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해학회 베트남 해외의료봉사 기행기 3?

기사입력 2005.09.27 1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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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석주 부산 월해한의원장


    아가페병원에서의 진료는 9일부터 11일까지 3일간으로 예정되어 있다. 그러나 첫날부터 엄청난 환자가 몰려오고 또 효과가 좋다는 소문 때문인지 병원측에서 12일 오전이라도 진료를 하고 하노이로 갈 것을 요청했다. 침 시술에 발침을 하거나 뜸을 뜨는 등 우리를 도와주는 병원 직원들이 알고 보니 이 병원의 의사들인데 통역을 통해 ‘침을 맞고 낫는 치료율이 60% 내지 70%는 되는 것 같지 않느냐’고 물으니 웃으면서 ‘100% 치료되는 것 같다’고 농담 삼아 말하면서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는 것이다.
    이로써 월해침의 우수성을 과시하는 일차 목표는 달성되었다고 본다.


    베트남병원에는 에어컨이 아무데도 없다. 엄청나게 더운 날씨에도 선풍기만 몇 대 돌아갈 뿐이다. 제법 큰 병원이라고 하지만 환자의 출입은 어쩌다 한두 사람 보일 뿐 한산한데 한국 한의사가 진료하는 다섯 진료실만 여남은 명씩 줄을 서서 기다리고 간혹 먼저 치료받겠다고 다투는 소리가 들릴 뿐이다. 에어컨도 없이 온몸에 땀을 뒤집어쓰고 잠시도 쉬지 않고 일을 하는 우리 한의사들의 모습은(아무 일도 자진해서 열심히 하려고 하지 않는) 공산체제에 길들여진 현지인의 눈에는 퍽 기이하게 보이는 모양이다.

    에어컨 밑에서 우리도 오랫동안 생활하면 몸이 찌뿌둥하면서 개운치가 않은데 하물며 열대 기후에 길들여진 이곳 사람들은 절대로 좋지 않을 것이다. 지금 베트남의 국민 소득이 $1,000 남짓한데 $10,000이 가까워져서 집집마다 에어컨을 설치해 놓고 산다면 온 국민이 엄청난 재앙에 시달리게 될 날이 오게 될 것이다. 자연의 섭리에 맞추어 살아야 한다는 것이 한의학의 근본이다.

    11일 저녁에는 아가페 병원장 초대의 만찬이 있었다. 이 자리에서 병원장과 행정부장이 훌륭하게 치료를 해주어서 고맙다는 치사와 함께 하는 말이 ‘베트남에서는 중국 침을 쓰는데 한국 침이 더 좋은 것 같으니 한국 침을 좀 주고 갈 수 없느냐’고 묻는 것이다. 침술의 본질을 정말 모르고 하는 말이다.

    침술이란 어떤 것으로 자극하느냐(材質)가 문제가 아니라 어느 穴을 자극하느냐(經絡)가 문제인 것이다. 어느 곳에 침을 놓아야 할지를 연구하지 않고 무엇으로 찌를 것인가에만 골몰하다 보니 중국 침, 한국 침이란 말이 나오고 그와 같은 발상에서 봉침이 있고 금침이 있고 또 약침이란 말까지 나오게된 것 아니겠는가! 침술의 본질은 올바른 경락을 찾아서 취하는데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정 선생이 더운 나라에서는 뜸을 뜨고 덧나는 경우가 많을 테니까 灸를 않는 것이 좋을 것이란 의견을 내어놓았으나 필요한 경우 灸를 않고서는 효과가 적을 수밖에 없다. 그런데 이곳 베트남에서 침구를 한다고 하면서도 뜸이 생소한 모양이다. 왜 불을 놓느냐, 재료가 무엇이냐고 신기해한다.

    이처럼 외국의 침술은 거의 백지에 가깝기 때문에 한의사가 해외로 뻗어나갈 기회는 무진장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먼저 우리의 침술부터 올바르게 정립하고 실력을 다지고 난 후의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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