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 한의사였어요?”
저는 경희대학교 한의학과를 2006년에 졸업한 새내기 한의사입니다.
또한 제약회사에 다니는 경력 4년차의 영업사원이기도 합니다.
많은 사람들은 저의 명함을 보고 의아해 합니다. 한의사인줄 알고 만나는 사람들은 “ 진료 안하고 영업을 해요?”라고 묻고, 영업사원인줄 알고 만나는 사람들은 “어? 한의사였어요?” 라고 반문합니다. 거의 100명을 만나면 99명은 위와 같은 반응을 보입니다.
사실 제약회사 영업사원 중에 약사 출신은 상당히 많습니다. 의사 출신 영업사원도 꽤 되지요. 물론 여러분들이 흔히 생각하는 약국에 가서 약사분들께 애걸복걸 하거나, 병원에 방문해서 약을 권하는 영업사원과는 약간 다르겠지만요. 같은 의료인으로써 (약사는 의료인은 아니지만요) 의사와 간호사, 약사들은 정말 다양한 분야에 포진해 있습니다.
식약청, 복지부 등의 일반적인 공무원을 비롯해 각종 연구소나 보건산업진흥원, 심평원 등의 정부 산하 기관, 제약회사, 화장품회사, 식품회사 심지어 언론 기관, 정치권에 까지 없는 분야가 없을 정도입니다.
요즈음은 한의사 여러분들도 다양한 곳에 종사를 하고 계시긴 합니다. 제가 위에 언급한 곳들 중 몇몇 곳에는 한의사 출신도 계시거든요. 하지만 공중보건의 또는 병역특례의 과정 중으로 거쳐가는 정도로만 생각하시는 분들도 꽤 되실 겁니다. 한의사분들은 왜 다른 의료업의 직군들처럼 다양한 곳에 널리 퍼지지 못했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첫 번째 이유는 그럴 필요를 여지껏 느끼지 못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최근에 한의계가 위기 상황이라는 말은 많지만, 사실 제가 학교에 입학할 무렵만 해도 상당히 호황이었던 것 같습니다.
굳이 다른 직종에 진출하지 않아도 개원해서 아무런 부족함이 없었을테니까요. 반대로 생각하자면, 약사들은 서울대를 비롯한 상위권 약대를 졸업한 남자 약사들이 한평생 좁은 약국에서 지내기가 싫어 다른 곳으로 진출 할 수밖에 없었던 상황도 있었을테고, 간호사들은 결혼을 해서 아이가 생기거나 하면 3교대 근무가 사실상 불가능한 경우가 많아 전업을 할 수밖에 없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그러한 결과로 현재는 그 인맥들이 다양한 집단에서 든든한 백그라운드가 되고 있습니다.
두번째는 아직까지 많은 한의사분들이 “진료를 안하는 한의사가 될 수 있다”라는 사실을 생소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당연히 의료인으로 면허를 받았으니 첫번째 책무는 환자를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현재 2만명에 가까운 한의사 중에 진료가 아닌 다른 부분에 더 뛰어난 소질이 있는 분들이 얼마나 많을까요. 학교에 남아 연구하는 것 이외에도 그 소질을 살릴 수 있는 많은 길들이 있겠지요. 하지만 지금은 남들이 다니지 않은 길이라 우리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것뿐 아닐까요.
현재의 한의계 위기 상황을 보면서 몇몇 분들은 한의대 정원을 줄이는 것만이 살길이라고 말을 합니다. 물론 변호사도 마찬가지고, 의사들도 마찬가지로 후배들의 정원을 늘리지 않기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러 이해관계 때문에 정원을 실질적으로 줄이는 것은 힘든 일일 것입니다. 그보다는 좀더 생산적인 방향으로 우리의 인력을 여러 곳으로 분산시키는 것은 어떨까요? 미천한 저로써는 그 구체적인 방법까지는 잘 모르겠지만요.
추신 : 저는 위에 쓴 것처럼 진료가 아닌 다른 부분에 더 뛰어난 소질이 있어 진료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남보다 뭔가 나은 점이 있다면 그건 아마 나보다 진료를 잘 할 수 있는 한의사가 2만명 가까이 될 것이라는 점을 미리 안 것, 그리고 언제까지일지는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한의사지만 진료 안하고 살아도 아무렇지도 않다는 것, 이 두 가지 아닐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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