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계 안팎으로 의료산업이 화두다. 삼성에서는 23조원에 달하는 돈을 친환경·건강증진 사업에 투자하겠다고 발표했고, 정부에서도 U-Health를 통해 IT와 의료서비스를 결합하고 건강관리서비스를 민간에 이양해 활발한 자본 투자를 유치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각 지자체에서도 경쟁적으로 첨단의료복합도시, 의료허브 등을 추진하고 있고 지역에 내려오는 병원이나 의료산업 관련 기업들에게 엄청난 혜택을 서로 제공하겠다고 하고 있다.
의료산업화 안에는 한의약 관련산업도 다양하다. 대표적인 것은 한약재를 이용한 산업으로 지자체별로 한약재의 상품화와 그를 통한 지역브랜드 이미지 구축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방산업 기대만큼 가능성 있나-한의계와 유리된 한방산업화
의료산업의 범주는 의약품시장, 의료기기시장, 식품시장, 화장품시장, 의료서비스시장 등으로 구성되며 우리나라 의료비지출 규모는 2007년 기준으로 68조원 규모이다. 한방 관련시장은 4.4조원, 그 중 한의사와 연관된 시장은 2조원을 약간 웃도는 규모에 불과하다.
한방 관련시장을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한약재 1조2000억원 △의료서비스시장 2조원 △한약제제시장 3000억원 △한방건강관련식품 3200억원 △한방화장품 5400억원 등이다.
그 중에서 한의사와 직접 연관이 있는 영역은 의료서비스시장 2조원과 한약재·한약제제 시장의 극히 일부분에 불과하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한방산업 육성정책에서도 한의사가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이 없고 정부주도일 뿐 민간 투자의 내용은 극히 부족하다.
즉 산업화에 한의사가 주체적으로 참여하지 못하고 정부 주도로 민간자본의 참여가 거의 없이 정부와 지자체 위주로 진행되고 있어서 한방산업화와 한의약 영역 확대와 관련 없이 진행된다는 등의 비판을 받고 있다. 또한 현재 지자체를 중심으로 활성화되고 있는 산업은 대부분이 한약재를 이용한 화장품·건강기능식품의 생산 및 의료관광이다. 의료관광 역시 한의약 관련 건물이나 체험 위주이지 실제 한방의료기관과 연계된 의료관광을 준비하지는 못하고 있다.
임상에 기초한 한의약 연구기술개발이 핵심이다
의료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의학기술을 통한 의료서비스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제약·의료기기 산업이다. 서양의학의 경우, 제약 및 의료기기 산업이 활성화되어 있으나 철저히 의학과 임상에 기초해 있다. 병원과 대학병원 연구소가 의료산업의 최정상의 지위를 차지하고 있고, 그에 기반해 발전되는 의료산업은 그 정당성과 실효성을 임상에서 증명하고 있다.
한의약의 경우에는 학문과 임상, 연구기술 개발과 산업이 모두 분리되어 있다. 임상에서 발전되는 기술은 학교와 연구소를 통해 표준화된 의료기술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고 한방산업은 한약재를 활용한 상품 개발에 불과한 수준으로 이는 한의계가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 결과 한의약 관련 기술이 개발되고 상품이 출시되면 그 순간 한의계는 그 기술과 상품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다른 기업이나 영역에서 독점해 버리게 된다. 이는 상당한 자본이 투자되고 있는 한의학연구원이나 대학의 연구가 한의사의 임상성과를 표준화된 기술로 개발시키지 못하는 반면에 연구성과들은 다른 영역에서 활용되는 현상에서 명확하게 나타난다.
한의약 임상성과에 기초한 ‘연구기술 개발→상품화→의료서비스에 적용 및 파생 산업 활성화→고용 확대 및 전체 산업 성장에 기여’로 이어지는 의료산업의 경로가 구축될 때만이 한의약 산업은 고부가가치의 산업이 될 수 있다. 현재와 같이 투자된 연구자금들이 이런 경로를 경험하지 못한 채 한방 관련 상품의 생산을 통한 이윤만을 목표로 하게 되면 한의약 산업화는 농산물 제조업 및 일부 건강기능식품 시장의 수준에 머무르게 될 것이다.
여기에 정부 투자가 요청되는 이유가 있다. 민간자본은 그 특성상 단기적인 수익을 낼 수 있는 영역으로 투자가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한의약은 정부의 장기적인 지원정책이 필요하다. 성숙하지 않은 산업은 공공의 보호막 없는 시장에서의 무한경쟁을 거칠 경우 도태되는 것이 현실이고 고부가가치의 산업을 일구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연구기술 개발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필수적이다.
애초부터 많지 않던 한의약 R&D분야의 예산은 해가 갈수록 삭감되고 있으며 그나마도 단기적인 성과를 요구하면서 한의약 기술 개발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고 있다. 한의약의 산업화, 정부의 의지와 한의계의 적극적 노력 없이는 불가능한 미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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