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동 교수

기사입력 2009.12.15 0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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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생과 한의사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는 '한의학 교육과 연구'
    한의계가 지금 해야할 일 (5)

    -연구방향의 변화 필요

    현재까지의 한의학 연구는 거의 대부분이 치료내용과 관련이 있다. 즉, 0000탕이 00질병에 미치는 영향이나, 00자침이 000질병의 치료효과에 미치는 영향 등 모두가 약과 침의 긍정적 영향에 관한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모두 좋다는 내용이다. 논문대로만 한다면 낫지 못하는 병이 없다.

    그러나 임상에서는 그 결과의 활용성이 거의 없다. 논문의 사회적 영향력이나 논문을 쓰는 이유가 별로 없게 된다. 물론 이러한 논문도 필요하다.

    문제는 주제가 너무 침약 위주이며, 효과가 있다 없다의 결과 중심이고 나열식이다. 앞으로는 다양한 주제와 도구의 사용, 가능한 인간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나 역학연구, 그리고 한의학의 학문적 특징이나, 생명관에 기초한 연구가 매우 필요하다.

    예를 들어 정기신이나 각종 양생법의 증명, 변증시치 등의 생리 병리적 기초이론의 접근, 경락·경혈의 실체 및 기전의 확인 등 한의학의 의학적 정체성과 관련된 연구가 진행돼야 한다. 또한 음양오행, 한의학의 해부학과 각 장부기능이나 관계 등도 연구대상이 되야 한다.

    잘 알듯이 한의학의 기초이론이 아직도 현상과 결과만 있을 뿐, 그 기전과 실체가 밝혀지지 않은 것들이 대부분이다. 우선 한의학의 존재이유는 확보해야 하지 않겠는가? 필자의 생각으로는 이들이 더 급하고 중요한 주제의 연구이다. 위의 연구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최근의 분자생물학적 기법이나 매우 정밀한 수준 등의 연구가 요구된다. 기존의 방식이나 세포 수준으로는 실체를 확인하거나 결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한한의학회와 전문학회의 적극적 역할을 기대

    한의학의 교육과 연구는 학생과 한의사들로부터 외면당하고 있으며, 교수와 학회가 중추적이며 리더 역할을 못하고 있다. 오히려 이 역할을 개업한 한의사나 비한의사(비자격한의사, 일명 사교육 선생님)들이 임상적 영향력을 상당 부분 담당하고 있는 형편이다.

    이것은 한의계의 매우 기형적이고 비정상적인 현상이다. 실망스럽게도 한의계에는 아직도 과거의 도제교육 형태가 남아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는 교육과 연구가 과거적이며 형식적이고 현실과 동떨어져 비실용적으로 환자 치료에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짜로 그러한 지는 점검이 필요한 문제이다.

    어떻든 교육 및 연구에서 상당 부분을 학회가 주도적 역할을 하고 있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학회의 역할이 과거에 해왔던 대로의 방식으로 안주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는 대한한의학회가 중심이 되고, 각 단위의 해당 학회들과 공동으로 교육과 연구, 임상 등 한의계 모든 분야를 주도해야 한다.

    예를 들어 표준화된 학부·대학원·전문의의 교육과정 마련, 각 질병의 임상지침서 개발, 한의학 관련 객관적 지표 개발, 한방 우위질병을 찾으며, 한의학 발전방향의 제시, 최근의 보건의료 연구나 치료법의 소개, 전체 학회간 또는 (기초임상)교수간 소통 방안 마련 등의 한의계의 교육과 연구, 임상 관련된 요소에서 중요하게 할 일이 많다. 훌륭한 연구 하나가 의학을 보호하며, 살릴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교수의 올바른 역할

    나로써는 요즘처럼 교수라는 직업이 행복하지 않은 것이 유감이다. 스스로 많은 것에 대해서 내 자신을 위로하면서 학교생활을 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교 교육을 외면하며 많은 불만을 가지고 있고, 임상가들은 임상가의 어려운 문제를 교수들이 해결해주지 않거나, 무관심하다고 불만이다.

    또한 각 학교에서는 과거와 달리 승진과 재임용하는데 필요한 많은 연구와 성과물을 요구한다. 여기에 더해서 제자들의 평가도 당한다. 평가결과가 좋지 않다. 특히 나는 한의사이지만 양방과목(양방예방의학)을 강의하는 데다가 시험이 어렵기 때문에 대부분 학생들에게 원성의 대상이다.

    그러나 모든 교수들이 그렇듯이 나 또한 내가 맡는 과목에 대해서 최선을 다해서 준비하고 가르쳐 왔다. 지금도 어떻게 하면 잘 가르치고 제대로 가르칠 것인가에 대해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 특히 양방의학은 학문이 자주 변하고 발전하기 때문에 조금만 방심하면 과거의 잘못된 내용을 가르치게 된다.

