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나부터 믿는 한의일 때 소신있는 진료 보장”
며칠동안 내린 겨울비는 계절의 위엄을 과시라도 하듯 그 많던 잎들을 떨어뜨려 놓았습니다. 그러나 벌써 새순을 준비하는 두드러 나지 않는 섭리를 배우며, 고국에 계신 여러 한의사분들께 새해 인사를 드리고, 건승을 기원합니다.
한의학 연구방법론의 시론을 쓰겠다고 한국을 떠난지 12번째 맞이하는 새해입니다. 영국을 거쳐 미국땅 보스톤을 들러서, 이곳 노스캐롤라이나 채플힐에 정착한 지도 3년째입니다. 처음에는 보지 못했던 먼 길을 왔고, 이제는 앞에 보이지 않는 길이라도 갈 만큼의 용기를 얻었습니다. 내가 배우고 자란 문화적 배경과는 다른 세상에 적응해오며 내가 나로서 존재할 가치와 이유를 알고 그에 맡게 살아가면, 그 세상 속에서도 쓰임새와 자리를 찾아갈 수 있다고 믿게 되었습니다.
따라서 저는 이 자리를 빌어 지금까지 저에게 끊임없이 후원하시고 격려해주신 수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오늘의 제가 있을 수 있게 해 주심에 감사하옵고, 다가오는 경인년 범띠해에도 저에게 주어진 뜻을 알고 정진하는 한해를 만들 각오를 전합니다.
특히 이제 막 시작한 ‘아시아의학과 침 연구 프로그램’을 저의 연구활동의 중심거점으로 삼아 세계무대에서의 한의학 연구를 왕성하게 해 보고자 합니다. 서양 문화에 기반을 둔 연구원들과 한의학술을 토론하고 그 결과물을 발표하며, 한국의 여러 연구자들이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길을 열고자 합니다.
오는 3월 19~21일에는 300여명의 국제저명 침 연구자들이 모이는 국제학술대회①(Society for Acupuncture Research International Conference 2010)를 제가 있는 대학에서 개최합니다. 또 비슷한 때인 3월17일에 경희대학교 침구경락과학연구센터와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이 공동으로 국제 공동연구 학회를 열어 이웃에 있는 Duke university와 Wake Forest University의 연구자들도 함께 이 국제 공동연구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자 계획하고 있습니다. 고국에 계신 여러분들께서 후원해 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나라밖에서 한의학 연구를 하는 한 사람으로서 감히 나라 안에 계시는 한의사분들께 올해 제안하고 싶은 것이 몇 가지 있어 말씀드리고자 하오니 너그러이 봐 주실 것을 간청합니다.
첫째 한의사들끼리 서로 지정 한의사를 정하는 운동을 펴서 유사시엔 우리 한의사들끼리 내 몸을 생각하듯 우리 동료들의 몸에 제일 맞는 진료를 한방이든 양방이든 결정할 수 있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한의사인 우리가 한의사를 신뢰함을 천명함이고, 그 신뢰를 쌓아갈 것을 각오하는 바이며, 혹여 서로가 믿음이 덜 가는 구석이 있더라도 믿어줌으로써 더 책임감 있게 한의사 구성원들이 학술과 임상에 정진하게 유도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나부터 믿는 한의일 때 나를 믿고 오는 환자들에게 소신있는 진료를 보장할 수 있지 않을까요?
둘째, 연구 한의원연계망 구축사업을 시도하여 한의원 임상결과를 집계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할 것을 제안합니다. 처음엔 적은 수가 시작하더라도 차차로 늘려나갈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셋째, 한의사들이 보는 달력이나 한방 병·의원이 후원하여 인쇄하는 달력은 한의 관련 월령을 포함시켜 한의학적 절기를 시간의 흐름 속에서 되새길 수 있도록 하여 한의혼을 진작시킬 것을 제안합니다. 고난의 시기를 극복할 한의혼이 절실할 때라 믿기 때문입니다.
마지막으로 한의사로서의 세계적 정체성과 관련하여, 한국에서 한의사(韓醫師)로 당당하시다면 한국 밖에서도 Korean Medicine Doctor②로 당당하실 수 있다고 저는 믿습니다. 국제무대에서 자기를 소개함에 있어, ‘87년 개정된 의료법에 한의사(韓醫師)의 법적 토대를 제공하고 있는 이상은, 그 법이 다시 한의사 이름을 바꾸기 전까지는, Korean Medicine Doctor로 당당히 소개하실 것을 제안합니다.
현재의 국제의료계에서 흔하지는 않기에 잘 몰라주는 것 같다고 여겨, 모호한 존재(Entity)로 얼버무리는거나 그들이 잘못 붙여준 이름을 따라하는 것은 바르지 못합니다. 이제, 한의(Korean Medicine)를 하는 의사(Doctor)라는 당당한 이름을 가진 존재(Id-entity)로 가슴을 펼 수 있고, 그 가슴을 더더욱 크게 펼 수 있도록 노력을 경주하실 것을 제안합니다.
소한과 대한, 소설과 대설을 바라보는 겨울 초입에서 따뜻한 구들목은 그냥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냉혹한 현실을 마주하는 우리들이지만, 우리들의 선현들이 극복하고 이루셨던 것 알고, 봄을 준비하는 새순이 벌써 섭리의 생산을 시작했음도 압니다. 우리 모두 오늘 우리가 이곳에 있는 뜻을 깨닫고 정진하는 밝은 새날을 기원합니다.
단기 4343년 새해 새아침
① http://www.acupunctureresearch.org/index.php?option= com_content&view=article&id=74:2010conference&catid=36:events&Itemid=57)
② http://www.med.unc.edu/phyrehab/faculty/jongbae-park-kmd-ph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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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배 교수
Director, Asian Medicine & Acupuncture Research,
Assistant Professor, Dept. of Physical Medicine and Rehabilitation University of North Carolina at Chapel Hil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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