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한한의사협회 제34, 35대 회장을 역임했던 안재규 회장. 근 7년간 세인의 기억 속에서 잊혀졌던 그가 한의계 중심으로 부각된 것은 지난해 10월부터이다. 대한한의사 비상대책위원장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천연물신약’의 투쟁 전면으로 부상했기 때문이다. 본란에서는 지난 6개월간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동분서주(東奔西走)했던 그를 만나 그간의 소회를 듣는다. <편집자주>
Q.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 6개월간 활동하셨다.
: 상당히 좀 어렵게 위원장을 맡았다. 누구도 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을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맡게 됐다. 근 7년간을 회무를 놓았다가 맡아서 느낀 것은 이 정도로 회원들간의 갈등이 심한가라는 부분이었다. 정말 안타까웠다. 아마 그 것을 치유하는데 꽤 오랜 기간이 걸릴 것이라고 본다. 이런 것들을 보면 앞으로는 비대위가 생길 경우에는 회장이 비대위원장을 맡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이 든다. 느꼈겠지만 한 지붕 아래 두 가족이 있다 보니 불협화음도 있었다. 그렇다보니 복지부라든지 어디를 가든 참, 대표성이 애매했고, 결국 그런 점 때문에 곤란한 게 많았다. 아무튼 천연물신약으로 시작해서 의료기기, 한약제제, 첩약의보 등 해결 방향에 대한 길을 잡아주지 않았나하는 생각이다.
Q. 천연물신약 문제를 논의하고 있는 보건의료직능발전위원회에 대한 생각은?
: 복지부 관료들도 현재 천연물신약이 문제가 되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즉,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잘못된 것은 당연히 고쳐줘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문제를 위원회에 맡긴다는 것은 잘못됐다. 그것은 면피용이다. 이것은 위원회 차원에서 해결하기 어렵다. 그 위원회에는 우리 것만 있는 게 아니다. 천연물신약, 간호사 등급제 등 여러 가지 문제들이 다 떠넘겨있다시피 하다. 위원회에서는 논의만 하는 거지 결국 정부가 하여야 할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정부는 천연물신약 문제를 위원회에 떠넘기지 말고 직접 나서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
Q. 비대위원장 6개월간의 보람과 아쉬웠던 점은?
: 7년간 회무에서 떠나 있었기 때문에 어떻게 다시 시작하나, 무엇을 하여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걱정을 했다. 그럼에도 당시 같이 일을 했던 인사들이 아낌없이 도와주었기 때문에 비대위를 운영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 그들과 함께 다시 일을 한 점이 보람이었다고 말할 수 있고, 아쉬웠던 점은 갑작스럽게 구성됐고, 단기간에 여러 문제들을 다 해결할 수는 없었던 점과 너무나 회원들간의 골이 깊었다는데 있다. 대의원총회에서 비대위를 만들어 놓았으면, 전적으로 밀어주고 협력했어야 했는데, 실상은 그렇지 못한 부분이 많다. 이러한 점에 대해 아쉬움이 남는다.
Q. 투쟁 방법이 일간지 광고와 궐기대회에만 너무 집중됐다는 지적이 있다.
: 오송, 부산, 광주, 서울 등지에서 5차례의 궐기대회를 했고 10여 차례 이상의 일간지 광고를 했다.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은 그나마 그 방법이 우리가 회원들을 결집시키고, 회원과 국민에게 우리의 현안, 특히 천연물신약에 대해 알리는데 가장 좋았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특히 광고는 매우 의미있었다고 생각한다. 많은 고민과 계획 아래 광고를 했다. 처음에는 식약청에 폭탄을 던지고, 다음에는 팜피아 세력으로 식약청의 부패 공무원을 등장시켰으며, 그 다음으로는 그들에 의해 농단된 천연물신약 정책의 실체를 파헤쳤다. 개인적 생각으로는 오히려 광고를 더 했었어야 한다고 본다. 회원들이 궐기대회에 나오는 시간과 경비 대신에 그 비용을 합쳐 대국민 광고전을 더 확대시켰으면 하는 생각이다.
Q. 비대위에게 주어진 임무가 천연물신약, 한약제제, 의료기기, 첩약의보 건 등이 있는데 너무 천연물신약 투쟁에만 집중한 것은 아닌가?
: 그렇지 않다. 천연물신약 투쟁을 하면서도 각각의 TF팀을 만들어 꾸준히 일을 했다. 의료기기 문제 해결을 위한 연구 추진과 의료기사와 관련된 법안 개정을 위해 상당한 자료 축적과 준비를 충실히 진행해 왔다.
