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의학의 특성 살린 임상시험 틀 마련할 것”
최근 국가가 차세대 신성장동력으로 BT(생명과학) 분야를 중점적으로 육성하고 있어 임상시험심사위원회의 활동이 주목받고 있다.
현재 임상시험심사위원회는 의약품·의료기기·생명윤리 등 3가지 분야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 중 생명윤리 분야는 황우석 사태 이후 부각되고 있지만 이와 관련된 전문가는 부족한 현실이다.
이러한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보건복지부는 ‘기관생명윤리심의위원회(이하 IRB) 전문가 양성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 매년 10여명을 대상으로 연수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복지부는 해외에서 충실성이 검증된 단기 집중교육프로그램에 핵심 IRB인력이 참가토록 지원, IRB 심의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한 전문가를 양성해 생명윤리의 불모지라는 오명을 불식시키는 한편 교육 이수자들을 중심으로 국내 IRB 수준의 향상 및 체계적인 IRB 교육시스템이 마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의계 최초 IRB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 선정
그러나 지금까지는 양방 분야의 지원이 대부분이었지만 한의계에서도 최초로 이번 프로그램에 선정돼 오는 7월부터 8월까지 두달간 웨스턴 연구윤리심의위원회(WIRB)로 연수를 떠나는 인물이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경희대 한방병원 이병철 교수(대한한의학회 학술이사).
이 교수는 “WIRB는 오랜 전통과 함께 IRB의 최고의 선진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전세계 IRB 스탠다드를 제공하고 있는 기관”이라며 “이번 연수프로그램을 통해 얻어진 다양한 지식들을 경희대 한방병원뿐 아니라 한의계의 IRB기관들에게도 확산시켜 한의계 IRB의 수준을 한단계 끌어올리는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내년부터 국내에서 IRB를 수행하는 기관을 대상으로 인증평가가 실시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인증평가기준에 미달된 IRB는 국가프로젝트에 대한 참여가 제한되고, 민간에서의 임상시험 의뢰에도 많은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이와 관련 이 교수는 “연구 분야에서 뒤처지는 것은 곧 한의학 자체가 뒤처지는 것을 의미한다”며 “한의계에서도 이러한 정부의 정책 추진 흐름을 인식하고, 지금부터라도 내부적으로 충실하게 대비해 임상시험 및 연구의 질을 높여나가는데 중점을 둬야 하며, 이번 연수프로그램이 그 역할을 수행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WIRB시스템 벤치마킹해 한의계에 적용
이 교수는 이번 연수프로그램에서 IRB 역사, 관련 법률, 연구윤리, 심의절차를 비롯한 이론적인 부분들과 실제 임상시험심사위원회의 심사에 참여하는 등 이론과 실습이 포함된 프로그램을 이수하게 된다.
이에 대해 이 교수는 “2개월동안 진행되는 연수프로그램은 단순한 해외연수가 아닌 빡빡한 일정 안에서 다양한 교육이 진행될 예정”이라며 “WIRB 시스템에 대한 벤치마킹을 통해 한의학 IRB에 적용될 수 있는 분야를 적극 발굴하는 한편 WIRB에서 진행되어진 다양한 임상시험 모범사례들을 모아 향후 한의학 IRB에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이 교수는 “연수프로그램 이수 후에는 얻어진 지식을 바탕으로 한의학적인 특성을 살린 임상연구 프로그램을 마련해 학교·개원가·관련 단체 등 한의학 임상연구에 관심이 있는 모든 사람들과 자료를 공유해 나갈 계획이며, 타 영역의 IRB 관계자와의 네트워크 구축도 구상 중”이라며 “이를 바탕으로 한의계 임상연구의 틀을 구축해 임상연구의 질적 수준이 향상된다면 이는 한의학 치료기술 개발에 큰 도움을 줄 수 있어 한의학의 새로운 영역 확대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임상연구에 대한 중요성 각인돼야
한편 이 교수는 지금까지 한의계가 임상연구 분야에서 미흡한 이유에 대한 이유로 임상연구에 대한 무관심을 가장 큰 이유로 꼽았다.
“지금까지 한의계의 연구 현실은 기초 분야에 지원이 집중돼 있고, 신치료기술 개발에 대한 관심은 미흡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초 분야에서 임상 분야로 연구방향이 변화되고 있는 것은 한의학 발전에 긍정적인 요소라고 생각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교수는 “우선 ‘임상연구’라는 개념에 대한 명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며 “즉 ‘연구는 혼자만 해야 한다’는 인식을 버리고 서로를 인정하고, 협력시스템 구축을 통해 연구를 진행해야만 양질의 성과물을 얻을 수 있으므로 임상연구에 대한 투명성·협력성·포용성도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 교수는 “현재의 추세가 기초와 임상이 결합된 공동연구, 즉 의과학이라는 분야가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는 만큼 한의사들만의 연구에서 벗어나지 않는다면 ‘우물 안에 개구리’로 전락할 수 있다”며 “임상연구는 누구와 대결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치료기술을 개발하고, 그 효과를 검증하고 있는 것인 만큼 타 학문과의 적극적인 융·복합 연구를 통해 한의학의 영역을 지속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근 한의계에서도 임상시험, 연구윤리 등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으며, 각 분과학회에서는 이에 대한 규정을 제정·강화하는 등 내부적인 대비책 마련에 분주하다. 이 교수의 바람처럼 한의학 임상시험이 지속적인 발전을 거듭해 나간다면 정부가 추진하는 BT 분야에서 한의계가 새로운 신성장동력으로 충분한 역할을 수행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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