    결과적으로 학생들에게 피해를 준다. 어떻든 교수로 있는 한 잘, 제대로 가르치는 것이 내가 맡은 임무이다. 또, 많은 것을 가르치려 노력한다. 특히 의료의 특성상 많은 것을 알수록 좋기 때문이다. 실력없는 의사는 오히려 생명에 지장을 주거나 환자를 속일 수 있다. 교수의 주요 일과는 당연히 교육과 연구이다. 모두가 어렵고 힘든 일들이다. 잘하고, 하려고 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생명을 다루는 의학 자체의 어려움과 힘든 특성 때문이다.

    특히 한의대 교수는 숫자도 적다. 강의에 대한 개인적인 욕심도 있겠지만 학교의 열악한 현실 때문에 여러 과목을 가르쳐야 하는 교수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가르치는 것과 연구하는 것만이 교수가 하는 일의 전부는 아니다. 이것들 외에도 지식인이라면 봉사활동이나 적극적인 현실 참여가 필요하다. 학교에만 관심이 있다면 반쪽 교수일 뿐이다.

    이 시대의 정상적인 지식인이라면 학교 밖의 일에도 주장과 목소리가 있어야 된다. 의학은 순수과학이 아니며 많은 요소가 인간과 사회와 관련된 응용과학이기 때문이다.

    (7)서양의학과의 분명한 관계 정립이 필요

    이 주제에 대해서는 아직까지 한의계 내부 차원에서 자주 논의되고 있지만 공론화는 꺼린다. 잘 아는 것처럼 한의학이나 한의계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한의계 외부의 큰 세력이다.

    서양의학의 존재를 부정할 생각은 추호도 없으며 발전을 기대한다. 서양의학을 한의계(한의계만의 생각일 수도 있으나)에 부정적이거나 피해를 주는 경쟁자나 동업자 집단으로 여긴다. 반면에 아예 서양의학에 편입되어 의사로써 한의학 전문의 역할을 하는게 좋다고 생각하는 한의사도 있는 것 같다. 이처럼 서양의학에 대한 한의사의 인식이 처해진 상황에 따라 차이가 많다. 그러나 서양의학쪽에서는 극히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이 특히 한의사는 불필요하며, 없애야 한다고 여긴다.

    특히 개업가에서 매우 심하다. 이처럼 서로가 매우 부정적이다. 아마도 진료의 범위가 중복되어 자신의 영역을 침범하거나 자신들에게 여러가지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런 태도의 기저에는 자신들의 의학만으로 충분하기 때문에 한의학이 필요없거나 아니면 무시하는 것이다. 잘 아는 것처럼 치과와 의사 관계는 일부를 제외하고 전체적으론 좋다. 이러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진료영역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앞으로 한의학과 서양의학과의 관계는 치과처럼 되지 않는다면 지금까지와 같이 서로 무시·부정하는 ‘제로섬 게임’을 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안타깝고 매우 유감스런 위험한 관계이다. 서로의 의학에서 장단점이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에 긍정적 관계로 존재하며 선의의 경쟁으로 synergic effect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은데 현실에서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

    특히 한의계로서는 서양의학과의 이러한 관계로 필요이상의 피해를 보고 있다. 예를 들어 한약재 독성과 오염문제나, 진단기기 사용의 제약, 건강보험 확대 같은 보건의료제도와 관련한 법 제도의 개정과 확대에서 한의계에 협조적이지 않다. 물론 그동안 한의계 내부에서 한의학, 한의사의 법 제도에 관련된 중요성을 미리 대비하지 못한 탓도 크다.

    결과적으로 한의학과 서양의학이 공존하고 있고 서로 의학의 장단점이 다르며 의존적 관계에 있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상대방 의학을 존중했으면 한다. 그리고 서로 협력하고 또한 선의적 경쟁관계를 유지하면 좋겠다.

    지금과 같은 태도는 의료시장을 위축·왜곡시키는 것이며, 환자들에게 불필요한 불안과 피해를 주는 것이 사실이다. 다시 말하면 한의사, 의사 그리고 국민 모두가 피해자일 뿐이다. 두 집단의 부정적 관계로 많은 국민이나 환자들에게 불안감을 주며 의료에 대한 불신감이 커져서 필요수준 만큼의 의료 이용을 할 수도 없다.

    결과적으로 의료시장이 위축될 것이 뻔하다. 한의사들에게도 서양의학은 이제 반드시 필요하다. 임상에서나 학교에서 적극적으로 배우고 가르쳐야 한다. 이제는 서양의학이 optional이냐, essential이냐는 해묵은 주제일 뿐이다. 특히 의학연구방법론이나 많은 학문적 성과물은 매우 중요하다.

    요즘 시대에서 제대로 살려면 미국(나는 사대주의자는 아니다)과 영어를 무시하거나 등한시 할 수 없는 것과 같다. 서양의학과의 정상적이고 올바른 관계 설정을 위한 한의계의 관심과 논쟁이 필요하다. 한의계, 그리고 (한방의료를 이용하는) 환자와 국민을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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