한약제제도 다양한 제형의 한약제제를 개발, 출시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점을 복지부에 강력히 요구해 아마 올해에는 7종 정도의 새로운 한약제제가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 내년에는 대략 14종, 2015년까지는 적어도 30여종 이상의 새로운 한약제제가 출시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첩약의보 문제는 대의원총회에서 결의된 것처럼 복지부에 한약사와 한약조제약사가 참여하는 첩약의보의 강력한 반대 의지를 지속적으로 전달했다. 그러나 이 문제에 대해 복지부는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했다. 아마 올 5월이면 복지부 예산이 확정될 것이다. 이 속에 첩약의보를 위한 예산 2000억원도 편성할 것인가, 말 것인가가 결정될 것이다. 그렇기에 새 집행부는 이 문제에 대해 신속히 움직여야 할 것이다. 첩약의보는 대의원총회의 뜻에 확실히 따라야 한다. 보험 문제는 우선적으로 한약제제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첩약보험은 충분한 준비가 필요하다. 의료도 서비스업이다. 아무리 서비스업이라 하더라도 궁극적으로는 한의사가 먹고 살면서 서비스하는 것이지, 먹고 살지 못하게 너무 다줘버리면 어떻게 할 것인가. 그렇기 때문에 첩약보험은 전문적으로 확실히 연구하고, 기반을 갖춘 뒤 하는 것이 좋다고 본다.
Q. 펀드 모금과 협회에서 기채금을 사용했다. 이 부분은 어떻게 정리할 것인가?
: 우선 펀드 모금과 후원금에 동참해준 회원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그런 부분이 있어 참 적은 살림임에도 그것 때문에 일을 할 수 있었다. 펀드는 이달 내에 우선 반이라도 돌려줄 생각이다. 기채금과 광고 대금 미납분 등은 결국 차기 집행부에서 해결해야 될 것으로 생각한다. 왜냐하면 대의원총회에서 의결됐던 특별회비가 채 30% 밖에 안들어 왔고, 체납회비 수납분도 기대했던 것보다 적었다. 새 집행부에서 이런 부분의 수납을 통해 비대위 관련 예산의 결산을 보아야 할 것이다.
Q. 출시될 천연물신약 14종을 막았다는 것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 14종을 막았냐, 그렇지 못했냐는 중요치 않다. 비대위 출범 이후 더 이상의 천연물신약을 나오지 못하게 했다는 것이 중요하다. 다만, 비리의 온상이었던 식약청이 오히려 식약처로 승격돼 관련 업무를 집행하게 될텐데 새 집행부가 굉장히 힘들어 질 것으로 예상된다. 식약처와 팜피아의 횡포에 매우 슬기롭게 대처해야 할 것이다. 그들로 인해 한의계의 설 땅이 굉장히 좁아질 수 있다. 그런 점이 매우 우려된다.
Q. 회원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는 설문조사는 어떻게 활용할 계획인가?
: 선거국면이라 설문조사가 늦게 진행됐다. 그것과는 상관없이 진행됐어야 했는데 아쉽다. 묻고자 하는 문항이 대단히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만큼 우리 한의계의 현실과 미래 발전 방향을 꼼꼼히 짚는다는 뜻이다. 앞으로 우리의 미래를 어떤 방향으로 이끌고 가야할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매우 유용한 자료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새 집행부와 회원들께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박근혜 정부가 투쟁 자체를 싫어하지 않을까 고민할 순 있다. 하지만 우리 한의계는 이미 다 잃어서 더 이상 잃을 게 없다. 그렇기에 강하게 밀어붙여야 한다. 그렇게 하다 보면 41대 집행부에 위기가 올 수 있다. 그럼에도 싸우지 않고서는 이길 수 없다. 우리의 의권을 결코 타협할 수는 없다. 회원들은 소통을 말한다. 그러나 소통은 개혁 속에서 필요한 것이다.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유야무야하는 게 소통은 아니다. 새 집행부는 투쟁은 투쟁대로 하되 전국을 투어하며 회원들과 우리의 현안을 공유하는 방법을 찾았으면 한다. 회원들 역시 환자 돌보는 게 본업이겠지만 적어도 한의사이면, 협회가 어떻게 돌아가는지의 정도는 알아야 한다. 늘 협회 일에 관심가지고, 협회가 어려울 때 함께 하여줬으면 한다.
Q. 앞으로의 계획은?
: 자연인으로 돌아갈 것이다. 고향(군산)으로 내려가서 환자를 볼 것이다. 6개월간 휴업한 상태이기 때문에 처음 개업하는 기분으로 한 1년간 도 닦는 심정으로 열심히 환자를 돌보겠다. 다만, 그동안 활동하면서 구축했던 인맥과 여러 가지 부분들이 협회에 필요하다면 언제라도 적극 협력하겠다. 무엇보다 그동안 비대위 활동을 관심갖고 도와주신 전국의 회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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