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꿈이 좌절됐다고, 삶까지 실패한 것은 아니다
그의 세 번에 걸친 도전이 안타까움으로 막을 내렸다. 2006년 강서구청장 후보 경선서의 좌절과 2007년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낙선, 그리고 19대 국회 4·11총선서의 패배. 특히 이번 4·11총선은 당을 등에 업고 출마하지 못한 도전은 개인 차원의 노력이나 역량으로는 그 부족함을 메우기가 어렵다는 점을 여실히 증명했다.
“고생들 많았다. 나 때문에 주위 사람들이 너무도 고생이 많았다. 죄송스럽고, 그들에게 깊은 감사드린다.” 4·11총선의 투표가 공식 마감된 시각인 당일 오후 7시 김영권 후보(서울시한의사회장·강서갑·정통민주당)를 그의 사무실에서 만나 그간의 소회를 들었다.
이번 선거에서 김 후보는 신기남 당선자(민주통합당·득표율 48.71%), 구상찬(새누리당·득표율 42.48%), 백철(자유선진당·득표율 4.80%) 등 전통적인 여야 정당 후보들에게 밀리며, 2.89%를 득표하는데 그쳤다.
“무엇보다 수도권에서는 정권 심판론에 대한 여론이 우세하다 보니 야당인 민주통합당으로 표가 쏠렸고, 그 대척점인 새누리당에도 보수표가 결집하며, 군소정당과 무소속 후보가 끼어들 틈이 나지 않았다. 대의명분과 구도 싸움에서 크게 밀렸다. 전적으로 내 책임이다.”
바람 앞의 촛불처럼 큰 명분에 휩쓸려 버리며 힘 한번 제대로 못쓰고 말았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러면서 그는 단 한명의 한의사도 국회에 진출하지 못한 상황을 매우 애석해 했다.
“한의계의 비전을 생각하면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안타깝다. 한의학의 미래 가치가 매우 긍정적임에도 불구하고 법적 제도적으로 많은 억압을 받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한의학의 경쟁력을 키우고, 한의학의 세계화를 위해 하여야 할 일이 너무 많은데 좌절돼 안타깝다.”
그는 또 한의사 출신의 국회의원이 됐을 때 한의학의 발전을 저해하는 각종 법과 불합리한 제도 개선 외에도 서민의 삶의 질 향상에 고뇌하고, 앞장서고 싶었으나 이 또한 무산돼 가슴 아프다고 말했다.
“장항제련소 말단 노동자의 6남매 중 셋째로 태어나 가난이 주는 삶의 무게를 몸소 느껴봤기에 먹고 사는 문제, 내 집 없는 서러움, 열심히 일해도 빚쟁이로 전락할 수밖에 없는 서민들의 애환은 곧 내가 겪어온 내 자신의 아픔이다. 그렇기에 어렵게 살았던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주위의 지치고, 고단한 사람들을 위해 열심히 일하려고 했으나 그렇게 할 수 없게 된 것이 너무 안타깝다.”
특히 김 후보는 현재보다 더 암담한 미래를 걱정했다. “실제 한의원을 운영하며 이런저런 지역의 대외적 활동에 참여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 의료봉사나 여러 문제들과 관련해 1~2시간 빼기도 어려운 실정상 앞으로 수많은 시간을 투자해 정치의 꿈을 키워 나갈 한의사 후보가 누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할 때 암담하다.”
그는 또 정치의 꿈을 키워 가며 오랜 세월 준비했던 것들이, 몸 받쳐 열심히 일했던 지역 봉사활동이, 이번과 같은 선거 바람이 지속되는 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어떻게 중앙당에 줄을 잘서 공천을 따내느냐, 또 선거 때 어떤 바람이 부느냐에 따라 후보의 인물, 정책 성향 등 모든 것이 무시돼 버린다. 그렇기 때문에 꿈을 갖고 열심히 지역활동을 해서 훗날 정치인이 되라는 말을 할 수가 없다.”
그에게 다시 도전할 것인가를 물었다. “훗날도 이런 상황이라면 사실상 어렵다. 이번에 어느 정도의 지지율을 확보했다면 12월 대선 정국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하며 재기의 교두보를 삼을 수 있었겠지만 이번과 같은 지지율로는 사실상 앞으로는 (정치가) 어렵다는 뜻 아니겠느냐.”
비싼 기름값 및 휴대폰 요금, 대학 등록금, 카드수수료, 대출이자 등 서민생활을 위협하는 거품을 확 빼겠다며 출발한 그의 여의도 입성 도전사는 실패로 마감됐다.
지하철 2호선 지선 연장, 친환경 어린이집 확충, 재래시장 활성화 등 강서를 새롭게 칠하겠다는 그의 꿈 역시 아쉽지만 꿈으로만 그쳤다.
그러나 그는 그 어떤 한의사도 해보지 못했던 것에 세 번씩이나 도전했다. 도전이란 정면으로 맞서 싸움을 거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가 치열하게 싸운 것만큼 그의 삶 또한 실패가 아닌 분명히 가치 있었음으로 기록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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