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학 선호도 높아… 만성질환 및 통증 관리서 치료효과 우수
박소임 전공의, 통일부 통일논문 공모전서‘통일부장관상’ 수상
지난달 20일 개최된 ‘제32회 통일부 통일논문 공모전’에서 국립중앙의료원 한방내과 박소임 전공의는 ‘북한이탈주민의 질병 및 의료행태에 대한 문화적 이해의 필요성: 진료 효과성 제고를 위한 제언’이라는 논문으로 통일부장관상(장려상)을 수상했다.
이번 논문과 관련 박 전공의는 “의료란 문화체계 안에서 설명할 수 있고, 어떤 것을 ‘질병’이라고 규정하기 위해서는 신중한 문화적 분석이 필요하며, 북한이탈주민이 남한주민과 동일한 건강·질병에 대한 동일한 개념을 갖고 있지는 않다”며 “이러한 문화적 배경에 대한 이해를 배제하고, 북한이탈주민을 진료하는 것은 의사-환자 관계에서 오해를 낳게 되고 결과적으로 최선의 진료를 방해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의료인 대상 교육, 진료가이드북 등 필요
박 전공의는 이어 “북한이탈주민이 주관적으로 호소하는 신체적 증상(physical symptom)과 신체화 장애(somatization disorder)는 같은 개념이 아니기 때문에, 북한이탈주민이 호소하는 신체적 증상을 자칫 서양의학으로 표준화된 기준으로만 맞춰 해석하는 것은 아닌지 재고해 봐야 하며, 북한이탈주민의 건강문제를 문화내부적으로 접근하여 북한이탈주민의 건강에 대한 개념, 관점, 기준 등을 연구하는 틀의 확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따라 박 전공의는 향후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진료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북한이탈주민의 관점에서 문화적 배경과 필요한 지식을 습득하는 것이 중요하다 △북한이탈주민의 잘못된 건강 인식 및 행동을 개선토록 도와야 한다 △북한이탈주민의 무증상성 만성질환을 인지토록 하고 이에 대한 치료와 생활 관리를 강조한다 △남한의 진료환경을 낯설어 하는 북한이탈주민에게 진료 목적 및 과정을 상세히 설명함으로서 적절한 의사-환자 관계를 형성, 치료의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 등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특히 박 전공의는 “이러한 지식과 정보가 의료인에게 공유되기 위해서는 일차적으로 북한이탈주민과 직접 접촉하는 의료인을 대상으로 교육프로그램이나 보수교육을 실시하고 진료 가이드북을 배포하는 등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며 “다가오는 통일시대의 의료체계를 구축하려면 현재 북한이탈주민을 의료현장에서 접하는 개별 의료인의 경험이 바탕이 돼야 하고, 북한이탈주민의 건강 행위와 신념에 대한 특성을 알고 의료현장에 임하는 것이 중요하며, 이를 위해 정부 차원의 전략이 수립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과 4학년 때 진로를 결정할 당시 어렵고 소외된 사람들이 많은 곳을 찾다가 국립중앙의료원을 선택하게 됐다는 박 전공의는 근무를 하면서 북한이탈주민이 생각보다 많은 것에 놀랐다고 한다. 현재 북한이탈주민 진료지원 지정병원 중 한방진료가 가능한 곳은 국립중앙의료원 한방진료부가 유일하며, 이곳에서 진료를 받을 경우에는 급여는 전액을 정부에서 지원하고, 비급여의 경우에는 80%(입원의 경우)에서 50%(외래진료)까지 지원되고 있다.
박소임 전공의는 “북한이탈주민을 진료하면서 대부분의 환자들이 정신과적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고, 정신과적 약물을 복용하는 환자가 많은 이유는 무엇일까라는 의문을 품기 시작했다”며 “‘북한이탈주민들이 말하는 두통 등의 신체적 증상이 과연 (남한)의료체계에서 말하는 정신과적 질환일까?’라는 점에서 접근하다가 북한이탈주민들의 언어적 표현에 대한 오해를 비롯해 그들의 문화적인 부분을 이해하지 않고서는 치료의 효율성을 높일 수 없다는 결론을 얻으며 이번 논문을 작성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북한이탈주민이 느끼는 한국 한의학은 어떨까?
이에 대해 박 전공의는 “우리나라 국민처럼 한약에 대한 중금속 우려나 한의학의 비과학화 등 한의학에 대한 편견은 거의 없고, 오히려 북한의 주체사상 등의 영향으로 인해 ‘신토불이(身土不二)’라는 개념이 강해 ‘조선 사람의 몸에는 조선의 것이 맞지 않느냐’는 말까지 할 정도로 한의학에 대한 선호도는 높은 편”이라며 “또한 80년대 북한 경제가 어려워지고 무상의료제도가 붕괴되면서 병원에 가기 어려워지며 민간요법 등 한의학 치료가 생활화되어 있어 북한이탈주민 대부분의 몸에 뜸 자국이 있는 등 한의학에 대한 접근도가 높은 편이다”고 말했다.
