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인에게 한의 치료는 커다란 축복”

기사입력 2015.12.22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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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황준호 경희숨편한한의원 원장 의료봉사 후기

    황준호

    6시간 정도 걸려 도착한 네팔 카트만두. 그곳은 서울에서 느낄 수 없던 이질감으로 가득했다. 낡고 자판기 하나 없는 곳. 아직 근대화가 이뤄지지도 않은 도시를 보며 ‘수도의 공항이 아직 이런 나라도 있구나!’라는 감탄(?)마저 들었다.

    이런 네팔의 첫 인상에 신기해하는 무렵, 한편에서는 봉사단 파견단장과 사무국장이 진땀을 빼고 있었다. 수화물 통과가 문제였다.

    이번 봉사는 보건복지부 지원사업인 한의약 ODA사업의 일한으로 진행되는데 네팔 정부의 정식 허가를 받고 방문하는 것이라 대사관측에서 도움을 준다고 팔을 걷고 나섰다. 그런데 대사관에서도 네팔 세관에 대해 정보가 부족했는지 대사관에서 나온 분들이 2시간동안 세관원과의 실랑이를 버렸다.

    결국 세관에서 추가 서류를 요청했고 봉사물품이 공항세관에 묶여 버렸다. 대사관은 필요한 서류를 최대한 서둘러 다음날 준비해서 오기로 했고, 결국 네팔에 도착한 바로 다음날부터 진행하기로 했던 의료봉사활동은 하루 연기될 수밖에 없었다. 낯선 곳에서의 해외의료봉사는 이럴 수 있다는 것을 다 알기에 고생하신 단장님과 국장님을 위로하고 공항 주차장을 빠져나왔다.

    공항을 나와 숙소가 있는 고다와리로 이동하면서 본 네팔은 이색적인 풍경으로 가득했다. 인구의 상당수가 인도와 같은 아리안족이기도 하고, 버스의 지붕위에도 사람이 올라타서 다니는 위험천만한 풍경은 '걸어서 세계 속으로' 의 인도 편에 나옴직한 모습이었다.

    네팔은 산이 좋아 풍광이 좋은 제주도는 저리가라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먼지로 뒤덮여 있었다. 도시로 인구가 집중되는 상황에서 비포장도로의 길에는 수명이 다된 낡은 차가 굴러다녔고, 분지형의 지형으로 인해 먼지가 도시를 자욱하게 덮고 있었다. 차창 밖으로 황혼녘 햇살이 비치는데, 눈에 부실까봐 모래먼지가 부드럽게 매만져 주는 느낌이다.

    봉사물품이 공항세관에 묶이면서 하루 연기된 의료봉사활동은 네팔에서의 두 번째 아침 햇살을 맞으며 시작됐다. 햇빛 잘 드는 작은 초등학교 교실(10명 남짓 앉을 수 있는 작은 교실)에 진료실을 꾸며놓고 창 너머로 보이는 산을 보는데, 옛날 한의대 학생시절 의료봉사동아리 시절도 생각이 나고, 한가한 군의관 시절도 생각이 났다. 한가하게 보냈던 그런 시간들이 정신없이 바쁠 때 위로가 된다는 것을 경험했기 때문에 지금 이 시간도 앞으로 나에게 닥쳐올 바쁜 일상에서 보약이 되리라고 생각하자 행복하게만 느껴졌다.

    네팔은 사실 ‘의료 인력’이 시급한 곳은 아니다. 의료 인력보다 더 절실히 필요한 게 많이 있어서다. 맨발로 다니느라 발뒤꿈치가 까져 있는 아이들한테 필요한 것은 바세린이나 연고가 아니라 양말과 신발이고, 피부병을 앓고 있는 많은 환자들에게는 태양광 발전기를 갖춘 목욕을 할 수 있는 집을 지어주는 게 더 지속가능한 의료복지일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나의 눈에 비친 우려스러운 보건위생 상태와는 상관없이 늘 웃고 있었다. 특히 우리가 도착한 후 그들의 표정은 더욱 밝아졌다. 현대 의술을 경험해보지 못한 그들에게 한의 치료를 경험하는 것 자체가 축복인 듯 보였다. 행복은 때로는 눈을 가려야 찾아오는 것을 느끼는 시간이었다.

    3일의 봉사기간 동안은 환자가 붐비면서 정신없이 지나갔다. 10여명이 조금 넘는 봉사단원은 각자가 봉사를 하러 온 목적도 다를 것이고, 봉사에서 느끼는 소감도 다를 터인데, 굳이 남의 마음을 펴보려고 하지도 않고 왁자지껄 억지로 내보이려 하지도 않았다. 오전 조식에서 서로 “어제도 역시 추웠냐”며, “뜨거운 물이 또 안 나왔냐”며, “옥상에 올라가면 경치가 기가 막힌다”며, 이렇게 담담한 대화에서 정이 쌓이고 서로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의료봉사를 가는 목적은 다양할 것이다. 스스로 봉사에 관심을 가져서 일수도 있고, 지인의 권유에 의해 갈수도 있다. 의료봉사라는 단어는 한의대학생이라면 학생 때 지겨울 만큼 익숙한 단어이고, ‘단체깃발관광은 도대체 왜 하는가’하는 지루함과 갑갑함을 안겨줄 수 있다. 그렇지만 같은 사람이라도 인생의 다른 시기에 낯선 곳에서 타인과 함께 해보는 해외봉사는 상당한 의미가 있으리라 확신이 든다. 특히 한의원이라는 좁은 울타리에서 살아야 하는 우리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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