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확히 26년 전에 대학 입시 원서를 쓰러 모교에 갔을 때에 진학담당 선생님의 말씀이 생생하다.
그 당시 녹용에 돼지피를 물들여서 판매한 것이 언론에 계속 나오던 터였다. “뭐, 한의대 간다고. 지금 서울 경동시장에서 돼지피로 녹용을 물들여서 팔아먹다가 걸려 한의원들이 파리 날리고 난리인데 한의대가서 굶어 죽을려 하냐.”
그 이후에도 학교에 입학해서 채 몇 개월도 안됐을 때 1년 선배가 했던 말이 생각난다. 그 당시 나는 한의학에 대한 큰 자부심을 갖고 학교생활을 열심히 할 때이었다. “한의계의 현실이 암울하다. 나도 막차를 탔는데 너는 정말 걱정이다.”
이같은 이야기에 많이 실망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그 후에 여러 좋은 환경들이 한의학의 발전에 영향을 끼쳤고 필자의 경우도 주변 어떤 양의사들 보다도 정치·사회·경제적 영향력을 키워왔으며, 지금도 누리고 있다.
요즘의 상황이 필자의 입학 때와 흡사한 면이 있는 것 같다. 언론의 폄하, 한방의료기관의 경영적 어려움, 한의사로서의 자부심 손상 등.
우리 큰 아이가 이번에 원광대 한의대에 입학했다. 전주 상산고에서 제법 상위권을 유지해온 터라 막상 진학 때가 되니 여러 생각이 난 것은 사실이다. 앞으로 한의학은 어떻게 될 것인가 하는 생각과 그동안 해온 공부가 아깝기도 했으나 하지만 서로 합의하에 진학하여 학교생활을 잘하고 있다.
지난 일요일에는 그동안 별로 보지도 않고 비좁은 관계로 창고에 쌓아두었던 한의서적 전부를 꺼냈다. 큰 아이에게 내줄 욕심으로 정리를 했는데 좋은 책이 너무 많았고, 그동안 공부를 게을리했다는 생각에 자책감이 들었다.
큰 딸 책꽂이에 필요한 서적을 정리하고, 내 서재에도 보기 편하게 정리를 했다. 그리고 조용히 한의학 공부를 하였다. 이제는 나 자신을 위해서도 공부를 하지만 뭔가를 물려줘야 된다는 생각에 책을 더 가까이 하고 싶다.
어느 시대 어느 직업이건 항시 막차를 타는 것 같고, 어려운 부류는 늘 존재해 왔다. 하지만 지금은 26년 전의 필자 때보다 더 우수한 인재들이 한의학을 전공하고 있다.
그리고 그들이 열심히 노력하는 한 우리 한의계는 다시 도약하고, 중흥의 시기가 도래할 것이라는 확신이 갖는다. 오늘도 열심히 땀 흘리는 후학들과 한의대 신입생 여러분들의 건승을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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