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상 곤 원장 / 서울 갑산한의원

기사입력 2008.07.08 08:22

SNS 공유하기

fa tw
  • ba
  • ka ks url
    B0022008070830131-1.jpg

    “과학이나 의학지식이란 숭배하거나 거기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다. 전체적인 건강을 위해 잘 다뤄야 하는 지혜이자 도구다. 본질의 이해 없이는 그 지식을 도구로서 잘 다룰 수 없다.”

    과학이나 의학지식이란 숭배하거나 거기에 얽매이는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건강을 위하여 잘 다루어야 하는 지혜이며 도구에 불과하다. 본질의 이해 없이는 그 지식을 도구로서 잘 다룰 수 없다. 광우병 위험물질을 자꾸 강조하거나 월령에 얽매이거나 새로운 위험을 다시 제기하는 것은 현상론이다. 과학이나 건강문제의 본질을 이해하게 되면 자꾸만 확대되고 재생산되는 현상론에 휘말리지 않고 분노와 공포로부터 문제의 합리적 해결을 도출할 수 있다.

    얼마 전부터 언론에 오르내리는 용어 중 파이어스 패치라는 말이 있다. 광우병 위험물질(SRM)을 판정하는 세부기준의 핵심사항이 바로 파이어스 패치의 제거 여부다.

    30개월 미만이든 30개월 이상이든 반드시 제거하여야 하는 것이 파이어스 패치이고 보면, 이것이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아는 것은 광우병의 본질에 도달하는 중요한 문제이다.

    파이어스 패치는 소장의 안쪽 벽에 흰 반점처럼 생긴 곳으로 여기에는 면역세포가 모여 고립 림프기구라는 특수한 구조를 만들고 있다. 이곳은 닭의 파브리키우스 낭과 같은 역할을 한다는 것이 증명되었다.

    파브리키우스 낭은 이탈리아의 해부학자 파브리키우스(1537~1619)가 닭의 항문 바로 앞, 등쪽으로 돌기같은 주머니를 발견했다. 당시에는 어떤 기능을 하는지 알지 못했지만 그의 이름을 따 명명했다.

    그 후 1956년 글릭이라는 생물학자가 이 주머니를 떼어내는 실험을 하였는데 닭의 면역글로블린의 양이 크게 저하된다는 사실을 밝혔다. 내부구조는 흉선처럼 상피세포를 중심으로 한 그물 모양의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거기에 엄청난 수의 림프구가 증식하고 있었다. 원시적인 B세포가 가득차 있었다.

    뒤의 연구에서 파브리키우스 주머니가 B세포를 만드는데 꼭 필요한 장기라는 것, 여기서 면역 글로블린의 유전자가 작동하기 위해 B세포의 운명을 결정짓는다는 것 등이 밝혀졌다.

    면역이란 내 몸의 국방부다

    부화 직후에 파브리키우스 주머니를 떼어내면 닭은 면역글로블린이 존재하지 않는다. 결국 이 부위는 B세포의 훈련장으로 밝혀졌다. 포유동물에서 파브리키우스 주머니 같은 B세포의 교육기관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본 결과 양에서 파이어스 패치에 존재한다는 사실이 증명되었다(이상 타다 토미오의 연구 결과).

    지금까지 제기한 면역, T세포, B세포에 대해서 되짚어보자. 면역이란 자기가 아닌 것으로부터 자기를 구별해 개체의 정체성을 결정한다. 쉽게 이야기하면 내 몸의 국방부이다.

    첨단의학의 과학적 용어가 왜 인문학적이고 철학적이냐고 반문하겠지만 본질이 그렇다. 우리는 내 몸을 지키는 군대인 백혈구 등 임파구가 바이러스나 세균을 보면 적이라 인식하고 싸울 것이라 짐작한다.

    실제로는 임파구가 바이러스 세균을 탐식하고는 달라진 자기명찰을 내보이며 나는 이제 내가 아니야 나를 죽여줘하고 외친다. 즉 자기를 인식하는 기구가 자기의 비자기화를 감시하는 셈이며 비자기는 언제나 자기라는 맥락 위에서 인식된다.

    즉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과 통한다. 더 나아가서 말하자면 뇌사를 예로 들 수 있다. 뇌가 죽으면 자기를 인식할 수 없고 죽음이라 생각하지만 개체의 생명은 유지된다. 그것은 면역이 살아 있기에 가능하다. 생명윤리에서 뇌사의 인정 여부가 쟁점이 되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이처럼 면역은 인간의 존재 의의라 할 수 있는 정신이전의 생명 본질이다.

