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 인생에 있어 백석본초연구회 회원들과의 산행은 옹달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진료실과 일상생활에서 쌓였던 스트레스를 풀 수 있었던 쉼터인 동시에 다시 살아갈 수 있는 생활의 활력소를 얻게 해주기 때문이죠. 돌이켜 보면 산행이 없었다면 힘들고 어려웠던 30, 40대를 버텨낼 수 없었을 것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안양시한의사회 회원으로 구성된 백석본초연구회(회장 김덕종·이하 연구회)는 지난 1993년 대전대 한의대 본초학교실 교수를 그만두고 안양에 개업한 김덕종 회장이 평소 약초에 관심이 많았던 1년 후배인 황경하 원장과 의기투합해 산행을 시작한 것이 계기가 되어 주변의 관심있는 회원들이 삼삼오오 참여한 결과 지금에 이르게 됐다. 현재는 한달의 한번 1박2일 일정으로 본초연구 산행에 나서고 있다.
“본초연구 산행은 여행, 학술, 취미(사진), 운동을 한꺼번에 만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좋은 것 같아요. 오며가며 한의학적 담론을 나눌 수 있고, 자연의학인 한의학의 원리를 몸소 체험할 수도 있으며, 약초 하나 하나를 관찰하며 그 약초가 갖고 있는 생태나 임상활용법 등을 토론하는 등 재미와 학습을 함께 한다는 것이 본초연구 산행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의사만의 모임이다보니 진료나 경영 등 관심사가 동일해 허심탄회한 심정으로 편하고 진지하며, 심도있는 대화를 나눌 수 있는 것도 좋은 점입니다.”
특히 연구회는 그동안의 본초연구 산행의 결과물을 담은 ‘백석본초연구회 자료집’을 지난 2010년에 이어 최근에 두 번째 자료집을 발간했다. 이와 관련 김 회장은 “매달 산행을 다녀오면 ‘백석회-산내음, 사람내음을 찾아서’라는 네이버 카페에 결과물들을 올리고 있는데, 이것이 쌓이고 쌓여 자료로 구축되다보니 다른 회원들과 정보를 공유하고 싶은 마음에서 자료집을 발간하게 됐다”며 “특히 자료집에는 본초적인 지식 외에도 당시 나눴던 토론 내용이나 산행을 하면서 느낀 점을 표현한 시나 에세이도 함께 수록해 인간적인 냄새가 물씬 나는 자료집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한 연구회에서는 ‘본초연구회’라는 명칭에 걸맞게 하나 하나의 식물에 대한 진지한 토론으로 임상에서도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고 한다.
“단순한 본초사진에 대한 자료 구축뿐 아니라 약재 자체가 가지고 있는 개별적인 특징까지 함께 학습함으로써 임상에서 처방약재를 선택할 경우 본초학적인 의미를 한번 더 생각해 보고 처방할 수 있어 임상에서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또한 약재가 가지고 있는 성질을 토대로 생각하고, 자연의학인 한의학의 원리를 몸소 느낄 수 있기 때문에 보다 깊은 한의학적 원리를 임상에 적용시킬 수도 있는 것 같습니다.”
김 회장은 연구회 활동을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로 지난 1996년 안양시에서 발생한 집단 한약중독사고의 원인을 규명했던 일을 손꼽았다.
“당시 안양의 모 한약방에서 한약을 복용한 20여 명이 중독현상을 일으켜 응급실로 실려갔던 사건이 있었죠. 보건소에서는 원인 규명을 위해 한약에 사용된 약재를 수거, 이에 대한 감별 요청을 저와 황경하 원장에게 의뢰했죠. 조사를 하다가 창출 대신에 독성식물인 낭탕근(미치광이풀의 뿌리)이 잘못 들어간 것을 발견했고, 마침 연구회에서 산행을 갔었던 낭탕근 집단서식지인 포천 광덕산에서 수집한 샘플을 보관하고 있어 원본식물을 보고서와 함께 검찰에 제출할 수 있었죠.”
이외에도 김 회장은 지난 2004년 MBC 다큐멘터리 ‘약초’ 제작팀과의 동행취재 및 전국 방영, 그리고 회원 전체가 진드기에 물려서 한바탕 소동을 벌인 일 등도 기억에 남는다고 덧붙였다.
“주말에 1박2일의 일정으로 가기 때문에 가정에서의 동의를 구하는 것과 함께 길이 나 있지 않은 산길을 헤매다보니 언제나 조난사고를 당할 위험에 노출돼 있는 점이 어렵기는 하지만 그것보다 더 많은 장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연구회의 본초연구 산행은 계속해 나갈 것”이라는 김덕종 회장.
김 회장은 향후 계획에 대해 “앞으로도 매달 실시되는 본초연구 산행은 지속할 것이며, 데이터도 지속적으로 축적해 지금보다도 내용면으로나 편집면으로도 업그레이드된 자료집을 발간해 나갈 계획”이라며 “또한 지난해 갔었던 백두산 산행처럼 2년에 한번씩 해외 탐방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무엇을 중심으로 하든지 한의사끼리 동호회를 만들어 적극적으로 활동했으면 하는 바람”이라며 “한의사만의 모임을 통해 깊은 공감대를 형성하고 활성화 시킨다면 한의계의 단결을 위한 밑거름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언키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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