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요즘 한의학이 위기라고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위기가 아니었던 적도 없었던 것 같습니다. 첨예한 현안들 때문에 걱정해야 할 것이 많겠지만 학문적 뿌리가 튼튼해야 한의학이 살아남을 수 있지 않을까요? 교육은 백년대계라 하잖아요. 장·단기적 대책을 수립해 미래의 경쟁력을 대비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사학의 현실, 누구보다 우리 스스로가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새로 시작하는 국립대학에서 한의학의 기반을 닦아야 하는데 참으로 어려움이 많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한의학으로 입은 혜택을 조금이나마 환원하고자 마음을 담았습니다.”
최근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이하 한의전) 발전기금 5000만원을 출연한 이장천 교수.
그는 부산대학교 한의학전문대학원 발전재단 준비위원회 위원장이기도 하다. 한의전 3대 원장으로 재임한 이 교수는 누구보다 한의전의 현실을 잘 알고 있기에 발전재단 출범을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한의학을 국학으로 육성하고자 했던 우리 한의계의 큰 염원으로 탄생한 한의전이 지방이라는 위치적 한계로 정부는 물론 한의계의 관심마저 점점 멀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대학 당국에 한의전은 스물 몇 개 단과대학 중 하나일 뿐이며 정부도 마치 초등학생과 대학생을 같은 출발점에 놓고 100m 경주를 시키고 있는 형국입니다.”
그러나 이 교수는 연구실적과 임상실적이 전부 한의학을 위해 재투자될 수 있는 국립대학만의 장점을 충분히 살린다면 그동안 사학에서 투자하기 힘들었던 분야를 보완, 발전시킴으로써 균형잡힌 한의학 발전을 견인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안고 있다.
한의전이 비약할 수 있도록 전체 한의계가 지혜를 모아 후원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는 이 교수.
그래서 그는 한의계 전체가 소속이나 출신대학을 넘어 한의전의 선배가 되고 스승이 되어 줘야 한다고 힘줘 말한다.
최근 한의대 입학정원 감축과 관련해 그는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의대 학생 수를 줄인다고 해서 그 몫이 한의사에게 돌아온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단일 과인 치과의사보다 한의사 인력이 더 적지 않습니까? 정원을 줄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한의료 영역 확충과 제도적 장치에 지혜를 모아야 합니다. 전부 사학뿐인 한의과대학의 정원, 교수, 시설 등에 대해 철저한 관리를 교육 당국에 강력히 촉구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정책과 전략을 잘 세워야 겠죠.”
‘한의료 영역과 제도적 장치 확충’은 어떻게 이뤄가야 할까?
이 교수는 각 분야의 전문화와 독립 한의약법 제정, 첩약건보 적용 그리고 공직이나 한의약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분야로의 진출을 적극 장려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말한다. 각 분야에서 전문화가 이뤄지면 양방과의 협진도 대등한 입장에서 가능해 질 것이란 게 그의 생각이다.
“저도 여유가 있어 발전기금 출연을 결정한 것이 아닙니다. 여유가 생길 때를 기다린다면 영원히 불가능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내린 결심입니다. 제가 주례를 서준 제자들의 성의까지도 더했습니다. 부산 한의전에 거는 기대만큼이나 큰 관심과 후원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한의계가 좀 더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도전으로 어려운 시기를 함께 잘 극복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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