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경주 원장

기사입력 2010.03.26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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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상체질의학은 한국 한의학의 가장 독특하고 특성화된 분야지만 진단에 대한 각기 다른 방법들로 인한 어려움이 적지 않은 만큼, 사상체질의학의 세계화를 위해서는 통일된 진단방법이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수십년간 ‘黃帝內經’에 대한 연구를 바탕으로 ‘體質韓醫學’의 기틀을 마련, 임상을 통한 검증작업과 함께 內經四象五行學會의 강의를 통해 후학 양성에도 매진하고 있는 길경주 원장(복음한의원)을 만났다.

    “재학시절, 사상의학을 연구하시던 홍순용 교수님께서 소화기가 유난히 약한 나에게 소음인이라는 진단을 내렸지만, 소음인 약이 나에게 잘 맞지 않았다. 또 1965년 임상을 시작하면서 배운 데로 환자들의 체질을 구분해 처방을 했지만 부작용이 적지 않아 고민도 많이 했었다. 당시 그러한 고민으로 한의학에 대한 회의조차 갖게 될 정도였다.”

    “良師를 구하지 못하면 良書를 구하라”

    체질진단에 대한 의문을 품은 길 원장은 가르침을 받고자 백방으로 스승을 찾아 많은 노력을 했지만 인연을 구하지 못하였고, 결국 “良師(좋은 선생)를 구하지 못하면 良書(좋은 책)를 구하라”는 말처럼 그 해답을 原典에서 찾고자 노력하게 된다.

    길 원장은 ‘각각의 체질은 天地之氣로부터 稟賦받아 불변하는 것이며, 運氣 또한 태어나면서부터 각기 정해지는 것이므로 이들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고 판단, 이에 대한 근본을 찾기 위해 ‘황제내경’에 대한 연구에 매진하게 된다. 특히 ‘황제내경’의 1/3을 차지하고 있는 運氣學 연구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게 되고, 그 결과 ‘체질한의학’ 이론을 정립하게 됐다.

    “명확한 체질진단을 위해서는 내경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배후사상을 이해해야 한다. ‘황제내경’은 씨줄과 날줄처럼 서로 치밀하게 연관되어 있어 한치의 오차도 없다. ‘陰陽五行’과 ‘四象’ 그리고 ‘五運六氣’는 서로 다른 대상을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운기에도 사상의 개념이 포함되어 있고, 사상에도 운기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다. 때로는 오운과 육기로 언급하다가 때로는 사상과 오행으로 표현하고 있을 뿐이다. 이러한 이치를 충분히 파악한다면 모호하게만 보였던 내경의 내용들을 좀 더 명확히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운기와 사상의 이론 정확히 파악해야”

    “‘素問·六節藏象論’의 “五運相襲 而皆治之”·“得五行時之勝 各以氣命其藏”이란 문구와 ‘天元紀大論’의 “五氣運行 各終朞日 非獨主時也”란 문구는 깊이 연구해볼 가치가 있다”는 길 원장은 “체질한의학 이론의 바탕은 바로 이 문구에 있다”며 “내경 이후 현재까지의 역대 주석서와 저술서를 살펴보면 이러한 치밀한 연관성이 결여되어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難經’의 내용을 살펴보면 사상의 개념은 소실되고 오행의 相生·相剋이론만 남아있을 뿐이며, 이후 운기학과 체질의학에 관련된 서적들이 모두 난경의 이러한 이론을 그대로 추종함에 따라 체질에 관하여 각기 다른 견해를 보이는 혼란을 야기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길 원장은 “운기와 사상의 이론을 정확히 파악해야만 비로소 체질진단이 모호한 경우나 약물처방은 효과적이나 침구치료는 부정확한 경우, 침구치료는 효과적이나 약물처방이 부정확한 경우 등의 문제들을 극복할 수 있다”며 “실례로 체질의학을 연구하는 여러 주장 중 어디에서도 ‘至眞要大論’ 중 “南北政脈”에 관한 내용을 제대로 설명하는 곳이 없으며, 내경사상오행학회가 이러한 모두 분야를 일관되게 관통하고 있는 이론적 근거를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길 원장은 한의학의 발전을 위해서는 새로운 치료기술이나 진단방법이 제시되었을 때 학계에서 이를 이론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체계가 확립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즉 자체검증의 과정을 거치면서 보완과 발전이 가능할 것이며, 현재 임상에서 당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견해다. 이와 관련 길 원장은 “체질진단의 방법론에 관하여 기존 이론체계와 다른 견해를 학술지와 신문에 수차례 발표했었지만 그에 대한 반론을 단 한번도 받은적이 없었다”며 “앞으로는 학계 내에서 토의와 연구가 활성화되어, 학술적 검증이 철저히 이뤄지는 체계가 갖춰졌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충실한 이론 연구로 한의학 방향성 정립

    “훌륭한 운동선수도 슬럼프에 빠지면 기초부터 다시 연습해 극복하는 것처럼 한의계도 현재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다시금 기본으로 돌아가 기초부터 되짚어 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하는 길경주 원장은 “또한 한의학의 방향성을 잘 지키기 위해서는 임상에서 활용할 수 있는 응용 분야에 관한 관심만큼이나 이론적 기초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고희를 훌쩍 넘은 고령에도 불구하고 의학 연구와 후학 양성을 위해 매진하고 있는 길 원장의 한의학에 대한 뜨거운 열정이 모든 한의회원들의 가슴에 전해진다면, 한의학은 보다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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