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평원 운영 정상화에 힘 모으자”
2010년 12월31일부로 한국한의학교육평가원(이하 한평원) 초대원장으로서의 임기를 마친 안규석 교수.
그가 들려준 소회는 그동안의 치적보다 아쉬웠던 점과 향후 한평원이 발전하기 위해 개선돼야 할 점들에 점철돼 있어 한평원에 대한 그의 깊은 애증이 묻어났다.
안 교수는 현재 한평원에 가장 필요한 것은 재정적 안정이라고 말한다.
한평원은 대한한의사협회 4000만원, 대한한방병원협회 200만원, 대한개원한의사협의회·대한한의학회·한국한의과대학학장협의회 각 100만원을 매년 지원받아 운영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대한한의학회와 한국한의과대학학장협의회만이 이를 제대로 이행하고, 한의협은 회비 수납율(70~80%)에 맞춰 지원하고 있는 것이 전부다.
실정이 이렇다 보니 인건비를 제외하면 실질적인 사업을 진행하기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다.
“그동안 한평원은 평가에 필요한 기준이나 평가 인력에 대한 교육, 학습목표 개정, 수련의 교육지침서, 기초실험 실습지침서, 임상교육 지침서 등 가장 기본이 되는 표준이나 지침을 갖춰가는 단계였습니다. 그런데 기본적인 재정이 부족하다보니 이러한 기본적인 것조차 전문가들의 희생과 봉사를 강요해 만들어진 것입니다.”
재정을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시급하며 이를 위해 한의계의 ‘합의’가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안 교수.
전문의시험을 포함한 각종 시험이나 교육에 대한 실질적인 시행은 협회나 학회, 병원협회 등에서 수행한다 하더라도 전체적인 총괄을 한평원이 맡아 지속적으로 내용을 업그레이드시키고 프로그램 향상 시스템을 개발하도록 하는 것이 하나의 현실적 방안이 될 수 있지만 관련 단체가 반대하면 시행할 수 없는 만큼 ‘합의’가 중요한 선결과제라는 설명이다.
한국간호교육평가원의 경우 학생과 학교가 많고 모든 시험과 교육을 주관하다보니 재정적 안정을 바탕으로 쉽게 기반을 잡을 수 있었다.
인증평가 역시 마찬가지다.
전국 한의과대학과 한의학전문대학원은 모두 합쳐 12곳.
41개 의과대학이 있는 의학교육평가원의 경우 5~6년에 걸쳐 평가할 수 있는 풍부한 자원이 있지만 한평원은 한해면 끝나버린다.
더구나 인증평가에 대한 강제성이 없어 한평원은 인증평가기관으로 인정받기 위해 필요한 평가경력을 쌓기 힘들뿐 아니라 인증평가기관으로 인정받는다 해도 대학들이 한평원에 평가를 받지 않고 자체평가로 갈음하면 그만이다.
그래서 비록 현재 평가 의무화 방안이 국회에서 추진되고 있다고는 하지만 한의학 발전을 위해서라도 전국 11개 한의과대학 및 한의학전문대학원이 모두 한평원에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내부적 ‘합의’가 요구되는 것이다.
“의료법 개정으로 인증평가 결과가 국가고시와 연계되면 한평원이 한층 힘을 갖고 일을 추진할 수 있을 것으로 봅니다. 하지만 ‘합의’를 강조한 것은 설령 의료법 개정이 되지 않더라도 한의계 스스로 내부적 합의를 통해 한평원에 힘을 실어줘야 제대로 평가하고 그 결과는 한의학 발전을 위해 다양하게 활용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안 교수는 초기에 평가받기를 모두 꺼려할 수 있기 때문에 경희대와 원광대부터 1차로 평가를 실시하고 이들 대학이 평가받는 것을 보면서 다른 대학들이 차근차근 준비해 평가를 받게끔 하되 뒤쳐진 대학들은 마지막 5년차에 평가를 받도록 배려해줌으로써 준비하는 기간을 충분히 줘 평가에 대한 부담감을 덜어주는 방식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한평원의 역할과 능력을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재정적 안정을 바탕으로 아주 기본적인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부터 시작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기본이 튼튼해야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다는 의미다.
“현재 12개 대학 및 전문대학원의 교육과정이나 학습목표, 임상실습 지침 등이 완전하게 합의가 되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나마 한평원에서 1차적으로 만들어 놓은 것이 있어 개정을 계속해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무엇보다 한의사직무기술서를 다시 보완해 새로운 지침서를 개발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한의사직무기술서부터 잘 만들어 놓으면 꼬리에 꼬리를 물어 전체적인 틀에서부터 세부내용까지 모두 고쳐지게 됩니다. 다시 말해 한의사가 이러 이러한 직무를 해야 한다고 목표를 세우면 이를 위한 교육과정도, 국가고시도, 전문의시험도, KCD도 모두 이를 위한 방향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이를 보완하는 작업을 서둘러야 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신임 원장에게도 중요한 조언을 남겼다. 교과부의 추천을 받아 자문위원회를 구성, 운영하라는 것.
“교과부에 평가 관련 전문가가 있지만 각 대학에 포진해 있는 평가 전공 교수들에 대한 인력풀도 있습니다. 교과부와의 긴밀한 협조로 자문위원회를 구성해 한평원의 부족한 부분이나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 자문을 받는 것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물론 이상적인 측면도 많을 겁니다. 하지만 향후 방향을 설정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안 교수는 평가에 대해 많은 회원들이 관심을 갖고 한평원이 추진하는 일에 적극적으로 도와줄 것을 당부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을 묻자 웃으며 ‘봉사할 만큼 했으니 이제 좀 편히 쉬고 싶다’고 말하는 그에게서 그동안 짊어졌던 책무와 심적 부담의 무게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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