    T세포는 나는 나라는 정체성을 확립하기 위해 존재한다. 군대에도 훈련장이 필요하듯 T세포의 훈련장은 흉선이다. 자기를 분명히 인식하고 자기에 과민하지 않는 세포를 만들어 내기 위해 100명중 97~8 명이 희생되고 2~3명만 살아남는다. 이를테면 암 등은 자기세포가 비자기화 되어 공격하는 것이다. 나를 배신한 세포들을 찾아 제거하므로서 자기의 정체성을 유지하는 것이다.

    흉선은 어릴 때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12세를 기점으로 완성된다. 우리가 흔히 보는 편도선이나 인두편도의 비대가(아데노이드) 소아에 나타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면역의 공포는 자가 면역으로 이어진다

    정체성은 나이가 들어가면서 점차 희미해진다. 흉선도 20대 후반 30g까지 커졌다가 점차적으로 줄어들게 되고 조금 더 지나면 없어진다. 흉선이 줄어들면서 자기의 정체성은 심각한 혼란을 겪는다.

    내속에서 자기와 심하게 반응하는 자기 나를 공격하는 자기들을 제어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예가 바로 암의 출현이다. 암은 어디까지나 자기이다. 나이가 들면서 자기가 자기를 인식하는 훈련장인 흉선이 위축되면서 배신한 자기는 점진적으로 증가한다.
    광우병에서 월령이 문제 되는 것은 흉선의 위축과 관계가 있다.

    30개월이 임계선은 아니지만 자기가 자기를 포식한 경험으로 공포와 변형이 일어난 비자기인 프리온이 생성되고 그 수가 늘어날 것이다. 양적 변화는 결국 질적 변화를 수반하고 면역의 공포는 자가면역으로 이어져 나를 지키는 세포가 나를 잡아먹는다.

    지금까지의 진실로 볼 때 먹는 것이 아니라 흐물하게 만든다고 한다. 면역도 기억, 변형이 일어나며 자가면역도 공격으로만 고정되는 것이 아니라 침투의 방식을 쓸 것이다. 즉 물이 지나는 곳에는 모든 것이 물화되는 것과 같은 소극적 형태일 것이다.

    B세포는 비자기의 자기화를 도와준다. 소화관 등에 주로 분포하고 있다. 소화라는 것이 먹고 마시는 것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위장으로 흘러 들어오는 모든 것은 따지고 보면 모두 남의 것이라 남의 것인 이물질을 소화하여 나의 영양분으로 변화시키는 것인데 면역의 관점에서 보면 일일이 대응하여야 하는 비자기와의 전쟁터이다.

    소화관은 엄청난 종류의 외계 이물질을 거부하지 않고 내부에 받아들여 그것과 공존하기 위한 메커니즘을 만드는데 그것이 관용이다. 파이어스 패치는 관용면역을 주도하는 B세포의 교육훈련장이다. 광우병 위험물질의 핵심이 파이어스 패치라는 것은 바로 관용면역에 이상이 생겼다는 점이다. 광우병은 소가 동물성 사료로 포장된 소를 먹으면서 발생한다.

    B세포는 비자기를 자기화 하는 것인데 자기를 자기화하는 쪽으로 면역학적인 기억이 성립하게 되는 셈이다.

    불안과 공포, 결국은 자기를 공격한다

    면역학적인 기억은 한번 성립하면 어떤 변화가 일어나든 직전의 평형상태를 기초로 행동방향을 정한다. 소의 파이어스 패치는 자기가 자기를 먹는 교육과 훈련프로그램이 기억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다.

    광우병 소의 뇌에서는 외부의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투한 흔적이 없다. 변형된 단백질인 프리온이 접촉하는 옆의 조직을 흐물흐물하게 만들었을 뿐이다. 변형된 단백질은 어디까지나 자기이다. 이런 점은 내부의 자기가 자기를 공격했다는 추측을 가능케 한다.

    몸의 모든 성분들이 순환하듯 기억을 가진 일부세포도 순환한다. B세포의 기원은 골수다. 떠난 모든 것이 돌아가듯 기억을 가진 일부 임파구가 골수로 돌아갔을 가능성이 있기에 척수 뼈 들이 위험요소가 된다. 파이어스 패치의 조직들이 면역조직의 일부인 임파구로 구성되었다는 것은 그런 사실을 뒷받침한다.

    면역학자인 에를리히는 이런 현상을 자기면역 질환이라고 정의하였다. 자기와 자기사이를 거부하고 배제하며 자기를 공격하는 면역병, 병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련된 장치 때문에 일어나는 모순 그 자체인 병. 그 시작은 불안과 공포이지만 결국에는 자기의 뇌세포를 공격하여 무릎 꿇리는 광우병에 대한 가설이다.
    backward top hom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