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병섭 한약품질검사팀장 한약재 검사사업

기사입력 2008.09.05 0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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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단 한약재 품질검사 사업을 시작해 보니 기술이 아니라 법적인 부분이 문제였습니다. 한약재 검사기준과 품질관리체계의 난맥이 심각했죠. 국회도 찾아다니고 보건복지부 한방정책관실에 협조도 구하는 등 노력한 끝에 작년부터 법이 강화됐습니다.”

    한국한의학연구원 고병섭 한약품질검사팀장은 우리나라 한약재 관리체계에서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에 따르면 처음 한약재 품질검사 사업을 시작한 1999년만 해도 우리나라 한약재 유통·관리 질서는 굉장히 어지러웠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주관한다지만 그들의 주 관심사는 식품과 일반 제약 쪽이어서 한약재 부분에는 관리가 소홀했고, 공정하고 철저한 검사를 할 수 있는 법률이 미비된 상태였다.

    또 당시 수입한약재를 검사할 수 있는 기관이 한 곳 있었는데, 이는 한약재 수입·유통 관계자들이 만든 협회에서 설립한 연구소였다. 한약제약회사의 경우 실험실을 가지고 있으면 따로 검사를 하지 않아도 됐고, 이 때문에 한약재를 서류상의 검사만으로 사용할 수 있었다.

    고 팀장은 “처음에는 아무리 노력해도 검사 물량이 많지 않았다”며 “수입하는 사람들이 소속된 협회의 연구소에서 검사물량의 99%를 담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그때부터 “한약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없애기 위해서는 먼저 유통질서를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에 한약재 품질관리기준 체계를 강화하기 위해 백방으로 뛰었다.

    올바른 시험·검사 기준을 세우기 위해 ‘한약재관능검사기준연구’를 1999년부터 계속했고, 연구한 자료를 들고 직접 국회를 찾아갔다. 보건복지부 한방정책관실과 식약청도 설득해 협조를 구했다.

    문제 제기가 계속되자 2006년 드디어 NGO(Non-Governmental Organization:국제비정부기구)와 감사원, 국회가 합동 실태 조사를 실시했고, 그 결과 고 팀장의 주장이 옳았다는 것이 입증돼 2007년 식약청에서 ‘한약재 품질검사기준 강화방침’을 마련했다.

    수입한약재 통관 전 관능검사체계로 전환됐고, 정밀검사대상품목도 95개에서 185품목으로 확대됐다. 한약재 제조업소에서 당해의약품을 제조하기 위해 수입하는 한약재의 검정·검사를 면제해준 조항이 삭제됐고, 모든 한약재는 식약청장이 지정한 한약재 검사기관에서 위해물질 검사를 받게 됐다.

    덕분에 검사팀은 올해부터 실적이 높아졌지만 고 팀장은 “아직도 문제가 많다”고 말했다. 국산한약재 부분은 여전히 문제가 많기 때문이었다. 그는 “국내 농가 보호 차원에서 국산한약재는 법률상 검사를 안하고 팔 수 있게 되어 있다”며 “이렇게 되면 결국 품질이 떨어져 국제경쟁력을 잃게 된다”고 우려를 표명했다.

    또 한약재 보관·관리기준이 없는 것도 고 팀장이 꼽은 문제점 중의 하나. 고 팀장은 “현재 법률상의 보관기준이 효능이나 안전성에 대한 과학적 검증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품목별로 정확한 보관기준을 정하기 위해 연구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한약은 천연물이라 정량화·규격화가 힘들지만 이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일정 수준에 도달한 약재가 유통되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약 불신도 없앨 수 있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한의학 발전에 열정을 쏟고 있는 고 팀장은 공채 1기 출신으로 1995년 3월 입원(入院)했다. 전공은 생물유기화학이지만 외조부가 한학을 전공해 어릴 적부터 한의학에 호감을 가지고 있었고, 이 때문에 10년간의 일본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후 바로 한의학연에 지원했다.

    햇수로 14년 차. 오랫동안 연구원에 근속한 만큼 고 팀장은 연구원 발전에도 고민이 많았다. 그는 “한의학연도 개혁이 필요하다”며 “이미 과학적인 학문인 한의학을 서양의학의 기준에서 과학화하려 하지 말고 서양의학에서 얘기할 수 없는 체제를 세우자”고 피력했다. 한 처방으로 여러 질병을 치료하는 ‘오케스트라’와 같은 한의학의 특성을 살려 독보적인 의학이 되어야 한다는 의미다.

    그는 마지막으로 “온고지신이란 말처럼 새로운 것은 새로운 것이 아니라 내가 가지고 있는 것에서 나온다”며 “한의학적 연구를 통해 타 기관에서 벤치마킹할 만한 훌륭한 연구를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한의학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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