 결과로 발간된 이 책이 앞으로 시대를 선도하고 한의학의 학문적 존재를 확인하는 것은 물론 미래의 한의학 분야가 지향해야 할 가치를 고민해 볼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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