특히 박 전공의는 “허로(虛勞), 칠정(七情), 한증(寒症) 등으로 인한 소화기·근골격계·두통 등 만성질환에 대한 치료와 관리에 한의약적 치료가 경쟁력이 있고, 실제 임상에서도 효과를 거두고 있다”며 “하지만 결핵이나 간염, 성기 감염질환 등 양방치료가 더 효과적이고 효율적인 부분도 있다”고 밝혔다.
대부분 허로나 칠정, 한증 등 호소…
보익제, 이기제, 온리제 등 임상에서 활용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한의약 치료를 하면서 북한의 고려의학이나 민간요법이 발달한 관계로 한의학에 대해 많은 친숙함을 느끼고 있는 것 같다. 또한 북한이탈주민들 대부분이 컴퓨터를 보면서 진료시간이 짧은 남한의 보편화된 의료환경에 적응하지 못하는 것에 비해, 환자들과 직접 접촉하고 대화를 하면서 진료를 하는 한의학에 대해서는 보다 더 의료인에게 신뢰를 갖는 것 같고, 따뜻한 대화를 필요로 하는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 주는데도 한의학이 긍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와 함께 북한이탈주민이 허로 증상이나 칠정, 한증 등을 많이 호소하는데, 이에 보익제(補益劑)·이기제(理氣劑)·온리제(溫裏劑) 등을 처방해 치료하고 있다.”
이와 함께 박소임 전공의는 임상에서 북한이탈주민 치료시 주의할 점도 전했다.
박 전공의는 “북한이탈주민들 중에는 낯선 억양, 과도한 제스처나 표현 등을 하는데, 이에 대한 선입견을 가지면 안될 것”이라며 “또한 자가진단이나 자가처방이 몸에 배어있는 까닭에 스스로 판단하여 약을 요구하거나 투약을 중지하는 경우도 있어, 질환에 대한 경과나 복약방법, 생활지도 등을 세밀하게 하는 것도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박 전공의는 “문진을 하면서 혹여 호기심에 북한이탈주민의 과거에 대해 묻는 것은 자칫 탈북과정 등에서 겪었던 일에 대한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으므로 항상 주의해야 한다”며 “한의학의 장점 중에 하나가 직접적인 대면진료를 통해 환자들의 아픔을 들어주면서 진단을 하는 것인 만큼 북한이탈주민들에 대한 따뜻한 말 한마디나 격려의 말 한마디 등의 정서적 지지는 북한이탈주민들의 치료는 물론 대한민국에 정착하는 데도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나원에 한의사전문의 배치 ‘기대’
한편 앞으로 전공의를 마치고 전문의를 취득한 후에도 북한이탈주민을 계속 진료하거나 (북한이탈주민 정착 관련)의료제도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곳에서 근무를 해보고 싶다고 말하는 박소임 전공의.
특히 박 전공의는 “현재 북한이탈주민들의 사회 정착 지원을 위해 설치된 통일부 소속기관인 ‘하나원’에는 부속의원이 운영되고 있는데, 양방에는 전문의가 근무하고 있는 것에 반해 한방에는 공중보건한의사만 근무를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앞으로 협회 등 관련기관에서도 한의학의 위상 강화 및 영역 확장 차원에서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보다 많은 관심을 갖고, 하나원에도 한의사전문의가 배치될 수 있도록 노력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박 전공의는 “이번에 제가 쓴 논문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통일부에서 북한이탈주민 병·의원 이용 매뉴얼을 개발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며 “조만간 양방 정신과·가정의학과가 주축이 된 토론회가 개최되는데, 북한이탈주민의 의료 이용에 있어 한의학이 양적·질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한의계도 (이번 토론회에)꼭 참여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2009년 한국한의학연구원이 주최한 글로벌 원정대에 ‘Blue Ocean팀’으로 참가해 ‘해양본초의 임상적 근거와 효과적인 활용 방안 제시’를 주제로 연수를 실시, 대상을 수상하기도 한 박 전공의는 “글로벌 원정대 활동을 통해 새로운 것을 보는 안목이나 도전하는 정신을 얻을 수 있었다”며 “앞으로도 다른 사람들이 미처 도전해보지 않는 분야에 지속적으로 도전해 보고 싶다”는 소망을 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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