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제는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때"
대한한의학회 신임 회장으로 선출된 김갑성 교수(동국대 일산한방병원)는 △안정된 예산 확보 △추진 중인 각종 사업의 성공적인 마무리 △한의학 발전에 도움이 되는 연구 프로토콜 개발 △한의학 교육 평가제도에서의 역할 모색 등을 향후 중점 사업으로 제시했다.
김 회장은 “아무리 좋은 아이디어가 있고 프로토콜이 있다 하더라도 재정적인 뒷받침이 없다면 무용지물인 것처럼 한의학회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안정된 예산 확보가 무엇보다 최우선돼야 할 것”이라며 “이 문제는 학회의 독립과도 일정 부분 연관성이 있는 만큼 안정된 재정 확보 및 재정적 독립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 수립에 나설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김 회장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학회의 각종 사업들이 성공리에 마무리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해 중간보고 형태의 발표회를 갖고, 실무적인 지원책과 성과의 점검을 통해 안정적으로 목표에 도달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한편 한의학 교육 평가제도에 대한 입안과정에서 한의학회의 역할을 적극 모색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또한 정부 주도의 연구개발 정책 입안과정에서 학회와의 자문을 통해 실질적인 한의학 발전에 도움이 되는 연구 프로토콜 개발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예정이다. 즉 정부의 충분한 재정적 후원은 한의학이 근거중심적 실증의학으로서 자리매김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며, 이를 통해 실수요자의 확대로 연계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김갑성 회장은 현재의 한의학회 및 분과학회들이 가지고 있는 문제점으로 ‘소속감의 결여’를 꼽았다.
“크게 보면 모두 한의학회 소속이지만, 실질적으로 소속되어 있는 곳은 각 분과학회다. ‘나는 침구학회 회원’이라고 말하는 사람은 있어도, ‘나는 한의학회 회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아마 학회 임원진 정도일 것이다. 이러한 소속감의 결여가 학회 발전의 가로막이 역할을 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분과학회도 마찬가지다. 전공의 혹은 조교 시절 어쩔 수 없이 가입했던 분과학회가 전문의나 소속 직장을 떠나는 순간 외면하게 되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분과학회 역시 소속 회원들에게 돌아갈 이익에 대한 방법론을 갖고 정말 심오한 고민을 하지 않으면, 도태될 위기에 처할 수밖에 없다. 임기동안 한의학회가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할 수 있도록 최대한 역량을 모아갈 생각이다.”
이와 함께 김 회장은 ‘학회와 개원가는 연관이 없다’, ‘협회와 학회가 제공하는 보수교육이나 자료가 임상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다’ 등 학회와 일반 회원들 사이에 존재하는 간극을 없애는 한편 상호 윈-윈할 수 있는 방안 마련에도 고심하고 있다.
“학문의 벽은 높고, 임상가의 기대치는 좀더 실질적인 것을 요구하고 있다. 실제 임상적인 내용을 많이 다루는 분과학회에는 회원이 차고 넘치는 반면 기초 분야에는 관심이 없는 것에서도 이러한 부분들을 확인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학회가 나서 검증되지 않은 치료기술을 가지고, 회원들에게 함부로 접근하거나 문호를 개방해 주는 역할자의 행태를 취해서는 안될 것이다. 고민은 바로 이런 부분에서 시작된다. 향후 새로운 치료 및 진단 기술이 학회와 대학, 연구소가 접목돼 개발되고, 이에 대한 명확한 이론적 근거의 제시가 가능하다면 학회와 개원가의 상호 관계가 좀더 원할해 질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한의사의 현대 의료기기 사용과 관련 김 회장은 “의료기기의 임상적 운용은 수익 창출뿐만 아니라 학문의 발전과도 가장 밀접한 연관이 성립되는 부분이며, 거의 절대 절명이라고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때문에 한의계에서는 현대적 진단기술과 그 응용의 이론적·학문적 근거를 교과서나 연구 자료에 적극적으로 포함시키려는 시도를 꾸준하게 진행하고 있으며, 대학 교육과정에서 주변 학문과의 연계를 더욱 강조하고 있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이어 “사회의 개혁이 가정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하듯, 한의학의 개혁과 기술의 개발은 대학과 연구소를 중심으로 활발히 진행돼야 한다”며 “이러한 과정을 통한 이론적 근거 제시야말로 학문의 정당성과 객관성을 입증받는 지름길이며, 그렇게 될 수 있도록 학회가 중심에 서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고 밝혔다.
한편 김 회장은 현재 한의계가 어려움의 처한 이유에 대해 ‘우리만의 한의학을 고집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과거 우리는 한의학으로 못할 것이 없다는 학문에 대한 심미주의에 빠졌던 시절이 있었다. 서양의학도 그들의 이론만 갖고는 오늘날과 같은 서양의학을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주변 학문과의 연계를 잘 이루었고, 진단과 치료 기술의 개발을 위해 엄청난 투자와 제도적 뒷받침이 있었기에 가능했으리라 생각된다. 우리는 바로 그러한 분위기 조성과 시기를 놓친 것이 현재의 위기를 초래한 결정적인 이유가 된 것이다. 이제는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해야 하며, 한의학으로 질병이 치료될 수 있다는 사실을 입증해 나가야 한다. 바로 근거 중심의 이론에 입각한 학문의 객관화만이 대한민국, 나아가 전 세계의 관심을 부흥시킬 수 있는 방법일 것이다.”
이를 위해 김 회장은 “비교우위 경쟁력을 지니고 있는 질환은 한방의료기관에 가면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다는 인식을 일반 국민들에게 심어줘야 한다”며 “한의학에서 보다 우수한 치료효과가 예상되거나 입증된 자료를 중심으로 데이터베이스화 하고 관련 임상진료지침을 만드는 작업을 서둘러야 할 것이며, 이를 위한 정부의 적극적인 관심과 동참을 이끌어 내는 노력도 함께 기울여 나가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위기가 곧 기회라는 얘기는 바로 우리들의 얘기라고 생각한다”는 김갑성 회장은 “우리가 적극적으로 한의학 활동의 중심에 있다고 생각하고, 주인의식을 통한 많은 애정과 관심 그리고 지원을 부탁한다”며 “특히 학회 역시 회원들의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참여가 발전의 원천이 되는 만큼 한의계에 ‘1인 1분과학회 갖기’ 등의 인식이 널리 퍼지기를 기원해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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